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김상로·우의정 조재호 등과 역적의 타파, 민심 안정 등에 대해 논의하다
임금이 세 대신을 불렀는데, 영의정 이천보는 인질하여 들어오지 않고, 좌의정 김상로와 우의정 조재호가 입시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명나라에서 동비(銅碑)를 세운 일이 있었는데 마침내는 위충현(魏忠賢)309) 이 나와 당나라 소종(昭宗)이나 한나라 헌제(獻帝)처럼 머리를 숙이고 제재를 받아 자유를 얻지 못함이 아주 괴이하다."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처음에 조짐을 막지 못하여 대세가 한번 기울어진 후에는 끝에 가서 어쩔 줄울 모르게 됩니다. 《명사(明史)》를 보건대 명나라는 분당(分黨) 때문에 나라가 망하였는데, 당 안에서 문득 4, 5개의 당이 생겨 서로 죽였습니다. 웅정필(熊廷弼)310) 이나 원숭환(袁崇煥)311) 같이 유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당이 아니면 서로 경솔히 죽여 산동(山東)과 절강(浙江)의 여러 적(賊)이 창궐(猖獗)하게 하여 오삼계(吳三桂)312) 가 부득이 장성(長城) 한 모퉁이를 헐어 청병(淸兵)을 불러들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명나라가 비록 당습(黨習) 때문에 나라가 명하였다고 하지만, 절사(節死)한 신하 역시 명나라처럼 많은 적이 없는 것은 왜 그런가?"
하니, 조재호가 대답하기를,
"명나라에서 호원(胡元)313) 을 소탕하여 사유(四維)314) 가 다 펼쳐졌기 때문에 절사한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올봄 역옥(逆獄)이 있은 후에 처음으로 경을 보는데, 경은 이미 역적의 변이 이러한 줄을 헤아리고 있었는가? 경은 모름지기 통렬하게 진달하라."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신이 이미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올봄에 역적으로 죽인 자는 당습에 불과하다가 엎치락 뒤치락 하여 이에 이른 것입니다. 당(黨)과 역적은 두 갈래가 아니어서 그 습성을 쓰지 못하면 울분이 쌓이고, 울분이 쌓이면 나라를 원망하게 되며, 나라를 원망하면 역적질을 하기에 이르니, 피차를 물론하고 모두 경계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금연의 여러 적은 심악(沈) 하나만을 논해보면 그 나머지는 알 수가 있습니다. 성상께서 심악을 매우 후하게 대우했는데도 그가 마침내 역적이 된 것은 그 처한 바가 그러하였던 것입니다. 심악은 관(官)에 있으면서 청렴하고 위엄이 있었으며 집에 있으면서는 《소학(小學)》을 힘써 행한 것은 다른 사람이 따르기 어려운 바였습니다. 유독 그 논의가 매우 괴이했기 때문에 학문이 더욱 돈독해질수록 논의는 더욱 괴이해져서 경호(京湖) 지역 세족(世族)의 연소배들이 모두 잘못되게 되었습니다. 심악이 만약 뜻을 얻었더라면 큰 일이 장차 나왔을 것인데, 다행히 하늘의 주륙을 받았지만 그러나 심악은 대신의 아들로 크게 등용되기를 바랐으나 시의(時議)가 힘껏 막아 그의 마음을 격발시켰으니 그 형세가 유수원(柳壽垣)과 교결(交結)하여 함께 악역(惡逆)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이 일찍이 논하기를, ‘그의 학문은 군신(君臣)·부자(父子)·부부(夫婦)·장유(長幼)의 윤리는 없고, 오직 붕우(朋友)의 한 윤리만 있어서 역적으로 빠져 들었으니, 이는 오로지 당습 때문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금년 이후에 소론(小論)은 이로 인해서 뉘우치고 깨달아서 좋아지게 되었고, 노론(老論)은 모조리 남김없이 죽이고자 하였으나, 유독 이조 판서 신만(申晩)의 뜻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이 종기(腫氣)를 치료하는 예로 신만에게 말하기를, ‘여러 적은 종기이며, 심악은 종기의 핵(核)이다. 