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빈의 조현례를 논의하다
임금이 사현합(思賢閤)에 나아가니, 약방에서 입진(入診)하였다. 영의정 홍봉한이 탕제(湯劑)를 하루에 세 번 올릴 것을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두 번이면 된다."
하였다. 임금이 교리 서유량(徐有良)에게 《대명회전(大明會典)》을 가져 오라고 명하고 왕세손빈(王世孫嬪)의 조현례(朝見禮)를 강론(講論)하였는데, 서유량이 말하기를,
"《대명회전》에 명(明)나라 성조(成祖)와 선종(宣宗) 때 황태손비(皇太孫妃)의 조현례가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읽으라 명하고 읽기를 마치자 《오례의(五禮儀)》를 가지고 들어와서 상고하라고 명하였다. 홍봉한이 말하기를,
"왕세손의 조현례는 마땅히 팔배(八拜)를 하여야 합니다. 한 번 사배(四拜)하는 것은 군신례(君臣禮)가 되고 한 번 사배하는 것은 조현례가 됩니다. 그리고 대조(大朝)께 이미 사배하였으면 동궁(東宮)에게는 의당 재배(再拜)를 하여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승지에게 조현례 거행하는 조항을 쓰라고 명하였다. 교리 홍억(洪檍)이 말하기를,
"지난번 성교(聖敎)에서 석담 서원(石潭書院)을 그림을 그려서 오라고 하셨는데, 이제 막 올라왔습니다."
하니, 임금이 올리라고 명하여, 펼쳐 재삼(再三) 구경하고 말하기를,
"이 또한 경의(敬意)를 흥기(興起)시킬 곳이다."
하였다. 임금이 함경 감사 조명정(趙明鼎)을 앞으로 나오라고 명하고 말하기를,
"내가 이제 70세인데, 지금 멀리 보내는 일을 당하니 늙은 감회가 서글퍼진다. 북관(北關)은 다른 때에라도 오늘의 간곡한 마음을 잊지 말고 반드시 마음을 써서 직무를 거행하되 서로 저버림이 없게 하라."
하고, 호서 감사 윤동섬(尹東暹)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임금이 말하기를,
"남북으로 송별하는 것이 모두 내가 70이 되는 해에 있게 되었으니, 바로 이른바, ‘아! 그대는 9만 리를 간다.’는 격인데, 어찌 섭섭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영의정 홍봉한이 말하기를,
"김기대(金器大)는 마땅히 한 번 시험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가 너무 부드럽고 착하기만 하지 않은가?"
하매, 홍봉한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두루 시신(侍臣)에게 물었는데, 모두 홍봉한의 말과 같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관찰사는 체모가 중대한 것인데 요즈음에 제수되는 것은 모두가 내비(內批)에서 나왔으니, 희기(希覬)하는 자가 불쾌하게 여기는 것을 알고 있다. 비유하건대 물건을 체[篩]로 치다가 찌꺼기가 남아서 반드시 모이게 되어 마침내는 털어버리는 것과 같으니 필연(必然)한 형세이다."
하니, 홍봉한이 말하기를,
"이는 전하께서 넓히고 좁힘을 재제(裁制)하시는 데에서 그 요점이 달려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오례의(五禮儀)》에서 조현례(朝見禮) 권(卷)을 가져다 승지 이이장(李彛章)으로 하여금 의주(儀註)에 쓰도록 명하고, 말하기를,
"예의(禮儀)가 상세하게 갖추어져 물을 부어도 새지 않겠다."
하고, 이어서 《경세문답(警世問答)》을 입으로 부르면서 이이장에게 쓰라고 명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오례의보편(五禮儀補編)》 삼의주(三儀註)는 나라의 중요한 법이다. 내일 대신과 예조 당상이 모두 모여서 중초(中草)하여 아뢰고, 《세손빈책봉의(世孫嬪冊封儀)》에 첨보(添補)한 것은 내일 홍문관·예문관 두 제학(提學)이 교정(校正)하면 승지가 정원에 모여서 중초하여 아뢰라."
