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이 봄부터 경연을 열 것 등을 아뢰다
정원이 아뢰기를,
"어제 ‘임금은 하늘을 몸받아 아랫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므로 만물이 발육 생양하는 봄을 당하였으니 마땅히 병생(竝生)의 은혜를 미루어야 한다.’는 것으로 전교하시니, 신들은 성상의 호생지덕(好生之德)이 천지와 더불어 한가지로 크심을 흠앙하였습니다.
신들은 삼가 생각건대 정월(正月)은 바로 삼양(三陽)의 달로 괘로는 태괘(泰卦)에 속하는데, 태는 천지가 교접하여 만물이 이루어지는 것을 이름입니다. 천지가 교접하지 않으면 만물이 이루어지지 않고 상하가 교접하지 않으면 치도(治道)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성인이 하늘을 몸받아 정사를 행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상하의 정을 통하게 함으로써 지치(至治)의 공을 이루었습니다. 지금 우리 성상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어버이를 잃은 슬픔과 근심이 예제(禮制)를 넘어 옥후가 편치 못하시므로 병을 진정시키고 조섭하기 위해서 신하를 불러들여 자문하는 일을 오랫동안 폐하시니, 대소 신료들이 성안(聖顔)을 한 번도 뵙지 못한 지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성상의 학문이 고명하시니 비록 강론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마는, 인심은 편안한 데에 길들여지기 쉽고 성취는 반드시 정성스러운 인도에 힘입는 것입니다. 더구나 오늘날 시사(時事)에 어려움이 많고 변방의 근심이 매우 위급하여 계획하고 처리해야 할 대책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천문(天門)이 깊숙하여 나아가 뵈올 길이 없으므로 상하가 막혀 뭇사람들이 답답해 하니, 이것이 어찌 치세(治世)에 하나의 큰 근심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봄볕이 점점 따뜻해지고 해가 점점 길어지니 화평하신 성상의 옥후도 지난날과는 다르실 것입니다. 그러니 혹 고요히 조섭하는 여가에 때때로 신료를 인견하시어 경전을 토론하고 치도(治道)를 자문하시어 천지가 교태(交泰)하는 뜻을 본받아 막혀 답답한 상하의 정을 통하시면 더더욱 성스러워지고 더더욱 잘 다스려지는 방도에 어찌 조금은 도움이 되는 효과가 없겠습니까. 신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몸으로 근밀한 자리에 있으면서 ‘하늘을 몸받겠다.’는 전교를 받들고서 감히 그와 관련된 말을 이끌어다 올립니다. "
하니, 전교하기를,
"계사를 자세히 보니 지극한 뜻을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봄추위가 아직도 사납고 상기(祥期)가 이미 박두하였으므로 병 끝의 심사가 더욱 황급하니, 경연을 여는 것이라면 기력이 미치기 어렵거니와, 신료를 불러 자문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깊이 생각하겠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상이 즉위한 이래로 한 번도 정사를 보지 않았으므로 양사와 옥당이 번갈아 상소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되, 매양 조섭한다는 것으로 전교하였다. 1년이 넘는 조섭 기간에 어찌 하루도 병이 나은 날이 없었겠는가.】
- 【정족산사고본】 3책 12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387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역사-사학(史學) / 과학-역법(曆法)
○政院啓曰: "昨日以人君體天臨下, 當春發養宜推竝生之惠爲敎, 臣等欽仰聖上好生之德, 與天地同其大也。 臣等仍伏惟念, 正月乃三陽之月也, 於卦屬泰, 泰者, 天地交而萬物遂之謂也。 天地不交, 則萬物不遂, 上下不交, 則治道不成。 故自昔聖人體天行政, 必通上下之情, 以成至治之功。 今我聖上嗣位以來, 哀疚踰禮, 玉候愆和, 靜鎭調攝, 久廢延訪, 大小臣僚, 一不得仰瞻淸光者, 已經年矣。 聖學高明, 雖不待於講論, 而人心易狃於燕安, 成就必資於啓沃。 況今時事多艱, 邊虞孔棘, 籌畫料理之策, 不一其端, 天門深邃, 晉接無路, 上下阻隔, 群情鬱抑, 豈非治世之一大憂乎? 今者春陽漸熙, 日晷向長, 自上調平之候, 亦異於曩日。 倘於靜攝之暇, 時引臣僚, 討論典墳, 詢咨治道, 法天地交泰之義, 通上下阻鬱之情, 則其於聖益聖治益治之方, 豈無一毫補益之效乎? 臣等俱以無狀, 忝冒近密, 仍承體天之敎, 敢進觸類之說。" 傳曰: "啓辭具悉, 足見至意。 但春寒尙嚴, 祥期已迫, 病餘心事, 益復遑遑, 開筵則氣力難及, 延訪之事, 則當體念焉。"
【史臣曰: "王臨御以來, 一不視事, 兩司玉堂, 交章獻箚, 非止一再, 而每以調攝爲敎。 經年調攝之間, 豈無一日可瘳之日乎?"】
- 【정족산사고본】 3책 12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387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역사-사학(史學) / 과학-역법(曆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