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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33권, 중종 13년 6월 2일 庚午 2번째기사 1518년 명 정덕(正德) 13년

현재의 시폐에 대하여 홍문관 부제학 조광조 등이 상소하다

홍문관 부제학 조광조(趙光祖) 등이 상소(上疏)하였는데, 대략 이러하다.

"생각하건대 임금이란, 한 몸은 작을지라도 사해(四海)의 표준이 되며, 한 마음은 미미할지라도 만화(萬化)의 묘(妙)를 운행(運行)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정신과 지려(智慮)와 동작(動作)과 시위(施爲)는 모두 천지(天地)와 더불어 유통(流通)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라, 한 생각이 훌륭하면 천지가 순하고, 한 가지 일이 사특하면 천지가 어긋나는 것입니다. 순한 것이 쌓이면 화기(和氣)가 나타나고, 어긋나는 것이 쌓이면 괴기(乖氣)가 나타나는 것인데, 괴기는 이변(異變)을 가져오고 화기는 상서로움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엎드려 보건대 전하께서는 즉위하신 이래로,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치세(治世)를 이룩하기에 온뜻을 기울이시었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이상스런 변괴와 놀라운 재이가 끊임없이 해마다 일어나더니, 지금에 와서는 더욱 심하여 경사로부터 외방에 이르기까지 같은 날에 지진이 마치 우레같이 일어나서, 산천(山川)이 흔들려 뒤집히고 인축(人畜)이 놀라 자빠지며, 땅은 터지기도 하고 밀리기도 하여 구덩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인심이 흉흉하고 와언(訛言)이 비등하여 어쩔 줄을 몰라한 것이 하루에도 5∼6차례였습니다. 어찌해서 이런 변괴가 전하께서 마음을 가다듬고 계시는 이때에 일어나는 것입니까.

전하께서도 정전(正殿)을 피하시어 스스로 낮추시는 뜻을 보이시었고, 또 여러 신하들을 부르시어 잘못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 보시기도 하였습니다. 이 역시 경계하고 근신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는 단지 형식적인 소절(小節)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이른바 참으로 하늘의 견책에 응답하는 일이겠습니까? 한 나라의 정사는 만기(萬機)가 번거로운 것이라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큰 것만을 대략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옛사람은 음(陰)이 성하고 양(陽)이 약해지는 징조를 가리켜 ‘첩부(妾婦)가 그 남편을 넘보고, 소인(小人)이 군자를 능멸하며, 오랑캐가 중국을 침노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첩부가 궁위(宮闈)244) 에 있는 것과 소인이 조정에 있는 것과 오랑캐가 변방에 있는 것은 모두 걱정을 해야 되는 일입니다.

신 등은 듣건대 임금은 양이요 후비(后妃)는 음이라, 임금은 양도(陽道)를 다스리고 후비는 음도(陰道)를 다스리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양이 작용하여 만물을 낳고 음이 조화하여 만물을 성장시켜 변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하늘은 높아서 아래로 임하고 땅은 얕아서 위로 순(順)하여 각각 그 분수가 정해지는 것이니, 그 의(義)는 지극히 밝고 그 예(禮)는 매우 엄하여서 결코 서로 바꿀 수가 없는 것입니다.

