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만세덕이 새해를 축하하는 글을 올리다
경리(經理) 만세덕(萬世德)이 하첩(賀帖)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가 말씀드립니다. 왕인(王人)의 대일통(大一統)005) 에 사해(四海)가 모두 봄이 되었음을 기뻐하고, 서방(庶邦)이 군상(君上)을 높임에 삼한(三韓)의 역삭(易朔)006) 을 경축합니다. 이미 채전(彩箋)007) 의 아름다운 노래를 받들었으나 절묘한 문사(文詞) 없음이 부끄럽습니다. 공경히 몇 줄 서한(書翰)으로 애오라지 간절한 사례의 말씀을 올립니다.
화창한 바람 단비는 얼어붙은 눈과 얼음을 녹이고 빛나는 해 상서로운 구름은 새 봄의 화창한 기운을 폅니다. 다행히도 교루(郊壘)가 맑자 세시(歲時)가 바뀌었는데, 화려한 폭죽(爆竹)놀이는 정인(征人)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족하고 성대한 축사(祝詞)는 지주(地主)008) 의 면밀한 조처에서 나온 것입니다. 연회를 베풀 때마다 상빈(上賓)됨이 부끄럽거니 마치 바람을 타고 화국(化國)009) 에 노니는 것 같았습니다. 신숭(神崇)010) 이 빼어나게 솟아오르니 지난날의 산천(山川)이 더욱 새롭고 발해(渤海)의 물결 돌아오니 모두 태평한 우로(雨露)에 젖었습니다. 이러한 태운(泰運)에 즈음하여 정단(正旦)을 축하드리면서 화기(和氣)는 봄을 타고 팔도(八道)로 전해지고 국운(國運)은 백성(百城)처럼 공고하기 바랍니다.
하늘이 돌고 땅이 열리니 주실(周室)의 번리(藩籬)011) 가 길이 빛나고 바다가 넓고 별이 빛나니 상종(商宗)의 복랍(伏臘)012) 처럼 늘 번성할 것입니다. 삼가 축하드리면서 아울러 돌보아주심에 답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74책 1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0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5]대일통(大一統) : 일통(一統)을 중히 여기는 《춘추(春秋)》의 기본 이념에서 나온 말인데, 왕자(王者)가 천명(天命)을 받아 정교(政敎)를 펴는 그 시작을 기리키는 말임. 여기서는 새해를 맞았기 때문에 하는 말임.
- [註 006]
역삭(易朔) : 새해가 되었다는 뜻. 옛날 천자(天子)가 연말(年末)에 다음해의 달력을 제후(諸侯)에게 나누어 주고 겸하여 정령(政令)도 반포한 데서 비롯된 말임.- [註 007]
채전(彩箋) : 상대방이 보내준 글을 높여서 하는 말임.- [註 008]
지주(地主) : 제후(諸侯)를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우리 나라의 임금을 말함.- [註 009]
화국(化國) : 선경(仙境)을 가리킴.- [註 010]
신숭(神崇) : 원래는 중국의 숭산(崇山)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삼각산(三角山)을 말함.- [註 011]
주실(周室)의 번리(藩籬) : 주실은 명(明)나라를 가리키고 번리는 번국(藩國)과 같은 말로 우리 나라를 가리킴. 즉 명나라의 좋은 번국이 되길 바란다는 뜻임.- [註 012]
상종(商宗)의 복랍(伏臘) : 상종은 상(商)나라의 종친(宗親)이란 말로 우리 나라를 지칭한 것이고 복랍은 여름 제사와 겨울 제사란 말임. 즉 우리 나라가 영구히 번성해 나가기를 기원한다는 뜻.○萬經理世德, 送賀帖曰:
伏以, 王人大一統, 喜四海之皆春; 庶邦尊家君, 慶三韓之易朔。 已奉彩箋之佳唱, 慙無黃絹之好詞。 敬托八行, 聊申百謝。 惠風甘雨, 回氷雪之嚴凝; 旭日卿雲, 布陽春之熙蕩。 幸淸郊壘, 忽越歲時。 爆竹懸葦, 聊慰征人之寥落; 傳椒銘栢, 特煩地主之綢繆。 每設醴而愧上賓, 幾同凌風而遊化國。 神嵩聳秀, 益新往昔之山川; 渤海回瀾, 盡是太平之雨露。 際玆泰運, 祝以履端。 乘春傳八道之和, 基命奠百城之固。 天回地闢, 永光周室之藩籬, 海闊星輝, 常衍商宗之伏臘。 竊爲稱賀, 竝答勤(卷)〔眷〕 。
- 【태백산사고본】 74책 1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20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