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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 26권, 선조 25년 4월 14일 癸卯 8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왜적이 상주에 침입하자 이일의 군대가 패주하다

왜적이 상주(尙州)에 침입했는데, 이일의 군대가 패주하였다. 처음에 경상 감사 김수(金晬)가 적변(賊變)을 듣고는 곧바로 《제승방략(制勝方略)》에 의거하여 군대를 분배시킨 뒤 여러 고을에 이문(移文)하여 각각 소속 군사를 거느리고 약속된 지역에 나아와 주둔하게 하였다. 이 때문에 조령 밑의 문경(聞慶) 이하 수령들이 모두 군사를 거느리고 대구(大邱)로 달려와 둔병하여 원야(原野)에서 노숙하였는데 전혀 통제가 되지 않은 채 순변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적의 군대가 갑자기 들이닥치자 많은 군사가 놀라 동요하여 밤중에 진이 저절로 무너졌는데 수령들이 단기(單騎)로 도망하여 돌아왔었다.

그 뒤에 이일이 비로소 조령을 넘어 문경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이미 고을이 한 사람도 없이 텅 빈 상태였다. 이에 스스로 창고의 곡식을 내어 군사들을 먹이고 상주에 이르니, 목사 김해(金澥)는 순변사의 행차를 맞이한다는 핑계로 산곡(山谷)에 들어가 숨었다. 이일이 판관 권길(權吉)을 잡아들여 군대를 뽑도록 당부하였으나 한 사람도 얻지 못하였으므로 참(斬)하려 하였다. 이에 권길이 스스로 나가 불러 모으겠다고 하고 밤새도록 촌락 사이를 수색하여 수백 명을 얻었는데 모두 농민들이었다. 이일이 또 창고의 곡식을 내어 흩어진 백성들을 유인해 모집하여 수백 명을 얻고 나서 창졸간에 대오를 편성하니 군사의 총수가 6천여 명에 불과했다.

당시 왜적은 이미 선산(善山)에 이르렀다. 저물녘에 개령(開寧)사람이 와서 적이 가까이 왔다고 알리자 이일이 여러 사람들을 미혹시킨다고 하여 참(斬)하였다. 이일의 군사는 척후(斥候)가 없는데다가 백성들이 또한 감히 알리지 못했기 때문에 적병이 벌써 상주 남쪽 20리 되는 냇가에 주둔하고 있었는데도 알지 못하였다. 이일이 한창 상주 북쪽 냇가에서 습진(習陣)하고 있었는데 얼마 있다가 고을의 성 안 몇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므로 이일이 그제서야 군관 박정호(朴挺豪) 등을 시켜 가서 탐지하게 하였다. 그러나 적이 이미 숲 사이에 잠복하여 있다가 즉시 총을 쏘아 죽이고는 머리를 베어 가지고 갔다. 정호는 본래 용사(勇士)로 유명하여 군인(軍人)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가 꺾일 정도의 인물이었다.

적이 마침내 크게 집결하여 포환(砲丸)을 일제히 쏘아대며 좌우에서 에워싸니 군인들이 겁에 질려 활을 쏘면서도 시위를 한껏 당기지도 못했다. 군대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이일은 곧바로 말을 달려 도망하였으며 군사들은 모두 섬멸되었다. 종사관(從事官)인 홍문관 교리 박호(朴箎)·윤섬(尹暹), 방어사 종사관인 병조 좌랑 이경류(李慶流), 판관 권길이 모두 죽었다. 이일은 군관 한 명, 노자(奴子) 한 명과 함께 맨몸으로 도망해 문경에 이르러 장계를 올려 대죄(待罪)하고, 다시 조령을 넘어 신입의 군진으로 향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2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尙州, 李鎰兵潰走還。 初, 慶尙監司金睟聞賊變, 卽依《制勝方略》分軍, 移文列邑, 各率所屬兵, 進屯信地。 故嶺底聞慶以下諸守令, 皆領兵赴大丘, 屯兵露次原野, 無所統屬, 以待巡邊使來, 而賊鋒遽逼, 衆軍驚動, 中夜自潰, 守令等單騎奔還。 乃後李鎰始逾嶺, 入聞慶縣, 已空無一人。 乃自發倉穀餉軍, 至尙州, 牧使金澥託以迎候使行, 遁入山谷。 鎰捉入判官權吉, 責出兵不得, 欲斬之, 願自出招集, 乃達夜搜索村落間, 得數百人, 皆農民也。 又發倉廩, 誘募散民, 得數百人, 倉卒徧伍, 合兵僅六千餘人。 時, 賊已至善山, 暮有開寧人來報賊近, 以爲惑衆, 而斬之。 軍無斥候, 百姓又不敢告, 賊兵已屯州南二十里川上, 而不知也。 方習陣于州北川邊, 俄而州城中數處火起, 始使軍官朴挺豪等往探, 賊已伏林間, 卽發銃殺之, 取首而去。 挺豪本勇士有名, 軍人望見氣奪。 賊遂大集, 砲丸齊發, 左右圍住, 軍人惶怯發矢, 不能滿彎。 軍大亂, 卽撥馬逃去, 軍兵皆殲。 從事官弘文校理朴箎尹暹、防禦使從事官兵曹佐郞李慶流、判官權吉皆死。 與一軍官、一奴子裸身行走到聞慶, 狀啓待罪, 還踰鳥嶺, 趨申砬軍。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12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