하고, 하교하기를,
"예는 마땅히 상세하게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종전에 갖추어지지 않은 의절(儀節)을 일체 써서 내렸으니, 모든 규례는 예관(禮官)이 의주(儀註)를 소상하게 강정(講定)하여 《오례의보편》 끝에 첨입(添入)시키고 이번에 마땅히 광명전(光明殿)에서 같이 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또 승지에게 명하여 세 조항의 조현례를 쓰게 하였다. 자전(慈殿)을 받들고 세자빈의 조현례(朝見禮)를 받는 의식에 이르기를,
"자전(慈殿)의 자리를 전중(殿中) 북벽(北壁)에 설치하되 남향(南向)하여 의자를 설치하고 보안(寶案)을 설치하며 시위(侍衛)는 여느 때와 같이 하고, 전하의 자리는 전동(殿東)에다 설치하되 서향(西向)하여 욕석(褥席)을 설치하고 다만 시위는 동쪽 기둥 밖에 동쪽을 가까이하여 설치하며, 왕비의 자리는 전서(殿西)에다 설치하되 동향(東向)하여 욕석을 설치하고 다만 시위는 서쪽 기둥 밖에 서쪽을 가까이하여 설치하고, 세자빈(世子嬪)의 자리는 정중(庭中)에 설치하되 북향(北向)하여 먼저 사배(四拜)를 행하고는 단수반(腶脩盤)을 받들어 자전에게 올리고 【여관(女官)이 도와서 들고 정문(正門)에서 들어온다.】 다음으로 조율반(棗栗盤)을 전하에게 올리며, 【여관이 미리 전중(殿中)에 받든다.】 다음으로 단수반을 왕비에게 올리고는 【여관이 미리 전중에 받든다.】 뒤에 사배를 행하면 상의(尙儀)가 전중(殿中)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예가 끝났다[禮畢]고 아뢴다. 자전께서 내전으로 돌아가는데 시위는 여느 의식과 같이 하고 무릇 여러 의식과 절차는 《오례의》를 모방하여 마련한다."
하였다. 【이는 다만 대전과 중전이 조현을 받는 것과 다름이 있어, 잔[爵]을 받고 찬(瓚)을 받는 것을 본문(本文)에는 남쪽을 먼저하고 북쪽을 뒤로 하였는데, 여기서는 다 전중(殿中)에서 남쪽을 가까이하여 북향하였다.】 전하·왕비와 세자·세자빈이 세손빈의 조현례를 받는 의식에 이르기를,
"전하·왕비의 자리는 전중 북벽에다 설치하고는 남향하여 의자를 설치하고 보안(寶案)을 설치하였는데 시위는 여느 때와 같이 하고, 왕세자의 자리는 전동(殿東)에다 설치하는데 서향하여 욕석(褥席)을 설치하고 시위는 뜰 동쪽에 멈추게 하며, 빈궁의 자리는 전서(殿西)에 설치하는데 동향하여 욕석을 설치하고 시위는 뜰 서쪽에 멈추게 하며 세손빈의 절하는 자리는 뜰 가운데 두 곳에 설치하되 북향하여 하나는 동쪽을 가까이하고 하나는 서쪽을 가까이하였는데 먼저 사배례(四拜禮)를 전하에게 행하고 조율반(棗栗盤)을 받들어 【여관(女官)이 도와서 든다.】 정문(正門)으로 들어와 전하에게 올리고는 동문(東門)으로 나가 절하는 자리에 나간다. 다음으로 왕비에게 사배례를 행하고 단수반(腶脩盤)을 받들어 【여관이 도와서 든다.】 정문으로 들어와서는 왕비에게 올리고, 서문(西門)으로 나간다. 조율반을 받들어 동문으로 들어가서 왕세자에게 드리고는 인하여 동문으로 나가 단수반을 받들어 서문으로 들어가서 빈궁(嬪宮)에게 드리며 인하여 서문으로 나가서 먼저 동쪽의 절하는 자리로 나가 사배하고, 다음 서쪽의 절하는 자리에 나가 사배하면 상의(尙儀)가 전중(殿中)에 나가서 끓어앉아 예가 끝났다고 아뢴다. 전하·왕비는 내전으로 돌아가고 세자·빈궁은 자리 앞에 서 있는데 시위는 올 때와 같이하며, 세자·빈궁이 위차(位次)로 돌아간다. 무릇 의절 문법(儀節文法)과 중엄(中嚴)·내엄(內嚴)·외판(外辦)·내판(內辦)·외비(外備)·외정(外整) 등 절차는 각각 의절을 따르는데 《오례의(五禮儀)》를 모방하여 마련한다."