핵을 이미 뽑았으니 혈(穴)은 완전하지 못하다. 마땅히 조합(調合)하는 술(術)을 써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침(鍼)을 들고 한 곳을 어지러이 찔러보고자 하는 자들이 많다. 종기를 터뜨린 것만도 이미 불행한데 어찌 온몸을 두루 찔러야 하겠는가? 하였는데, 온몸은 전하의 나라이니, 성상께서 깊이 염려하여 선처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매우 좋다. 다만 내가 신치운(申致雲)을 승지로 삼아서 내 곁에서 시중들도록 하였는데도 오히려 흉심(凶心)을 품었으니, 지금에 이르러서 생각해 보아도 내가 실로 마음이 떨린다. 심악과 심정연(沈鼎衍)이 서로 이어 나왔으니, 이 무리들이 반드시 많을 것이어서 신치운의 마음으로 나를 보는 자들이 몇 사람이나 될지 몰라 내가 실로 마음이 아프다."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나라를 위하는 도리는 마땅히 내 원기(元氣)를 충실하게 해야 하니, 원기가 이미 충실하면 사특한 기운은 저절로 물러가게 되니 너무 지나치게 스스로 의심하고 염려해 흉언에 동요되어서는 안됩니다. 신은 중간에 있어서 피차의 잘못을 분명하게 볼 수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만약 이런 마음을 보이시면 사람마다 모두 일어나 한쪽에 억울하게 죽은 자가 많게 될 것입니다. 군신(君臣)은 부자(父子)와 같아서 오늘 죄가 없으면 등용하고 내일이라도 죄가 있으면 죄를 다스려야 하니, 전하께서는 반드시 눌러 안정시키는 도리를 생각하소서. 작년에 성상의 꿈이 지금 참으로 부합되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 꿈이 어찌 부합된다고 하는가?"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그때 성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꿈속에서 한쪽 사람들이 다른 한쪽 사람을 모조리 죽여 그 한쪽 부녀(婦女)들이 곡(哭)을 하면서 호소하였다.’라고 하셨으니 이로써 보면 어찌 부합하지 않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과연 서로 부합된다. 이 시기를 잃어서는 안되니, 경은 사직하지 말고 오늘날의 규모(規模)를 세워야 옳다."
하니, 조재호가 질병으로써 굳이 사양하였다. 또 아뢰기를,
"신은 원경하(元景夏)이 말을 듣건대 지금 수찬(修纂)하고 있는 책이 그 뜻과는 아주 달라서, 그의 아들 원인손(元仁孫) 역시 찬수청(纂修廳)에 사진(仕進)하지 않고 있다 합니다. 책자가 만일 완성되거든 상세히 살펴보소서."
하니, 임금이 놀라며 말하기를,
"찬수하자는 청이 처음으로 원경하 부자에게서 나왔는데, 이제 이런 말을 듣게 됨은 무엇 때문인가? 마땅히 원경하를 불러 물어야 하겠다."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올해에 역적으로 죽은 자가 5백여 명인데, 만약 찬수함으로 인해서 또 폐족(廢族)이 생기면 참으로 불행하니, 모름지기 신축년315) ·임인년316) 의 일은 다시는 제기하지 말아서 연루(連累)되어 막히지 않도록 분명한 효유(曉諭)를 내려 반측(反側)하는 무리들이 스스로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마땅히 뭇 신하들에게 신칙하겠다."
