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승문원의 노비 2명을 마음대로 점유한 최연의 파직을 청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국가가 위사 공신(衛社功臣)에 대하여 내린 후한 보수(報酬)는 전대(前代)에는 없던 일입니다. 공신에게 구사(丘史)·노비(奴婢)를 원하는 대로 떼어 주는 일은 전례가 있기는 하나 서울의 잔폐(殘弊)한 각사(各司)에서는 마음대로 점유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조 참판 최연(崔演)은 본래 내세울 만한 공로가 없고 다만 근밀한 자리에 있다가 【최연은 그때 좌승지였다.】 조종조 때 특은(特恩)을 내린 예를 끌어대어 3등의 훈적(勳籍)에 올랐습니다. 최연은 마땅히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도 승문원(承文院)의 노비(奴婢) 2명을 제멋대로 점유했습니다.
승문원은 잔폐할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사대(事大)에 관한 문서를 관장하고 삼공(三公)이 제조(提調)로 있으며 많은 신진 사류(新進士類)가 그곳에 모여 있습니다. 만일 공론을 꺼리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매우 외람되고 거리낌이 없으니 파직시키고 본원(本院)과 기타 서울에 있는 각사의 노비는 일체 허락하지 마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미 자원한 것 외는 외방(外方)에 있는 노비로 배정해 주는 것이 좋겠다. 승문원은 과연 잔폐하니 아뢴 대로 개정하라. 그러나 파직하는 것은 윤허하지 않는다."
하고, 여러번 아뢰니 송서(送西)134) 하라고만 명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최연은 시세(時勢)에 교묘하게 붙좇았다. 유관(柳灌) 등을 정죄(定罪)한 후 중외(中外)에 효유할 적에 최연으로 하여금 그 효유 내용을 초잡게 했는데 ‘역당(逆黨)은 모두 시서(詩書)에서 일어났다.’ 했다. 그때 이언적(李彦迪)이 최연에게 ‘이처럼 효유를 분명하게 하니 공은 녹훈(錄勳)에 부끄러움이 없겠다.’ 하였으나, 최연은 그래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도리어 잘난 체하니 보는 자가 비웃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89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423면
- 【분류】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 / 신분-천인(賤人) / 역사-사학(史學)
- [註 134]송서(送西) : 실직(實職)에서 물러난 정1품 영의정에서 정3품 문무 당상관까지를 우대하여 서반(西班) 소속의 중추부(中樞府)로 보내는 일.
○憲府啓曰: "國家於衛社功臣報酬之厚, 前代所無。 功臣丘史、奴婢, 從自願題給, 雖有前例, 若京中殘弊各司, 則固不可自占。 吏曹參判崔演, 初無可紀之勞, 特以啓近密之地, 【演, 其時爲左承旨。】 援引祖宗朝一時特恩之例, 參錄三等勳籍。 演固當恐懼之不暇, 而承文院奴婢二人, 任然自占。 承文院非但殘弊, 專掌事大文書, 三公爲提調, 許多新進之士, 聚集其地。 若有忌憚公論之心, 何敢爲此? 其猥濫無忌憚甚矣, 請罷其職, 本院及他餘京各司奴婢, 一切勿許。" 答曰: "已自望者外, 以外方奴婢定給可也。 承文院則果爲殘弊, 如啓改之。 然罷職則不允。" 累啓, 只命送西。
【史臣曰: "演巧趨時勢。 當其定罪灌等之後, 曉諭中外, 令演草其辭, 以爲 ‘逆黨皆起於詩書。’ 時, 李彦迪言于演曰: ‘如此分明曉諭, 令公無愧於錄功矣。’ 演猶不知愧, 反有自多之色, 觀者笑之。"】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89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423면
- 【분류】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 / 신분-천인(賤人)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