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중추부사로 치사한 정종영의 졸기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로 치사(致仕)한 정종영(鄭宗榮)이 졸하였다.
종영의 자는 인길(仁吉)이다. 도량이 넓고 굳세었으며 삼가고 부지런한 자세로 공사(公事)에 힘을 다하여 세 조정에 두루 벼슬하였다. 명종 초기에 윤원형(尹元衡)의 첩 정난정(鄭蘭貞)은 바로 종영의 서고모(庶姑母)였다. 원형이 상변(上變)하여 옥사를 일으킬 적에 논의에 참여하도록 넌지시 일깨워주었으나 종영은 거짓 모르는 체하고 응하지 않았다. 난정이 참람하게 정실(正室)이 되어 부인(夫人)에 봉해져서 외명부(外命婦)의 우두머리에 있게 되자 사람들이 감히 항변하지 못하였으나 종영은 오히려 얼척(孼戚)으로 대우하였다. 이 때문에 원형이 크게 유감을 품어 매양 죄를 얽어 해치려 하였다. 난정의 어머니가 난정을 경계하기를,
"너는 종손을 해치지 말라. 내가 맹세코 죽음으로써 당하겠다."
하였으므로, 화를 면하게 되고 예전처럼 현달(顯達)한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당저(當宁)042) 때에 벼슬하게 되어서도 청망(淸望)이 쇠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오직 도학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후진을 소외하였으며, 또 이발 등에게 미움을 받아 탄핵을 거듭 입었다. 상이 그를 정직하게 여겨 정승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마침내 나이가 퇴휴(退休)할 시기에 이르렀으므로 명절(名節)을 잃지 않게 되었다. 자손이 많은데 아들 정혹(鄭㷤)은 명관이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5책 2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82면
- 【분류】인물(人物)
- [註 042]당저(當宁) : 선조를 말함.
○朔丙子/判中樞府事致仕鄭宗榮卒。 宗榮字仁吉。 弘毅有局量, 恪勤奉公, 歷仕三朝。 當明廟初, 尹元衡妾蘭貞, 卽宗榮庶姑也。 元衡之上變起獄也, 諷使預議, 宗榮佯爲不知而不應。 蘭貞旣僭爲正室, 封夫人, 居外命婦首, 人莫敢抗, 宗榮猶以孽戚待之, 元衡大憾, 每欲搆害。 蘭貞之母戒蘭貞曰: "爾勿害宗孫, 吾誓以死當之。" 故得免於禍, 通顯如故。 及仕當宁, 淸望不衰, 而惟不好道學, 踈外後進。 且爲李潑等所憎, 重被彈刺。 上爲直之, 欲以爲相, 竟以年至退休, 不失名節。 子孫衆多, 子㷤爲名官。
- 【태백산사고본】 5책 2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82면
- 【분류】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