대개 귀천(貴賤)의 분수는 침범할 수 없고 적서(嫡庶)의 윤리는 엄하여야 합니다.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분별하고 사물의 형체를 달리하는 것은 참람한 습속을 막고 혐의(嫌疑)로운 일을 구별하기 위함입니다. 형제(兄弟)와 처첩(妻妾)으로 하여금 명백히 질서를 지키게 하여 감히 범하지 못하게 된 뒤라야, 능멸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분수 없이 넘겨다보는 일이 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사랑하거나 미워하여 그 질서를 문란케 할 것 같으면 가도(家道)는 무너지고 마는 것입니다. 더구나 궁위(宮闈)는 지극히 은밀한 곳으로 사람이 마음이 게으르게 되는 곳인데, 경계하는 사람은 없고 아리따운 여색(女色)만 있으니, 한번 음사(陰邪)하고 방자한 마음이 생겨 광명 정대(光明正大)한 마음을 상하게 할 것 같으면, 점점 더 빠져들어가 가까이하고 싶은 생각을 누를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거나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몰래 그 세력에 붙어 준동하는 길이 열리고 침윤 부수지참(浸潤膚受之譖)245) 이 들어가고, 여알(女謁)246) 이 생기며 뇌물이 성행하여, 드디어는 안팎으로 결탁하여, 참람하게 위복(威福)247) 을 행사하고 권세와 총애를 믿고서 조정을 문란케 하는 자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궁위에서 생기는 일을 신 등은 진실로 알 수가 없습니다만, 치세(治世)를 이룩하는 책임은 오직 전하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몸을 바르게 하여 아랫사람을 거느리시고 예(禮)를 밝혀 일을 처리하시면, 은의(恩義)가 반드시 미더워질 것이며 기미(幾微)248) 가 반드시 막아질 것입니다. 정심 수신(正心修身)하시는 공효를 궁위에서부터 근본하여 온 나라에 미치게 하소서.

신 등이 또 듣건대 군자는 양이요 소인은 음이라 합니다. 양은 반드시 강명(剛明)하고 음은 반드시 유암(柔暗)한 것입니다. 《역(易)》에도 군자를 안으로 하고 소인을 밖으로 한 것은 태괘(泰卦)로 되어 있고, 소인을 안으로 하고 군자를 밖으로 한 것은 비괘(否卦)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가 나아오면 천하가 태평하고 소인이 진용(進用)되면 천하가 어지럽게 되는 것입니다. 대개 군자·소인을 섞어서 쓸 것 같으면 서로 해롭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즉 소인은 반드시 군자를 물리치려 그 술수를 행사하고, 군자는 반드시 소인을 눌러 그 도(道)를 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군자를 제거하느냐 소인을 억제하느냐 하는 것에 국가의 안위(安危)가 달려 있으니, 조정에서 할 일은 군자·소인을 가려서 진퇴(進退)시키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군자를 들어 쓰지 않으시는 것은 아니지마는, 그 군자를 씀에 있어서 순정(純正)하지 못한 까닭에, 조정 안에 사(邪)와 정(正)이 섞여 있고 충(忠)과 참(讒)이 함께 들어와 논의가 분분하고 흑백(黑白)이 도치(倒置)되어 있습니다. 전하께서 때로는 변별(辨別)하시기도 하지마는, 호오(好惡)를 명백히 보이지 못하시는 까닭에, 군자는 의구(疑懼)하게 되고 소인은 조금도 기탄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재집(宰執)을 선동해서 선류(善類)들을 모해하려는 생각을 가진 자가 있고, 또 간사스런 참소를 교묘히 꾸며 천총(天聰)249) 을 기망(欺罔)하는 자도 있습니다. 요즈음 장순손(張順孫)조계상(曺繼商) 등의 무리가 바로 이들입니다.

전하께서는 비록 그들의 배척하여 끊어버렸지마는, 군자와 소인은 마치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는 것과도 같은 것이니, 지금 이러한 무리가 반드시 없으리라는 것을 어찌 보증하겠습니까? 저 재간을 감추고 시세를 점치는 자들이 일조(一朝)에 기회를 얻어 그 술수를 부리게 된다면, 전하의 일은 과연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나 교묘히 아첨하여 순종하는 무리들은 기어이 쫓아내고, 강직하고 방정하여 임금에게 감히 거슬리는 말을 드리는 사람을 용납하며, 날렵하고 영리하며 교활하고 각박한 자들은 반드시 멀리하고, 장중(莊重)한 인품과 온순 질박한 성품의 인물과 친하며, 출입이 무상하고 음흉하게 일을 꾸미는 자는 반드시 물리치고, 언제든지 충(忠)과 신(信)이 있고 당여(黨與)를 만들지 않는 사람을 쓰며, 시위 소찬(尸位素餐)250) 하거나 부화 뇌동(附和雷同)을 일삼는 자들은 반드시 억제하고, 일심으로 봉공(奉公)하며 나라 일을 마치 집안 일과 같이 하는 사람을 나오게 한다면, 조정에 군자가 늘어서게 되고 소인은 자취를 감출 것이며, 기강이 서고 모든 일에 질서가 있게 될 것입니다.

