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가 유근이 영위사로 갔을 때 중국 사신을 잘못 대한 일로 시신의 파견을 청하다
양사가 아뢰었다.
"옛부터 국가가 재난을 당하면 재난을 구제하는 데는 만 사람도 부족하고 국가를 망치는 데는 한마디의 말로도 넉넉하다고 하였습니다. 전일 유근이 파견되어 갔을 적에 영위(迎慰)한다는 명분을 갖고 갔지만 실지는 거절하여 물리치는 뜻을 보인 것은 이미 부당한 일입니다. 변신(邊臣)이 잘못 대하여 왕인(王人)028) 이 성을 내기까지 했으니 별도로 시신(侍臣)을 보내서 왕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정례(情禮)로 보아 마땅한데도 무단히 정지했습니다. 만일 중국의 관원이 전보다 더 의심하게 된다면 2백 년 동안 해온 사대(事大)의 정성이 이제 와서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차 하소연할 데가 없게 됩니다. 막중한 국가의 일을 일개 역관에게 일임하여 마치 평범하게 왕복하는 것처럼 조처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답답하게 여기고 있으니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속히 시신(侍臣)을 파견하소서."
【이때 변란이 창졸간에 발생하였으므로 와언(訛言)이 전파되었다. 요좌(僚佐)에서 ‘조선과 일본이 서로 짜고 침략당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국왕과 본국(本國)의 용맹한 병사들은 북도(北道)로 피해서 들어가 있고 다른 사람을 가짜왕으로 내세워서 침략을 받았다고 칭탁하지만 실은 일본을 위해서 향도(嚮導)가 된 것이다.’는 말이 일어났는데, 이 유언 비어가 중국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 조정에서는 반신 반의하다가 병부 상서(兵部尙書) 석성(石星)이 비밀히 요동(遼東)에 유시(諭示)하여 최세신(崔世臣)과 임세록(林世祿) 등을 파견시켰다. 그들은 명분상은 왜적의 실정을 살핀다고 하였지만 실은 평양으로 달려가서 우리의 국왕과 만나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돌아오려는 의도였다. 이때 우리는 중국에게 구원병을 요청하려 했었는데 대신들의 말이 요동·광동 사람들은 성품이 매우 포악하여 그들이 강을 건너와서 우리 나라를 유린한다면 적에게 함락되지 않은 패강(浿江) 이서(以西)의 여러 고을들도 모두 황폐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두 의견이 서로 논쟁하느라 오랫동안 해결이 나지 않은 상태였는데 중국에서 최세신과 임세록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대신들은 유근(柳根)을 파견하되 겉으로는 영위(迎慰)를 표방하고 내용은 우리 나라의 피폐한 사정을 직접 호소하여 중국 구원병이 오래도록 머물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게 하였던 것이다. 지금 차관(差官)이 평양에 오지 않고 의주(義州)에서 돌아갔으므로 양사가 이렇게 아뢴 것이다. 】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95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 / 사법-치안(治安)
- [註 028]왕인(王人) : 중국에서 파견한 사람.
○兩司啓曰: "自古, 國家遭(離)〔難〕 厄會, 則萬人救之而不足, 一言敗之而有餘。 前此柳根之行, 外有迎慰之名, 而實示沮却之意, 已爲無謂。 及至邊臣失對, 王人致怒, 則別遣侍臣, 以慰其心, 揆之情禮, 在所不已, 而無端停止。 設令天朝之官, 反益前疑, 則二百年事大之誠, 至此掃地, 將無所告訴矣。 以國家莫重之事, 付之於一譯官, 有若尋常往復者然, 群情極鬱, 所係非輕。 請速遣侍臣。"【時變起倉卒, 訛言傳播。 僚左 〔僚佐〕煽言: "朝鮮與日本連結, 詭言被兵。 國王與本國猛士, 避入北道, 以他人爲假王, 托言被兵, 實爲日本嚮導。" 流言聞於上國。 朝廷疑信相半, 兵部尙書石星密諭遼東, 遣崔世臣、林世祿等。 以採審賊情爲名, 實欲馳至平壤, 請與國王相會, 審其眞僞而歸。 時或欲請兵天朝, 大臣以爲: "遼、廣之人, 性甚頑暴, 若天兵渡江, 蹂躪我國, 則浿江以西未陷諸郡, 盡爲赤地。" 兩議爭論, 日久不決, 聞天朝差崔世臣、林世祿等來, 大臣啓遣柳根托以迎慰, 實欲我國疲破之狀面陳, 天兵難於久住之意。 今差官不到平壤, 自義州回去, 故有是啓。】
宣宗昭敬大王實錄卷之第二十六終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95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