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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종실록 5권, 경종 1년 10월 12일 己巳 2번째기사 1721년 청 강희(康熙) 60년

청은군 한배하·행 사직 이정신 등이 조성복을 벌할 것을 청하다

청은군(淸恩君) 한배하(韓配夏)·행 사직(行司直) 이정신(李正臣)이 각각 상소하여 조성복(趙聖復)에게 왕법(王法)을 바로 행하기를 청하였다. 행 사직 홍만조(洪萬朝) 등 43인이 상소하여 조성복에게 왕법을 바로 행하기를 청하고, 또 말하기를,

"어제의 비망기(備忘記)는 얼마나 망극(罔極)한 일입니까? 그런데 대신이 된 자는 사실(私室)에 드러누워 태연하게 꼼짝도 않다가 느릿느릿 들어와 밖에서 바로 돌아갔습니다. 또 그 차사(箚辭)는 도리어 급작스레 계품(啓稟)한 것을 가지고 승정원을 꾸짖어 문을 밀치고 들어가 극진히 말을 한 신하에게 죄를 돌리려고 함이 현저하였습니다. 이는 조성복과 같은 심장(心腸)이니, 그 차자 가운데 일언 반사(一言半辭)도 조성복을 논척(論斥)함이 없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러니 오늘날 토죄(討罪)가 어찌 조성복 한 사람에게만 그치고 말겠습니까?"

하고, 행 사직(行司直) 박태항(朴泰恒) 등 28명이 상소하기를,

"오늘날 모든 신료(臣僚)들이 누군들 전하의 신하가 아니겠습니까? 한밤중에 금중(禁中)에서 척지(尺紙)가 갑자기 내려졌는데, 대신은 깊이 잠들었고 삼사(三司)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으니, 그 마음 둔 바는 길가는 사람도 아는 바입니다. 또 듣건대 한 대신이 올린 차자에서는 중신(重臣)이 깊은 밤에 청대(請對)한 것을 가지고 승선(承宣)을 허물하고 꾸짖었다 합니다. 아! 명색이 대신이 되어 나라의 예사롭지 않은 일을 당하여 한 사람을 베개를 높이 베고 방관(傍觀)하고 【김창집을 가리킨다.】 한 사람은 소장을 올려 반격하였습니다. 【이건명을 가리킨다.】 대신이 이와 같으니 그 밖의 사람들은 알 만합니다. 청컨대 두 정승과 삼사(三司)에게 아울러 견벌(譴罰)을 베푸소서. 조성복은 비록 천극(栫棘)하라는 명이 있었으나, 그 죄가 이에 그침은 마땅하지 아니합니다. 또한 원하건대 빨리 현륙(顯戮)을 더하여 떳떳한 법을 바로잡으소서."

하고, 행 사과(行司果) 한세량(韓世良)이 상소하기를,

"엎드려 정원(政院)에 내린 비망기를 보건대, ‘대소 국사(大小國事)를 아울러 세제(世弟)로 하여금 재단(裁斷)하게 한다.’는 하교가 있었고, 이어서 조성복(趙聖復)의 상소를 보았더니, ‘정무(政務)를 재결할 적마다 언제나 세제를 불러서 참여해 듣게 하여 가부(可否)를 상확(商確)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아!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땅에는 두 임금이 없는 법이니, 전하를 북면(北面)하는 자로서 어찌 감히 이와 같은 말을 마음속에 품었다가 입밖에 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비록 ‘세제로 하여금 조정에 임하게 하라.’고 곧장 청한 말은 없으나, 그 즉시, ‘언제나 불러서 참여해 듣게 하여 가부를 상확(商確)하게 하라.’고 한 것이 조정에 임하기를 청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남의 신하가 되어서 감히 몰래 천위(天位)484) 를 옮길 계책을 품었으니, 그 죄상으로 보건대 어찌 하루라도 천지간에 숨을 쉬며 살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번 저위(儲位)를 세우기를 청할 때, ‘공정왕(恭靖王)485) 때의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고 한 것을 대개 아우를 저위로 삼는 뜻을 인용한 것이겠으나, 곧 말단의 한 가지 일은 그래도 나라 사람들이 의혹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은 이러한데도 나라의 형벌을 바르게 시행하지 아니한다면, 대의(大義)가 없어지고 강상(綱常)이 무너져서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장차 잇따라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였는데, 승정원에서 아뢰어 배척하기를,