신 등은 또 듣건대 중국(中國)은 양(陽)이요 이적(夷狄)은 음(陰)이라 합니다. 중국이 융성하면 이적이 쇠하고 이적이 융성하면 중국이 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적은 성품이 워낙 욕심이 많고 사나와서, 강할 때에는 변경을 침범하여 인축(人畜)을 노략질하고, 약할 때에는 틈을 보아 몰래 들어와 변방 백성들을 해칩니다. 이런 까닭에 훌륭한 임금은 그들을 대할 때에 준비한 것이 있고, 그들을 막을 때에는 상도(常道)가 있어, 비록 그들이 강포하게 침범할지라도 군대를 내어 원정(遠正)하지 않으며, 그들이 비록 문을 두드리고 성심으로 복종해오더라도 변방의 방비를 늦추지 아니하여, 경내(境內)가 편안하고 강역(疆域)이 고요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좁고 작은 국가로서 삼면(三面)에서 적을 받고 있는데, 서북(西北)이 더욱 심합니다. 서북 양도(兩道)는 땅이 마르고 백성이 가난하며 병력도 불충분하고 방어에 대한 군비 또한 마련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런데 근년 이래로는 오랫동안 나라가 편안한 터여서, 전략(戰略)이 허소하고 방비가 해이하며 군자(軍資)는 떨어지고 병력도 날로 줄어들고, 성책(城柵)과 해자(垓子)와 성곽 등의 시설도 보수하지 못했고, 병갑(兵甲)·궁시(弓矢) 등의 군기 또한 날카롭지 못합니다.

