이보온이 신회 등 신씨 족속의 처벌을 원하는 상소를 올리자 비답을 내리다
수찬 이보온(李普溫)이 상소하여 문녀(文女)와 정후겸(鄭厚謙)의 죄상을 논하였는데, 끝에 이르기를,
"오직 저 정후겸과 고 도위(都尉) 신광유(申光綏)는 곧 날 때부터 요얼(妖孼)이고 화의 씨가 뭉친 사람들입니다. 하나는 비천한 포구(浦口) 출생이고 하나는 금련(禁臠)이 된 귀근(貴近)이지만, 그 요망하고 간특한 심장은 마치 똑같은 기운을 타고난 것 같았는데, 마침내 연합하고 결탁하여 우리 국맥(國脉)을 손상시키고 우리 진신(搢紳)들을 혼란시켜 거의 하늘을 뒤덮는 환란의 계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이에 미칠 적마다 사람들로 하여금 비통을 씹고 분개를 품게 만듭니다. 대개 정후겸의 간사한 구멍이 아직 열리기 전에 신광유가 이미 그의 성질이 서로 비슷함을 알아차리고서 정후겸을 아비처럼 섬기며 공손하게 자제와 같은 예절을 지키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데리고 다니며 온갖 방법으로 종용하여, 국맥을 손상하고 진신들을 혼란시킬 음모를 마음으로 전해 주고 입으로 깨우쳤고, 위협하여 핍박하고 저항하려는 흉계를 귀에 젖고 눈에 물들게 했었습니다. 경인년160) 부터 수삼 년 동안에 신광유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변화무쌍하게 하여 요망하고 괴이한 일을 만들어 낸 것이 정후겸을 위한 것이 아님이 없었습니다. 정후겸의 근저가 이미 굳어지고 기세가 거침없을 때를 당하여서는 신광유가 정후겸에게서 보답받은 것이 또한 많았다고 하니, 영남(嶺南)에서 뇌물 1만 전(錢)을 받은 것은 오히려 미미한 것에 속할 것입니다. 신회(申晦)처럼 경박하여 행신이 없고 교활하고 사나워 불량한 사람이, 부(富)는 왕실과 비등하고 지위는 신하로서는 극에 달하게 되었던 것은 진실로 무슨 연유로 이에 이르게 된 것이겠습니까?
아! 탐오하고 음탕한 행위는 바로 그가 타고난 성질로서, 한 차례 서번(西藩)을 안찰하게 되었을 적에는 인간의 도리가 도무지 없었고, 형의 상사(喪事)를 듣고서도 분곡(奔哭)할 뜻이 없었으며, 상사가 끝나는 날에는 남관(南館)에서 풍악을 벌리는 짓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윤리도 없고 상리(常理)에 어그러지는 부류가 어찌 다시 의관(衣冠)을 갖춘 반열에 낄 수 있겠습니까? 굳게 결탁해 놓은 바가 있어 진출(進出)하는 길이 날로 트이게 되어, 높은 자리에서 뜻을 얻게 되면서 솜씨와 기세가 점점 교활해져 공론을 멸시하기를 전연 돌아보거나 꺼리는 바가 없었고, 사당(私黨)들을 배치하여 성세(聲勢)를 만들어 놓고서 마음속으로 버티고 뱃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 환득 환실(患得患失)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보(元輔)의 권한이 장차 다른 재상(宰相)에게 돌아가게 되어서는 이에 좌차(坐次)에 관한 말을 가지고 감히 동승(同升)을 저지하여 막는 거리로 써 먹었고, 외삼촌과 생질 사이에 서로 사세가 핍박하게 되어서는 문득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하여 현저하게 골육지친을 물어 뜯는 짓을 하였습니다. 성후(聖候)가 계속해서 정섭(靜攝)하셔야 할 적에 있어서는, 이에 아뢰는 말이 쉽게 윤허받게 될 것을 다행으로 여겨, 매양 연석(筵席)에서 물러 나온 뒤에 언제나 양양 자득(揚揚自得)한 작태가 있었고 일찍이 조금도 초조하거나 경황없어 하는 기색이 없었으니, 그의 죄를 이루 주벌할 수 있겠습니까? 사객(私客)에게 관직을 팔아 먹고, 폐자(嬖子)에게 길을 열어 주고, 주사(籌司)161) 에 추천하여 끌어들인 것에 있어서도 좌상(座上)에서 친압하게 지내는 사객이 아닌 경우가 없었고, 곤수(閫帥)와 읍재(邑宰)로 차제(差除)한 것도 모두가 그의 문하의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들로서, 정권을 잡은 몇 해 동안에 큰 계곡을 거의 채우게 되었습니다.
