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검을 승지로 삼고 보사제에 쓸 향을 지영하다
홍검(洪檢)을 승지로 삼았다. 임금이 숭정전(崇政殿) 뜰에 나아가 보사제(報謝祭)에 쓸 향을 지영(祗迎)하였다. 전설사(典設司)에 나아가려 하는데, 승지 홍검이 나와서 말하기를,
"지금 듣건대, 한유(韓鍮)라는 자가 와서 한 소장을 바쳤다고 하는데, 원소(原疏)는 비록 미처 보지 못하였으나, 대체로 줄거리는 전에 청했던 것을 거듭 고한 것으로서, 역적 홍봉한(洪鳳漢)의 머리를 참(斬)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인하여 건명문(建明門)에 나아가 원소(原疏)를 가지고 들어오되, 그 사람은 입궐(入闕)시키지 말고 직방(直房)302) 에 구류(拘留)하도록 명하였다. 임금이 그 소장을 읽도록 명하고, 하교하기를,
"한유를 석방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번에는 도끼[斧子]를 가지고 오지 않았는가?"
하고, 전배(前排)303) 에게 대령(待令)하도록 명한 다음, 한유를 잡아들이게 하였다. 하교하기를,
"일물(一物)304) 은 무슨 물건인가?"
하니, 한유가 말하기를,
"목기(木器)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목기를 말한 것은 음참(陰慘)하다. 네가 그것을 아는가? 누가 너에게 말하던가?"
하니, 한유가 말하기를,
"초야(草野)의 한사(寒士)입니다."
하고,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임금이 군졸로 하여금 그 입을 치게 하였는데, 한유가 말하기를,
"그 당시에 비록 혹 들었다 하나, 이를 전한 사람을 지금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한마디 말을 하고 죽겠습니다."
하자, 임금이 다시 그 입을 치게 하고, 잡아내어 흥화문(興化門) 밖에서 대령하게 하였다. 하교하기를,
"한유가 감히 이와 같이 한 것은 몹시 음참(陰慘)한 일이다. 그래서 곧바로 처분(處分)하고자 하였으나, 소장 가운데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여 먼저 대강 줄거리를 물었던 것인데, 지난번에 없던 두 자는 극히 헤아릴 수 없는 데 관계된다. 이미 두 자를 일컬었으니 결단코 곧바로 처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소를 가져다 읽도록 명했던 것인데, 그 가운데 ‘일물(一物)’ 두 자는 나도 모르게 뼛속이 서늘해진다. 저도 또한 조선의 신자(臣子)라면 어떻게 감히 이러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일각(一刻)이라도 하늘 아래 내버려 둘 수가 없고 도성에서 정법(正法)하는 것도 또한 누추하다 할 것이니, 그 소장과 대강의 줄거리를 굳게 봉해 한유와 더불어 호서(湖西)의 감영(監營)에 내려 보내되, 크게 위의(威儀)를 베풀어 효시(梟示)한 후 장문(狀聞)하게 하라. 관계되는 바가 중대하니, 포교(捕校)로 하여금 이틀길을 하루에 걸어 압송(押送)하게 하고, 그 소장은 뜯지 말고 도신으로 하여금 불태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8책 117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9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302]직방(直房) : 조신(朝臣)들이 조회(朝會) 시각을 기다릴 때 머물러 대기하는 곳. 조방(朝房).
- [註 303]
전배(前排) : 임금이 거둥할 때에 임금의 수레 앞에 늘어서는 궁속(宮屬).- [註 304]
일물(一物) : 사도 세자가 갇혀 죽었다고 하는 목궤(木櫃)를 말한 것임.○庚午/以洪檢爲承旨。 上詣崇政殿庭, 祗迎報謝祭香。 將詣典設司, 承旨洪檢進曰: "卽聞韓鍮者, 來呈一疏, 而原疏雖未見, 大槪曰, 申貢前請, 欲斬逆賊洪鳳漢之頭云矣。" 上仍詣建明門, 命原疏持入, 其人使勿入闕, 拘留於直房。 上命讀其疏, 敎曰: "放釋韓鍮, 是予之過也。 今番則不持斧子而來乎?" 命前排待令, 拿入韓鍮。 敎曰: "一物何物乎?" 鍮曰: "木器也。" 上曰: "木器云者, 陰慘矣。 汝知之乎? 誰某謂汝也?" 鍮曰: "草野寒士。" 語未及了, 上使軍卒, 撞其口, 鍮曰: "其時雖或聞之, 而傳之之人, 今何能記有乎? 願一言而死。" 上復使撞其口, 拿出待令〔于〕 興化門外。 敎曰: "韓鍮敢復爲此, 萬萬陰慘。 故直欲處分, 而莫知疏中何語, 先問大槪, 頃者所無二字, 極涉叵測。 旣稱二字, 則決不可直處。 故取原疏而命讀, 其中一物二字, 不覺骨寒。 渠亦朝鮮臣子, 焉敢爲此說? 不可一刻置之於覆載之間, 都下正法, 亦云陋矣, 其章與大槪堅封, 與鍮下送于湖西營, 大張威儀, 梟示後狀聞。 關係重焉, 令捕校倍道押付, 其章勿拆, 令道臣付丙。"
- 【태백산사고본】 78책 117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9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