하였다. 【또한 본문(本文)과 다름이 있으니 잔[爵]을 받고 찬(瓚)을 받는 것을 다 전남(殿南)에서 서쪽을 가까이하여 북향(北向)한다.】 또 자전이 왕비의 존현례를 받는 데 대해 쓰라고 명하였으니, 이르기를,
"왕대비의 자리를 전중(殿中) 남향(南向)에 설치한다. 만약 대왕 대비와 왕대비가 같이 조현을 받는 경우에는 대왕 대비는 전중에서 남향하여 의자를 설치하고 왕대비는 전중에서 서향하여 욕석을 설치하며 왕비가 절하는 자리는 남쪽 기둥 밖에서 중앙을 당하여 북향하고 다만 전후로 사배를 하는데, 정문으로 들어가 동문으로 나와서 단수반을 먼저 대왕 대비전에 올리고 다음으로 왕대비전에 올리며, 의장(儀仗)이 동쪽 뜰에 멈추면 상의(尙儀)가 예가 끝났다고 대왕 대비전에 아뢰고 각전(各殿)에 중엄과 외판을 예와 같이 한다. 보안(寶案)은 다만 대왕 대비전에만 하고 전정(殿庭)의 의장은 다만 대왕 대비전의 의장만 설치하며, 자전(慈殿)·대전(大殿)·중전(中殿)이 빈궁의 조현을 받을 때에는 다만 자전의 의장만 설치하고, 자전·대전·중전이 조현을 받을 때에 만약 두 자전을 받들 경우에 있어서는 대왕 대비의 좌석은 북쪽에서 남향을 하여 설치하고, 왕대비의 좌석은 전동(殿東)에서 서향을 하여 설치하며, 전하의 좌석은 기둥 밖에 서쪽을 가까이하여 동향에서 설치하고 왕비의 좌석은 기둥 밖에 동쪽을 가까이하여 서향으로 설치하며, 세자의 좌석은 첨계(簷堦) 위에 설치하는데 서쪽에서 약간 물려서 하고, 빈궁의 좌석은 첨계 위에 설치하되 동쪽에서 약간 물려서 하는데 남은 의식은 모두 같으니 이 한 조항은 다 현주(懸註)한다. 무릇 삼의주(三儀註)에
1. 자전께서 왕비의 조현을 받는 의식.
1. 자전과 대전·중전이 빈궁에게 조현을 받는 의식.
1. 자전과 대전·중전·세자·세자빈이 세손빈의 조현을 받는 의식이다."
하였다. 【이 삼의주(三儀註) 가운데 만약 두 자전을 받드는 경우에 있어서도 의주(儀註)가 모두 같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8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의약-의학(醫學)
○上御思賢閤, 藥房入診。 領議政洪鳳漢, 請湯劑日三進, 上曰: "再斯可也。" 上命校理徐有良, 持《大明會典》來, 講論王世孫嬪朝見禮, 有良曰: "《大明會典》, 有成祖ㆍ宣宗時, 皇太孫妃朝見禮矣。" 上命讀, 畢, 命持入《五禮儀》, 使之參考。 洪鳳漢曰: "王世孫朝見禮, 當用八拜。 一四拜爲君臣禮, 一四拜爲朝見禮, 而於大朝旣四拜, 則於東宮, 宜再拜矣。" 上命承旨, 書朝見禮擧條。 校理洪檍曰: "向者聖敎, 使圖畫石潭書院以來, 今纔上來矣。" 上命進, 披玩再三曰: "此亦起敬處也。" 上命北伯趙明鼎進前曰: "予今七十歲矣, 今當遠送, 老懷作惡。 北關他時, 勿忘此日繾綣之意, 必加意擧職, 無相負焉。" 湖西伯尹東暹進前, 上曰: "南北送別, 俱在予七十之年, 正所謂嗟君萬里行也, 安得不悵惘也?" 領議政洪鳳漢曰: "金器大當一試矣。" 上曰: "不其太柔善乎?" 鳳漢曰: "此人柔而剛。" 上遍問侍臣, 皆如鳳漢之言。 