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상 심지원이 영남의 백성을 구휼할 것 등을 아뢰다
상이 흥정당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의 여러 신하들을 인견하였다. 좌상 심지원이 아뢰기를,
"요사이 지방에는 곳곳마다 전염병이 대단히 성하고, 또 양남(兩南)의 장계를 보니, 기근이 몹시 참혹하여 구제할 계책이 전혀 없습니다. 영남의 흉년이 특히 심하여 영동(嶺東) 곡식 1만여 섬을 운송하여 진휼한다 하더라도 두루 미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다시 영동의 산화전(山火田)에서 거둔 세곡을 더 운송하여 구활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지원이 또 아뢰기를,
"기전(畿甸) 백성들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으니 지금도 이러한데 더구나 내년 봄은 오죽하겠습니까. 삼가 듣건대 선혜청에서 내는 태복(太僕)078) 의 말먹이는 곡식이 8천여 섬에 이를 만큼 많다고 합니다. 수천 섬을 떼내어 굶주림을 구휼하는 자본으로 삼고 소와 말은 서북도(西北道)의 각고을에 나누어 기르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태복으로 하여금 그 숫자를 따져서 거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우상 원두표(元斗杓)가 아뢰기를,
"정관(政官)이 상피(相避)하는 법에는 사촌으로 한정을 삼았으나, 만일 출계(出繼)하면 사촌이라도 간혹 임명된 자가 있었으니, 명백히 규식을 정하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법전(法典)에 만일 ‘출계하면 상피가 없다.’고 했으면 진실로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찌 상피하는 혐의가 없겠는가. 출계를 물론하고 일체 상피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대사헌 홍중보와 대사간 이은상이 함께 이민구의 서명을 도로 거두라고 청하였으나, 상이 따르지 않았다. 중보는 민주면을 체직하고 이무는 출사시키기를 청하고, 은상은 정창도를 체직하고 이지무는 출사시키기를 청하니, 모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255면
- 【분류】구휼(救恤) / 인사-관리(管理) / 인사-임면(任免) / 사법-법제(法制) / 재정-창고(倉庫) / 교통-마정(馬政)
- [註 078]태복(太僕) : 사복시.
○上御興政堂, 引見大臣及備局諸臣。 左相沈之源曰: "近來外方癘疫, 處處熾盛, 且見兩南狀啓, 則饑饉孔慘, 斷無救活之策。 而嶺南之凶荒特甚, 雖以嶺東萬餘石穀, 轉運以賑, 勢難遍及。 請更以嶺東山火田收稅之穀, 添運救活。" 上從之。 之源又曰: "畿甸之民, 亦多窮饑, 今且如此, 況明春乎? 竊聞宣惠廳, 所出太僕飼馬之穀, 多至八千餘石。 除出數千石, 以爲賑飢之資, 而牛馬則分養於西北道各邑, 似爲一助也。" 上曰: "令太僕量定厥數擧行。" 右相元斗杓曰: "政官相避之法, 以四寸爲限, 而若爲出繼, 則雖四寸, 或有除拜者, 宜有明白定式矣。" 上曰: "法典內, 若曰出繼無相避, 則固當除拜, 而不然則豈無相避之嫌乎? 勿論出繼, 一體相避可矣。" 大司憲洪重普、大司諫李殷相, 竝請還收李敏求敍命, 上不從。 重普請遞閔周冕而出李堥, 殷相請遞丁昌燾而出李枝茂, 竝從之。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255면
- 【분류】구휼(救恤) / 인사-관리(管理) / 인사-임면(任免) / 사법-법제(法制) / 재정-창고(倉庫) / 교통-마정(馬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