신광리(申光履)가 벗어날 수 없는 일을 스스로 저질렀을 적에도 매양 동료 재상들의 입을 빌려 단단히 진달하여, 기필코 견수(甄收)하게 하여 자기의 사욕을 이루려고 하였습니다. 몇 년 전 이원(李遠)의 상소는 어느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고 누구를 위해 몸을 던진 것이었습니까? 처음으로 명관(命官)이 되었을 적에 그의 아들이 급제하게 되므로 온 세상이 의아하게 여겼고 나라 안에 말이 떠들썩했습니다. 이번에 총호사(摠護使) 한 가지 짓은 그의 평생의 단안(斷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 신형도(申亨道)는 전연 아는 것이 없어 향배(向背)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을, 신이 간심(看審)하러 나갈 적에 함께 따라가 실지로 목격한 바인데, 정후겸의 사인(私人)인 것 때문에 기필코 끌어들이려고 그의 술업(術業)을 극력 칭찬하여 감히 하늘을 속이는 짓을 자행하였습니다. 진실로 일월(日月)과 같으신 총명이 아니셨다면 거의 산릉(山陵)의 큰 일을 그르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 오늘날 임금과 신하 상하가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이 오직 길한 자리를 살펴보고 가려서 일을 마무리하는 정성을 바치기에 있는데, 아! 저 신회는 그만 이처럼 불충하고 불성실한 짓을 하였습니다. 신은 그윽이 깊이 미워하고 통쾌하게 끊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의 조카 신광리란 자는 교활함이 특히 심하여 터무니없는 말을 만들어 내어 이리저리 진신(搢紳)들을 모함하고, 암암리에 일을 꾸며 사람들을 상하게 하고 남을 해치는 짓을 하였습니다. 일찍이 선조(先朝)에서 두 차례나 방축(放逐)하는 견책(譴責)이 내려졌지만, 재상의 문하에 잠복해 있으며 권세를 불러들이는 짓을 하였고, 또한 서자인 신광순(申光純)이란 자는 교만함과 외람됨, 흉악함과 잔인함이 그의 아비보다 심하였습니다. 신회가 여러 해 동안에 저지른 죄악은 신광리·신광순의 무리가 함께 이루어 낸 것입니다. 아! 저 신씨(申氏)의 자식과 조카, 족속들은 어찌 그리 요망하고 간특한 자가 많은 것입니까? 전후에 대신(臺臣)들의 논척(論斥)은 단지 피모(皮毛)만 논한 것이고, 며칠 전의 대사간의 상소는 율(律)대로 감단(勘斷)하기를 청하지 않은 것이었으니, 진실로 개탄스럽게 여깁니다. 신은 생각건대, 신광수는 추삭(追削)하고 신회는 멀리 귀양 보내는 일을 단정코 그만둘 수 없고, 그의 서자 신광순은 절도(絶島)에 정배하고 그의 조카 신광리는 먼 곳으로 방류(放流)하여, 소인들이 징계되어 두려워하는 바가 있게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신회의 일에 있어서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우선 논하지 않고 한 사람의 말에 따라 경솔하게 먼저 처분할 수는 없으니, 마땅히 대신과 삼사(三司)에게 하문해 보아 처분하겠다. 