"박태항의 상소는 위험하여 곧 하나의 급서(急書)이고, 한세량의 상소에, ‘하늘에는 두 해가 없다.’고 한 것과, ‘몰래 천위(天位)를 옮기려고 한다.’는 말은 모두 지극히 흉패(凶悖)합니다. 그리고 ‘말단의 한 가지 일’이라고 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일을 가리키는 것이며, ‘나라 사람들이 의혹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말인지요? 위태하고 의심하는 마음을 망령되게 품어 감히 말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 핍박함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으니, 남의 신하가 되어 어찌 감히 이런 말을 마음에 품었다가 입밖에 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하였다. 좌의정 이건명(李健命), 사간(司諫) 어유룡(魚有龍), 정언(正言) 신무일(愼無逸), 지평(持平) 이유(李瑜)·유복명(柳復明) 등이 청대(請對)하였으나, 임금이 허락하지 아니하고 생각을 글로 써서 들이라고 명하였다. 이건명이 아뢰기를,

"어제의 예사롭지 않은 하교가 비록 뜻밖에 나왔을지라도 성심(聖心)으로 깨달으시어 즉시 곧 도로 거두었으니, 밤 사이에 인심이 안정되고 중외(中外)에서 기뻐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에 소장(疏章)이 어지러이 공거(公車)486) 에 가득 찼으니, 조신(朝臣)을 얽어 모함하지 아니하는 것이 없습니다. 한세량(韓世良)의 상소는 말뜻이 흉패(凶悖)하여, ‘하늘에는 두 해가 없다.’고 하고, ‘몰래 천위(天位)를 옮기려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그 뜻이 조정 신하를 얽어 모함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히 말하지 못할 곳으로 몰아넣어 핍박함이 현저히 있으니, 왕법(王法)으로 논한다면 엄하게 구문(究問)을 가하여 인심을 진정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상(首相)이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데 대해서는 신이 앞서의 차자(箚子)에 간략하게 논하였습니다. 지난 선조(先朝) 때에 수상이 또한 일찍이 여러 번 치사(致仕)를 청하였으나 끝내 허락하지 아니한 것은 예절(禮節)을 소홀히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가 ‘어제화상찬(御製畫像贊)’을 보건대 그 생각하고 사랑하며 권장하고 칭찬함의 융성함은 진실로 천고(千古)의 군신(君臣)사이에 드물게 있는 바인데, 이제 즉위하신 초기에 갑자기 물러남을 허락하시니, 선왕의 뜻을 추모하고 옛사람을 임용하는 도리에 부족함이 있지 아니하겠습니까? 바라건대 한세량을 나핵(拿覈)하고, 수상(首相)의 치사를 허락한 명을 도로 정지하소서."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이번의 일은 본래 대간(臺諫)의 상소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 여러 신하들이 잘못 안 소치이다. 영상(領相)은 늙고 병이 많아 혹 몸을 상하게 할까 염려한 나머지 한가로운 때 편히 조리하도록 하여 함께 나랏일을 처리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건대 경솔하였음을 면하지 못하였으니, 이제 막 환수(還收)하였다. 한세량의 소어(疏語)는 근거가 없으니, 경의 말이 옳다."

하였다. 이어 김창집의 휴치소(休致疏)를 도로 들이라고 명하여 비지(批旨)를 고쳐서 내리고, 청한 바를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어유룡(魚有龍)·신무일(愼無逸)·이유(李瑜)·유복명(柳復明) 등이 각각 진계(陳啓)하여 박태항(朴泰恒)·한세량(韓世良) 등의 사소를 논변(論辨)하고, 그 경중에 따라 죄를 바로잡을 것을 청하였다. 이유의 계사(啓辭)는 또 최석항(崔錫恒)의 전날 밤의 청대(請對)를 배척하여 이르기를,

"여러 신하가 미처 도착하지 아니한 때를 타서 급히 입대(入對)하여, 함께 들어가서 힘써 다투는 길을 거꾸로 막음으로써 자기가 홀로 일을 처리한 자취를 자랑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모두 ‘번거롭게 하지 말라.’고 유시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17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

  • [註 484]
    천위(天位) : 왕위.
  • [註 485]
    공정왕(恭靖王) : 정종(正宗).
  • [註 486]
    공거(公車) : 공문서, 혹은 그것을 관장하는 관청.

