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학 유생들이 동궁의 유람을 경계하는 상서를 올리다
왕세자가 덕성합(德成閤)에 좌정하여 관학 유생(館學儒生) 안형(安衡)·이헌(李)·원계하(元啓夏) 등을 인대(引對)하였다. 이때 임금이 정원에서 떠들썩한 것으로 인하여 유생들의 글이 정원에 이르렀음을 물어서 알고는 이어 입시(入侍)하도록 명하고 또 대신(大臣)의 입시를 명하였으며, 즉시 하궐(下闕)102) 의 입직 승지(入直承旨)로 하여금 유생을 거느리고 입대(入對)하여 답(答)을 받게 하자, 승지 홍준해(洪準海)가 유생의 상서(上書)를 가지고 입대하였다. 춘방(春坊) 정창성(鄭昌聖)이 말하기를,
"관학 유생의 글은 〈저하(邸下)께서〉 유람하러 드나드는 것을 경계하였으니, 이는 반드시 여항(閭巷)에서 근거없이 지껄이는 말이 있어 이렇게 된 것입니다."
하고, 춘방 엄인(嚴璘)이 말하기를,
"아무리 근거없이 지껄이는 말이라 하더라도 저하께서 불러들임이 있게 되었으니, 지금 〈그러한 말들을〉 없어지게 하는 도리는 오직 날마다 강관(講官)을 인접(引接)하고 날마다 비국의 재신(宰臣)을 접견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하령하기를,
"아뢴 바가 매우 훌륭하니, 소견(召見)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하였다. 유생(儒生)의 글에 대략 이르기를,
"저하께서 강독을 치워버린 지 이미 오래 되었으며 궁료(宮僚)를 접견하지 않은 지도 역시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평상시 좌우(左右)에서 모시는 자는 오직 환관(宦官)이나 액속(掖屬)들이니, 반드시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것으로 인도하는 자가 있을 것이고, 반드시 재화(財貨)를 늘리며 음악과 여색으로 인도하는 자가 있을 것이고, 반드시 드나들며 유람하는 것으로 인도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註 102]하궐(下闕) : 소조(小朝)를 가리킴.
○王世子坐德成閤, 引對館學儒生安衡ㆍ李 ㆍ元啓夏等。 時, 上因政院之喧譁, 問知儒書之到院, 仍命入侍, 又命大臣入侍, 卽使下闕入直承旨, 率儒生入對受答, 承旨洪準海, 持儒生上書入對。 春坊鄭昌聖曰: "館儒之書, 以出入遊觀爲戒, 此必有閭巷浮譊之說, 而致此也。" 春坊嚴璘曰: "雖浮譊之說, 邸下有以致之, 卽今消融之道, 惟在於日引講官, 日接備宰。" 令曰: "所奏甚好矣, 當召見矣。" 儒生書略曰: "邸下之撤講, 亦已久矣, 不接宮僚, 亦已久矣。 而居常侍左右者, 惟宦官掖屬, 必有以馳騁弋獵導之者, 必有以貨利聲色導之者, 必有以出入游觀導之者矣。"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