하니, 조재호가 말하기를,
"역적 집의 전답(田畓)을 충훈부(忠勳府)와 호조 이외에서 차지하지 못하게 한것은 뜻이 있는 바입니다. 지난번 총융청(摠戎廳)·금위영(禁衛營)·훈국(訓局)에서 서로 잇달아 청하여 윤허를 받았습니다. 이런 길이 한번 열리면 장차 그 폐단을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후에는 이들 초기(草記)는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하였는데, 조재호가 다시 인질(引疾)하여 출사하지 않았다. 이때에 찬수청에 이미 도제거(都提擧)를 설치하여 김재로(金在魯)가 서문(序文)을 지으면서 기사년317) 이후 역론(逆論)의 원위(源委)를 두루 서술하고, 당상 홍계희(洪啓禧)가 흉당(凶黨)의 소장(疏章) 사실을 아주 자세하게 찬집하였다. 원인손이 이때 낭관으로서 홍계희와 쟁론(爭論)하여 맞지 않아 이때에 이르러 조재호가 원경하의 말로써 아뢴 것이다. 조재호가 경각 사이에 수천 마디 말을 누누이 진달함은 대저 모두 조정을 안정시키려는 뜻이어서 임금이 경청(傾廳)하고, 깊이 그 말을 옳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3면
- 【분류】외교(外交) / 정론(政論) / 변란(變亂) / 출판-서책(書冊) / 역사-고사(故事) / 사법(司法) / 인사(人事) / 농업(農業) / 군사(軍事)
- [註 309]위충현(魏忠賢) : 명나라 말의 환관 희종(熹宗) 때 무뢰한 출신으로 자궁(自宮:스스로 거세하는 것)하여 환관이 되었는데, 왕의 유모 봉성 부인(奉聖夫人) 객씨(客氏)와 사통(私通)하고 정사를 뒤흔들다가 의종(毅宗) 때에 탄핵을 받아 자살하였음.
- [註 310]
웅정필(熊廷弼) : 명나라 강하(江夏) 사람으로 자는 비백(飛百). 후금(後金)이 침입해 오자 요동(遼東)을 경략하여 공을 세웠으나 위충현(魏忠賢)의 참소로 참형(斬刑)되었음.- [註 311]
원숭환(袁崇煥) : 명나라 광동(廣東)사람으로, 자는 원소(元素), 후금(後金)이 침입할 때 요동을 지켰으며, 위충현(魏忠賢)의 참소로 잠시 벼슬을 떠났음. 병부 상서로 우부도어사(右副都御史)를 겸하고, 영원(寧遠)에 진치고 있다가 마침 청병(淸兵)이 계주(薊州)를 건너 경사(京師)를 넘보므로, 원숭환이 군대를 이끌고 이를 막으려 후퇴했는데, 조정에서는 이를 청병과 내통했다고 의심하여 잡아다 사형에 처하니, 명나라에는 이를 대신할 명장이 없어 결국 망하였음.- [註 312]
오삼계(吳三桂) : 명나라 요동(遼東)사람으로, 자는 장백(長白)임. 무인(武人)으로 이자성(李自成)을 토벌하기 위해 청군을 끌어들였으나, 청의 중국 통일을 돕는 결과가 됨. 청나라에서 평서왕(平西王)으로 봉했으나, 뒤에 청에 항거, 삼번(三藩)의 난을 일으키고 주제(周帝)라 자청하였지만 실패하였음.- [註 313]
호원(胡元) : 원(元)나라.- [註 314]
사유(四維) : 예(禮)·의(義)염(廉)·치(恥).- [註 315]