淸恩君 韓配夏、行司直李正臣, 各上疏, 請正趙聖復王法。 行司直洪萬朝等四十三人, 上疏請正趙聖復王法, 又言:

日昨備忘, 何等罔極之擧, 而爲大臣者, 偃臥私室, 恬不知動, 緩緩入來, 自外徑還? 且其箚辭, 反以遽然啓稟, 督過喉司, 顯欲歸罪於排闥盡言之臣。 此與聖復, 同一心腸, 宜其箚中無一言半辭, 論斥聖復者。 今日討罪, 豈但止於聖復一人哉?

行司直朴泰恒等二十八人上疏言:

今日具僚, 孰非殿下之臣子? 半夜禁中, 尺紙猝降, 而大臣熟睡, 三司寂默, 其心所在, 路人所知。 且聞一大臣陳箚, 至以重臣之深夜請對, 咎責承宣。 嗚呼! 名爲大臣, 而當國家非常之擧, 一則高枕而傍觀, 【指金昌集。】 一則投章而反攻。 【指李健命。】 大臣如此, 其他可知。 請竝施兩相及三司譴罰。 聖復雖有栫棘之命, 而其罪不宜止此。 亦願亟加顯戮, 以正常憲。

行司果韓世良上疏曰:

伏見下政院備忘, 有大小國事, 竝令世弟裁斷之敎, 繼見趙聖復疏, 有曰: "政務裁決之際, 輒引世弟參聽, 商確可否。" 噫嘻! 天無二日, 地無二王。 北面殿下者, 何敢以此等語, 萠於心而發之口哉? 雖無直請, 使世弟臨朝之語, 而其曰輒引參聽, 商確可否者, 非請臨朝而何? 爲人臣子, 敢懷陰移天位之計, 其罪安得一日容息於覆載之間乎? 向於儲位請建之時, 似指恭靖王時事云者, 蓋引以弟爲儲之意, 而卽末後一事, 猶未免國人之疑惑。 臣以爲此而不正邦刑, 大義滅而綱常斁, 亂臣賊子, 將接迹而起矣。

政院啓斥: "泰恒疏危險, 便一急書, 世良疏天無二日之云, 陰移天位之說, 俱極凶悖。 至於末後一事者, 果指何事? 國人疑惑者, 果有何說? 妄懷危疑之心, 而自不覺挨逼於不敢言之地。 爲人臣子, 何敢以此等語, 萠於心而發諸口哉? 左議政李健命、司諫魚有龍、正言愼無逸、持平李瑜柳復明等請對, 上不許, 命書入所懷。 健命啓言: "日昨非常之敎, 雖出於意慮之外, 聖心覺悟, 旋卽收還, 半夜之間, 人心妥帖, 中外歡抃, 而一日二日, 疏章紛然, 充滿公車者, 無非搆捏朝臣, 而韓世良之疏, 語意凶悖, 有曰: ‘天無二日。’ 有曰: ‘陰移天位。’ 此其意, 非在構陷廷臣, 顯有挨逼於不敢言之地。 論以王法, 不可不嚴加究問, 以鎭人心。 至於首相之不可去位, 臣於前箚, 略論之矣。 曾在先朝, 首相亦嘗屢請休致, 而終不許者, 非欲踈於禮節也。 竊覵御製畫像贊, 其眷注奬許之隆, 實千古君臣所罕有。 今於嗣服之初, 遽然許退, 豈不有歉於追先志任舊人之道哉? 乞命拿覈世良, 還寢首相休致之命。" 上答曰: "今番事, 本非臺疏而發也。 諸臣誤認之致也。 領相年老多病, 慮或傷損, 假閑調便, 共濟國事, 更思之, 未免輕率, 才已還收。 韓世良疏語, 無據, 卿言是矣。" 仍命還入昌集休致疏, 改下批旨, 不允所請。 魚有龍愼無逸李瑜柳復明等, 各陳啓論, 辨朴泰恒韓世良等疏, 請隨其輕重正罪。 李瑜之啓, 又斥崔錫恒之前夜請對, 以爲: "乘諸臣之未及到, 忙急入對, 逆杜齊入力爭之路, 要衒自家獨辦之跡。" 上竝諭以勿煩。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17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