上曰: "方伯體重, 而近日所除, 皆出內批, 極知希顗者爲不快矣。 譬如以篩篩物滓, 滯則必結, 其終也潰, 必然之勢也。" 鳳漢曰: "此在殿下裁闊狹得其要耳。" 上命取《五禮儀》朝見禮卷, 使承旨李彛章, 書儀註曰: "禮儀詳悉, 可謂置水不漏。" 仍口呼《警世問答》, 命彛章書之。 上曰: "《五禮儀補編》三儀註, 國之重典也。 明日大臣禮堂齊會, 中草以奏, 世孫嬪冊封儀添補, 明日弘藝兩提學校正, 承旨會于政院, 中草以奏。" 敎曰: "禮宜詳備, 故曾前未備儀節, 一體書下, 凡例, 禮官消詳講定儀註, 添入於《五禮儀補編》末端, 今番當同行於光明殿。" 又命承旨, 書三條朝見禮, 奉慈殿受世子嬪朝見禮儀曰, "設慈殿位於殿中北壁, 南向設椅設寶案, 侍衛如常, 設殿下位於殿東, 西向設褥席, 只設侍衛於東楹外近東, 設王妃位於殿西, 東向設褥席, 只設侍衛於西楹外近西, 設世子嬪位於庭中北向, 行先四拜, 奉腶脩盤, 進於慈殿 【女官助擧入自正門】 次進棗栗盤於殿下, 【女官預奉於殿中】 次進腶脩盤於王妃, 【女官預奉於殿中】 行後四拜, 尙儀進當殿中, 跪啓禮畢。 慈殿還內, 侍衛如常儀, 凡諸儀節, 倣《五禮儀》磨錬。" 【此與只大殿中殿受朝見有異, 受爵ㆍ受瓚, 本文則先南後北, 而此則皆於殿中近南北向。】 殿下王妃與世子及嬪, 受世孫嬪朝見禮, 儀曰: "設殿下王妃位於殿中北壁, 南向設椅設寶案, 侍衛如常, 設王世子位於殿東, 西向設褥席, 侍衛止於庭東, 設嬪宮位於殿西, 東向設褥席, 侍衛止於庭西, 設世孫嬪拜位, 二於庭中北向, 而一近東, 一近西, 先行四拜禮於殿下, 奉棗栗盤, 【女官助擧】 入自正門, 進於殿下, 由東門出, 詣拜位, 次行四拜禮於王妃, 奉腶脩盤, 【女官助擧】 入自正門, 進於王妃, 由西門出, 奉棗栗盤, 入自東門, 獻於王世子, 因由東門出, 奉腶脩盤, 入自西門, 獻於嬪宮, 因由西門出, 先詣東拜位四拜, 次詣西拜位四拜, 尙儀進當殿中跪, 啓禮畢, 殿下王妃還內, 世子嬪宮立於席前, 侍衛如來儀, 世子嬪宮還次。 凡儀節文法及中嚴內嚴外辦內辦外備外整等節, 各隨儀節, 倣《五禮儀》磨錬。" 【亦與本文有異, 受爵受瓚皆於殿南, 近西北向。】 又命書慈殿, 受王妃朝見禮曰, "設王大妃位於殿中南向。 若大王大妃王大妃同受朝見, 則大王大妃殿中南向設椅, 王大妃殿中西向設褥席, 王妃拜位南楹外當中北向, 只有前後四拜, 入則正門, 出則東門, 腶脩盤先進於大王大妃殿, 次進於王大妃殿, 儀仗止於東庭, 尙儀禮畢, 奏於大王大妃殿, 各殿中嚴外辦如禮。 寶案只於大王大妃殿, 殿庭儀仗, 只設大王大妃殿儀仗, 慈殿大殿中殿, 受嬪宮朝見時, 只設慈殿儀仗, 慈殿大殿中殿受朝見時, 若奉兩慈殿, 則設大王大妃坐於北邊南向, 設王大妃坐於殿東西向, 設殿下坐於楹外近西東向, 設王妃坐於楹外近東西向, 設世子坐於簷階上, 在西差退, 設嬪宮坐於簷階上, 在東差退, 餘儀則皆同, 此一款皆懸註。 凡三儀註, 一慈殿受王妃朝見儀, 一慈殿與大殿中殿受王妃朝見儀, 一慈殿與大殿中殿世子世子嬪受世孫嬪朝見儀。" 【此三儀注中, 若奉兩慈殿儀註皆同。】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8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의약-의학(醫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