신광유는 이미 죽었는데 어찌 꼭 나중에 벌할 것이 있겠는가? 신광순은 곧 하찮은 서자이다. 진실로 죄가 있다면 유사(有司)가 있다. 신광리는 원래부터 부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몹시 미워하는 사람이니, 특별히 변방에 내치는 법을 시행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58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惟彼厚謙故都尉申光綏, 卽天生妖孽, 禍胎所鍾也。 一是卑微之浦産, 一是禁臠之貴近, 而其妖肚慝腸, 若受一氣, 終至於連締糾結, 斲喪我國脈, 濁亂我搢紳, 幾成滔天之厲階。 思之及此, 令人茹痛而含憤也。 蓋於厚謙奸竇之未開也, 光綏已知其性氣之相近, 父事厚謙, 恭執子弟之禮, 朝夕追携, 百千慫慂, 使斲喪濁亂之謀, 心授而口諭, 危逼抵抗之計, 耳濡而目染。 自庚寅數三年之間, 光綏之所以譸張閃弄, 興妖作怪者, 無非爲厚謙之地。 而及其厚謙之根柢已固氣勢鴟張, 則光綏之受報於厚謙者亦云多矣, 嶺藩萬錢之賂, 猶屬細故。 如申晦之輕佻無行, 狡悍不良者, 富埒王室, 位極人臣者, 是誠何因而致此也? 噫嘻! 貪淫之行, 卽其生質, 而一按西藩, 人理都滅, 聞兄之喪, 無意奔哭, 終喪之日, 南館張樂。 似此滅倫悖常之類, 豈可更廁衣冠之列? 而以其固結, 有所進塗日亨, 及夫得志高位, 手勢漸猾, 蔑視公議, 全無顧忌, 布植私黨, 作爲聲勢, 撐肚亘腹, 患得患失。 元輔之權, 將歸他相, 則乃以坐次之說, 敢售沮遏同升之地, 舅甥之間, 其勢相逼, 則輒發不忍之語, 顯示齮齕骨肉之親。 聖候連在靜攝, 則乃以奏語之易得準請爲幸, 每於筵退之後, 常有揚揚自得之態, 曾無一分焦遑之色, 其罪可勝誅哉? 以至私客賣官, 嬖子開門, 籌司薦引, 無非座上之押客, 閫邑差除, 盡是門下之親昵, 數年秉軸, 谿壑幾充。 申光履之自作難逭, 而每借僚相之口, 齗齗陳達, 必欲甄收, 以濟其私。 頃年李遠之疏, 出於何人, 爲誰挺身? 而初當命官, 其子擢第, 一世起疑, 國言喧騰。 至於今番摠護一着, 爲平生斷案。 彼申亨道之全無知識, 不分向背, 臣於隨詣看審之行, 實所目擊, 而以厚謙之私人, 必欲汲引, 力贊術業, 敢售欺天之習。 苟非日月之至明, 幾誤山陵之大事。 噫! 今日君臣上下之竭誠盡心者, 惟在於相擇吉岡, 以效終事之忱, 而噫! 彼申晦乃若是不忠不誠。 臣竊爲之深惡而痛絶之也。 其姪光履者, 猾黠最甚, 做出虛言, 交構搢紳, 暗地排布, 傷人害物。 曾在先朝, 再降放逐之譴, 而潛伏相門, 招納權勢, 又有孽子光純者, 驕濫匈狠, 甚於乃父。 晦之年來罪惡, 光履、光純輩之所共濟耳。 噫! 彼申氏之子姪族類, 何其多妖慝者也? 前後臺臣之斥, 只論皮毛, 日前大諫之疏, 不請勘律, 實爲慨然。 臣謂申光綏之追削, 申晦之遠竄, 斷不可已也。 其孽子光純絶島定配, 其姪申光履遠地放流, 俾小人有所懲畏焉。
批曰: "申晦事有罪與否, 姑勿論。 有難以一人之言, 輕先處分, 當下詢大臣三司, 而處之矣。 申光綏已死, 何必追誅? 光純卽幺麽孽種, 苟有罪矣, 有司存焉。 申光履自來不正之人, 予所深惡者, 特施投畀之典。"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58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