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감사 이이가 지나친 슬픔은 불효임을 아뢰다
황해 감사 이이(李珥)가 상소하였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전하께서는 애훼가 예절보다 지나치시어 기력도 헤아리지 않으시고 6일 만에 죽을 드시고 하루에 다섯 차례씩이나 곡림을 하시니, 전하의 허약한 자질로 본다면 비록 백신(百神)이 보호해준다 하더라도 날이 거듭되면 어찌 손상이 누적되지 않겠습니까. 신이 삼가 살피건대 ‘거상(居喪)의 예절은 훼척을 드러나지 않게 하고 시청을 쇠하게 하지 않으며, 머리에 부스럼이 있거나 몸에 가려움병이 있으면 목욕(沐浴)하고, 병이 있으면 술과 고기를 먹으며, 너무 훼척하여 상례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부자(不慈) 불효(不孝)에 비한다.’ 하였고, 또 ‘생명을 잃을 정도로 훼손하지 않는 것은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毁不滅性不以死傷生也]’ 하였고, 공자(孔子)는 ‘훼척하여 병이 되게 하는 것을 군자는 하지 않고, 너무 훼척하여 죽는 것을 군자는 자식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하였습니다.
필부(匹夫)가 집상(執喪)하는 데도 오히려 생명을 해치지 말라는 것으로 경계하였는데, 하물며 종사가 매여 있고 백신(百神)의 주인이 되는 군주의 몸이겠습니까. 온전히 하는 것이 효도이고 훼척하는 것이 불효인데, 대신과 시종들이 지성을 다하여 아뢴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듣지 않으시니, 이는 전하께서 망극하신 가운데 우연히 성인의 훈계를 잊으시고 도리어 훼척이 효도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보필(輔弼)과 측근의 신하들이 한번도 입시(入侍)하지 못하고 의관(醫官)의 입진(入診)도 여러번 아뢴 뒤에야 윤허하며 평소 드시던 약도 어렵게 여기시고, 공의전의 청까지 순종하지 않으시니, 신이 진실로 우매(愚昧)하오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예절의 본뜻에 맞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종사를 맡으신 중임(重任)을 생각하시고 대행 대비(大行大妃)의 자애로운 정을 생각하시어 위로는 간곡히 권하시는 공의전의 뜻을 따르시고 아래로는 걱정하며 바라는 신하들의 청을 따르소서. 곡림(哭臨)의 절차를 절감(節減)하고 위(胃)를 조양(調養)할 음식을 드시며, 또 대신·시종들을 끊임없이 출입하게 하시고 의관도 자주 들어가 체후(體候)를 진찰(診察)하게 하시어, 한편으로는 예문(禮文)을 강론하고 한편으로는 질환(疾患)을 예방하여 성궁(聖躬)의 대효를 온전히 하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黃海監司李珥上疏略曰:
殿下哀毁踰禮, 不量氣力, 六日飮粥, 五時哭臨, 以殿下淸羸之質, 縱使百神扶持, 日復一日, 寧無積傷之漸乎? 臣謹按居喪之禮, 毁瘠不形, 視聽不衰, 頭瘡有則沐, 身有病則浴, 有疾則飮酒食肉, 不勝喪, 乃比於不慈不孝。" 又曰: "毁不滅性, 不以死傷生也。 孔子曰: "毁瘠有病, 君子不爲也。 君子謂之無子。" 匹夫執喪, 尙以傷生爲戒。 況人主一人, 宗社所繫, 百神所主者乎? 安全者爲孝, 毁瘠者不孝, 大臣侍從, 披肝瀝血者, 非一非再, 無乃殿下於罔極之中, 偶忘聖訓, 反以毁瘠爲無害於克孝者乎? 輔弼左右, 尙阻一侍, 醫官入診, 屢啓乃允。 素餌之進, 猶以爲難。 至於恭懿殿之請, 亦不順從, 臣誠愚昧, 反覆思之, 終未見其允合禮意也。 伏望殿下, 深惟宗社付托之重, 體念新陟慈愛之情, 仰遵恭懿殿懃懇之旨, 俯從臣隣憫望之請, 節減哭臨之數, 勉進調胃之膳, 使大臣侍從, 出入無間, 醫官亦使頻進診候, 一以講論禮文, 一以預防疾患, 以致聖躬克全大孝, 不勝幸甚。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