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공주의 집을 사서 왕자 연령군 이헌에게 주려 하다
선조(宣祖)의 따님 정명 공주(貞明公主)의 집을 사서 왕자(王子) 연령군(延齡君) 이헌(李昍)에게 주었으니, 예조 판서(禮曹判書) 이인엽(李寅燁)의 말대로 한 것이다. 이인엽은 말하기를,
"구가(具家)는 인헌 왕후(仁獻王后)의 부모[考妣]의 사우(祠宇)를 봉안(奉安)하고 있으므로, 그 집을 사기가 미안(未安)하니, 마땅히 영안위(永安尉)458) 의 집을 사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최석정(崔錫鼎)은 말하기를,
"신이 듣건대 홍만용(洪萬容)이 사람들을 대하여 말하기를, ‘조정[朝家]에서 사려고 한다면 우리 집도 또한 마땅히 바치겠다.’고 했다 합니다."
하였다. 이인엽이 말하기를,
"홍만용의 말은 신도 또한 들었습니다. 만약 조정에서 산다면 어찌 감히 바치지 않겠습니까?"
하니, 조상우(趙相愚)가 말하기를,
"길지(吉地)와 복가(福家)를 선택하려고 한다면 구가(具家)는 자손(子孫)이 많지 않고, 영안위(永安尉)의 집안은 자손이 번연(繁衍)하므로, 본디부터 복가(福家)라고 일컬었으니, 이를 사는 것이 옳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여러 신하들의 말이 옳으니, 영안위(永安尉)의 집을 사라."
하였다. 이인엽은 왕자(王子)가 나이 어리니, 궁실(宮室)을 크게 건축하는 것은 급무(急務)가 아니라는 이유로써 간략하게 진계(陳啓)한 것이 있었는데, 임금이 유의(留意)하겠다는 것으로써 답하였다.
사신(史臣)은 말한다. "한(漢)나라의 명제(明帝)는 계세(季世)의 중주(中主)459) 인데도 그가 말하기를, ‘짐(朕)의 아들을 어찌 감히 선제(先帝)의 아들과 견주겠는가?’라고 하였으니, 군주(君主)가 만약 선조(先朝)의 귀한 공주의 집을 취하여 지금 왕자(王子)의 집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신자(臣子)된 자는 진실로 의리(義理)를 인용하여 힘껏 간쟁(諫諍)하기에 여가가 없어야 할 것인데도, 지금 이인엽(李寅燁)은 임금의 뜻의 향하는 것이 정명 공주(貞明公主)의 집에 꼭 있음을 알고서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써 핑계하여 사기를 청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예조 판서[大宗伯]의 직책(職責)이겠는가? 이미 스스로 임금[君父]께서 갑제(甲第)460) 를 사는 것으로써 찬성하고는 곧 다시 왕자(王子)의 궁실(宮室)을 크게 짓는 것을 경계(警戒)하였으니, 어찌 그 말이 스스로 서로 모순(矛盾)되는가? 최석정(崔錫鼎)은 영상(領相)의 자리에 있으면서 능히 그 말을 엄중하게 퇴척(退斥)하지 못하고 도리어 뇌동(雷同)하는 말을 하였으며, 이조 판서[大冡宰]가 귀개 공자(貴介公子)를 위하여 길지(吉地)와 복가(福家)를 선택하는 데에 이르렀으니, 아! 또한 부끄러운 점이 심하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46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0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재정-상공(上供) / 역사-사학(史學)
- [註 458]
○買宣廟女貞明公主第, 與王子延齡君 昍。 用禮曹判書李寅燁言也。 寅燁言: "具家奉安仁獻王后考妣祠宇, 買之未安, 宜買永安尉家也。" 錫鼎曰: "臣聞洪萬容對人言, 自朝家欲買, 則吾家亦當納之矣。" 寅燁曰: "洪萬容之言, 臣亦聞之。 若自朝家買之, 安敢不納?" 相愚曰: "欲擇吉地、福家, 則具家子孫不多, 永安家則子姓繁衍, 素稱福家, 買之可矣。" 上曰: "諸臣言是。 永安尉家買之。" 寅燁以王子沖幼, 廣營宮室, 非急務, 略有陳戒, 上以留意答之。
【史臣曰: "漢之明帝, 季世中主, 而其言曰: "朕子安敢與先帝子比也?" 人君若欲取先朝貴主之第, 爲今王子之宅, 則爲臣子者, 固當引義力爭之不暇, 而今者李寅燁, 知上意所向, 政在貞明公主之第, 委以省費建請買之, 此豈大宗伯之職責耶? 旣自贊君父以買甲第, 旋復戒王子之廣宮室, 何其言之自相矛盾也? 崔錫鼎居元輔之位, 不能嚴斥其言, 乃反爲雷同之言, 至於大冡宰之爲貴介公子, 擇吉地、福家, 吁亦可羞之甚矣。"】
- 【태백산사고본】 53책 46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0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재정-상공(上供)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