○乙酉/上召三大臣, 領議政李天輔引疾不入, 左議政金尙魯、右議政趙載浩入侍。 上曰: "皇朝有立銅碑之事, 而終出魏忠賢, 唐 昭宗、漢 獻帝之俯首受制不得自由, 尤極怪矣。" 載浩曰: "初不能防微杜漸, 大勢一傾之後, 則亦末如之何矣。 近看《明史》, 皇朝以分黨亡國, 黨中輒生四五黨, 自相誅戮。 如熊廷弼、袁崇煥之名, 將非其黨, 則輒相戕殺, 使山東、浙江諸賊得以猖獗, 吳三桂不得已毁長城一隅, 招入淸兵矣。" 上曰: "皇朝雖以黨習亡國, 而死節之臣, 亦莫如皇朝之多, 何也?" 載浩對曰: "皇朝掃蕩胡元, 四維畢張, 以此多死節之人矣。" 上曰: "今春逆獄以後, 初見卿矣, 卿已料逆變之如此乎? 卿須痛陳之。" 載浩曰: "臣已熟言之矣。 今春逆誅者, 不過以黨習, 轉輾至此。 黨與逆非異岐, 不售其習則拂鬱, 拂鬱則怨國, 怨國則至於作逆, 勿論彼此, 皆當知戒也。 今年諸賊, 論一沈 , 則其餘可知。 上之待 甚厚, 則渠竟爲逆者, 其所處然也。 居官廉而有威, 居家力行《小學》, 人所難及。 獨其論議甚怪, 故學益篤而論益怪, 京湖世族年少輩, 皆被訛誤。 若得志, 大事將出, 幸伏天誅。 然 大臣子, 意望大用, 而時議枳塞甚力, 以激其心, 其勢不得不交結壽垣同歸惡逆。 臣嘗論之曰, ‘渠之學問, 無君臣、父子、夫婦、長幼之倫, 獨以朋友一倫, 陷入於逆, 此專黨習也。’ 今年以後, 少論因悔悟而善成, 老論欲盡殺而無遺, 獨吏判申晩之意則不然。 臣以治腫說, 語晩曰, ‘諸賊腫也, 腫核也。 核已拔, 穴未完矣。 宜思調合之術, 而世人多欲執鍼亂刺一處。 破腫已是不幸, 何可遍刺一身乎?’ 一身乃殿下之國也, 自上深慮善處焉。" 上曰: "卿言甚善。 但予以致雲爲承旨, 昵侍予側, 尙懷凶心, 至今追思, 予實懍然。 與鼎衍相繼而出, 此輩必繁其徒, 以致雲之心視予者, 不知爲幾人, 予實痛焉。" 載浩曰: "爲國之道, 惟當壯我元氣。 元氣旣實, 則邪氣自退, 不可過自疑慮, 動於凶言。 臣於空中, 明見彼此之過。 殿下若示此心, 則人人皆起, 一邊多冤死者矣。 君臣猶父子, 今日無罪則用之, 明日有罪則治之, 殿下必思鎭安之道焉。 昨年宸夢, 今果符矣。" 上曰: "宸夢何以曰符?" 載浩曰: "其時聖敎以爲 ‘夢中一邊人盡殺一邊人, 一邊婦女哭而訴之。’ 以今觀之, 豈不符耶?" 上曰: "果相符矣。 此機不可失, 卿勿辭職, 以立今日規模可也。" 載浩以疾固辭。 又奏曰: "臣聞元景夏言, 今此纂修之書, 大異其意, 其子仁孫亦不仕進於纂修廳云。 冊子若成, 詳垂乙覽焉。" 上驚曰: "纂修之請, 始出於元景夏父子, 今聞若此何哉? 當召景夏問之矣。" 載浩曰: "今年逆死者五百餘人, 而若因纂修, 又生出廢族, 誠爲不幸, 須於辛、壬事勿復提起, 不止連累枳塞, 明賜曉諭, 令反側子自安。" 上曰: "當飭群下矣。" 載浩曰: "逆家田畓, 忠勳府、戶曹外不得次知, 意有在焉。 頃者摠戎廳、禁衛營、訓局, 相繼請得蒙允。 此路一開, 將不勝其弊矣。" 上曰: "此後此等草記勿施。" 載浩復引疾不出。 時纂修廳已設都提擧, 金在魯作序文, 歷敍己巳以後逆論源委, 堂上洪啓禧纂輯凶黨疏章事實頗詳。 仁孫時以郞官, 與啓禧爭論不合, 至是載浩以景夏言入奏。 晷刻之間, 縷縷數千言, 大抵皆鎭安朝廷之意, 上爲之傾聽, 深是其言。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3면
- 【분류】외교(外交) / 정론(政論) / 변란(變亂) / 출판-서책(書冊) / 역사-고사(故事) / 사법(司法) / 인사(人事) / 농업(農業) / 군사(軍事)
- [註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