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사출을 청하는 주청에 진참하지 않은 교리 여선장·수찬 이진수를 체차하게 하다
삼사(三司)에서 입대(入對)를 청하여 김성(金姓) 궁인(宮人)의 일을 다시 논쟁하였으나, 임금이 듣지 않았다. 정언 구명규(具命奎)·박사제(朴師悌)가 논하기를,
"교리 여선장(呂善長)·수찬 이진수(李眞洙)는 지난 겨울 복합(伏閤) 때 사피(辭避)하는 사연 중에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나가야 한다.’는 등의 말로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단서로 삼더니, 이번에 역비(逆婢)를 사출(査出)할 것을 청하는 아룀에도 진참(進參)할 생각이 없습니다. 규경(規警)하는 도리가 없을 수 없으니, 청컨대 모두 체차(遞差)하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처음에 김성(金姓) 궁인(宮人)이 독약을 탔다는 말이 김성절(金盛節)의 초사(招辭)에서 발설되어, 국청(鞫廳) 및 전후 대간(臺諫)의 논계에서 그를 조사해 내어 죄를 다스리자고 여러 번 청하였는데, 임금이 그때마다 윤허를 하지 않고 심지어 ‘원래 그런 일이 없었다.’고 전교하기까지 하였는데, 외정(外庭)에서는 오히려 더 강력하게 계청을 하였다. 한편 숙명 공주(淑明公主)의 아들 첨지(僉知) 심정보(沈廷輔)의 아내 이씨(李氏)는 곧 이진유(李眞儒)의 고모인데, 언젠가 대내(大內)로 뵈러 갔더니, 왕대비(王大妃)가 이씨에게 말하기를,
"김성 궁인이 참으로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면 주상께서 어찌 윤허하지 않겠는가? 나 역시 분명히 조사해 내고 싶지 않으랴마는 궁중에 실지로 그러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외정(外庭)에서 고집해 마지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하였다. 왕대비의 뜻은 이를 이진유 등에게 들려 주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이진유는 다시 이 논의를 주장하지 않았는데, 신치운(申致雲)·구명규(具命奎) 등은 김일경(金一鏡)·박필몽(朴弼夢) 무리의 비유를 맞추느라 전후의 일을 더욱 확대하여 복합 청대(伏閤請對)하면서 모든 관료들을 다 몰아다가 각기 소를 올려 논쟁하도록 하였고, 권두경(權斗經)은 대신(大臣)들이 정청(庭請)을 선뜻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광좌(李光佐)를 몰아내려고 꾀하였고, 윤서교(尹恕敎)는 상소에서 ‘이 역적이 선조(先朝) 때부터 공봉(供奉)해 온 지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에 전하께서 사랑하는 것이라면 역시 사랑하였는지라, 전하의 효심(孝心)에 차마 못할 바가 있어서 이처럼 멈칫거리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하였는가 하면, 또 효종 때 조 서인(趙庶人)을 목벤 고사를 끌어대었으니, 그 의도는 선조의 후궁 영빈 김씨(寧嬪 金氏)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을사년113) 에 번국(飜局)될 즈음에 윤봉조(尹鳳朝)·방만규(方萬規)의 무리들이 드디어 이것을 구실로 화를 전가시킬 계획을 세우고 감히 말해서 안 될 처지까지도 함부로 마음대로 무고하며 오욕하였으니 이들의 죄는 본시 위로 하늘 끝까지 닿았거니와, 역시 신치운·구명규·윤서교 등이 남의 화를 즐거워하고 일꾸미기를 좋아하는 거조를 스스로 불러온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31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註 113]을사년 : 1725 영조 원년.
○三司復請對, 爭金姓宮人事, 不聽。 正言具命奎、朴師悌論: "校理呂善長、修撰李眞洙, 以前冬伏閤時避辭中, 不得其言則去等語, 爲不可更進之端, 今於逆婢査出之啓, 無意進參。 不可無規警之道, 請竝遞差。" 上從之。 初金姓宮人行藥之說, 發於盛節之招, 鞫廳及前後臺啓, 屢請査出按治, 上輒不許, 至以元無爲敎, 外庭猶請之甚力。 淑明公主子僉知沈廷輔妻李氏, 卽李眞儒之姑也。 嘗朝大內, 王大妃謂李氏曰: "金姓宮人, 苟有可疑者, 主上豈不許之? 予亦豈不明査出付, 而宮中實無其人, 故不得査出。 外庭猶持之不已, 何也?" 大妃之意, 蓋欲使眞儒輩聞之。 眞儒自此, 不復主張是論, 而申致雲、具命奎等, 承望一鏡、弼夢輩風旨, 後先張大, 伏閤請對, 盡驅庶官百僚, 各上疏爭論, 權斗經輩, 以大臣不肯庭請, 謀逐李光佐, 尹恕敎疏, 至以此賊自先朝供奉已久, 故以殿下所愛亦愛之, 孝有所不忍, 而如是遲徊爲辭, 又引孝廟誅趙庶人故事。 其意指先朝後宮寧嬪金氏, 而及至乙巳翻局之際, 鳳朝、萬規輩, 遂藉此爲嫁禍之計, 公肆誣汚於不敢言之地。 此輩之罪, 固已上通于天, 而亦未必非致雲、命奎、恕敎等樂禍喜事之擧, 有以自取也。
- 【태백산사고본】 7책 1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31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