변임(邊任)251) 을 제수한 자 중에 거칠고 무식한 자는 형장(刑杖)을 마구 쳐서 무고한 백성을 해치며, 이(利)를 탐내고 염치가 없는 자는 군민(軍民)을 침어(浸漁)하여 적을 이롭게 하고, 과감하게 공(功)을 얻고자 하는 자는 위맹(威猛)을 과시하여 분쟁의 꼬투리를 일으키기도 하며, 나약하고 안이한 것을 탐하는 자는 군정(軍政)을 돌보지 않고 어물어물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고서 변방이 튼튼하기를 바란들 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빈번하게 한재(旱災)가 들어 군량이 부족하며 수졸(戍卒)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원망과 고생이 날로 심하여 도망할 생각은 많고 싸울 뜻은 적으니, 혹시라도 불행한 일이 있어 변방이 한번 놀라게 된다면 국가가 장차 어떻게 조처하겠습니까? 지금의 계책은 장수를 잘 가려 뽑는 일이 가장 긴요합니다. 합당한 인물을 얻은 뒤에, 부하 아전들을 골라 백성을 어루만지고, 기율(紀律)을 세워 군사들을 다스리며, 봉강(封疆)을 닦고 요해(要害)를 지키며, 방어를 조심하고 척후(斥候)를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농사에 힘써 식량을 비축하고 군사를 훈련하여 위엄을 세우고, 혹은 너그러운 덕(德)으로써 적을 어루만지고 혹은 무위(武威)로써 위엄을 보이기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것 같으면 변방에 걱정이 없을 것을 기약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모든 일은 국가의 큰 정책이요 정사(政事)의 급무로서 모두가 양(陽)을 돕고 음(陰)을 누르는 일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만약 이 몇 가지 일들을 다 잘 수행하시어 모자람이 없게 하실 수가 있다면, 위로 하늘의 견책에 응답할 수가 있고, 또 양을 돕고 음을 누르는 효과 또한 만세 태평의 터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위 양을 돕고 음을 누른다는 실효는 반드시 전하의 한 마음을 극진히 하신 뒤라야 그것이 모든 일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비록 부지런히 경연에 납시어 강론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해도, 정미(精微)한 의리(義理)에 대해서는 혹 생각이 미치지 못하시는 일이 있고, 계속 적공하시는 노력도 때때로 끊어질 때가 많으신 까닭에, 만사를 처리함에 있어 시비(是非)가 서로 혼란되며, 뜻을 세움에 있어서는 굳세고 강인한 지조가 적으십니다. 학문이 미진한 것과 치도(治道)가 서지 않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차하게 옛 습관만 다르고 퇴미(頹靡)하여 떨치지 못하는 풍조가 이루어진 것이니, 이대로 그냥 가다가는 결국 말할 수 없는 사태가 오고 말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난정(亂政)을 겪은 이후로, 사습(士習)이 더럽고 인심이 게으르며, 기강(紀綱)이 문란하고 법도(法度)가 무너져 버린 지 이제 1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를 고쳐 놓지 못하는 것은, 실로 전하와 함께 천직(天職)을 다스리는 자들이 능히 보좌(輔佐)하는 공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비록 전하께서 성의를 다하여 위임하지 못하신 소치라고는 하지만, 대신(大臣)된 자가 어찌 책임을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저 임금이 훌륭한 신하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신하가 착한 임금을 만나는 것 또한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와 같은 임금을 만났고 또 이와 같은 때를 만났는데도, 덕의(德義)를 받들어 온축(蘊蓄)한 바를 선양하지 못하고, 여전히 무책임하게 그 자리만 지킬 뿐 어물어물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어진 군자(君子)가 차마 할 일이겠습니까?

임금의 잘못을 말하고 훌륭한 일을 진언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에게 자질구레한 일을 시킬 수는 없는 것이요, 도를 논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 아전들의 회계 장부 같은 것이나 살피도록 해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또 옛것을 그대로 따라 고치기를 싫어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요, 우선 안일한 것을 취하여 변혁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의 상정입니다. 그리하여 걸핏하면 물러나기만 할 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일이 없고, 제 한몸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애를 쓰나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은 별로 없습니다. 또 임금을 요(堯)·순(舜)과 같이 만들어 백성에게 은혜를 미치게 하는 일은 너무도 고원(高遠)한 것이라 하여 외면하고, 천지의 도(道)를 조화 있게 섭리(燮理)하는 일252) 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큰 변이(變異)가 이와 같이 일어났는데도,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평시와 같이 출입하면서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자책하는 뜻이 없으니, 대신의 하는 일이 과연 이러한 것입니까? 상하가 서로 수성(修省)하는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원컨대 전하께서는, 성의(誠意)로써 감동시키고 융숭한 예로 대접하며, 믿고 맡기어서 공효(功效)가 기어이 이루어지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상하가 서로 힘써 그 책무를 다하게 되면 이보다 다행한 일이 없겠습니다."

전교하기를,

"소(疏) 안에 있는 말들은 현재의 시폐(時弊)를 매우 잘 지적하였다. 장수를 뽑고 변방을 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이 더욱 그러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449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정론-정론(政論) /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군사-군정(軍政)

  • [註 244]
    궁위(宮闈) : 궁전의 내전(內殿)을 말한다.
  • [註 245]
    침윤 부수지참(浸潤膚受之譖) : 침윤지참(浸潤之譖)과 부수지소(膚受之愬)를 합해서 쓴 말. 침윤지참은 물이 점점 스며들 듯이 점점 믿도록 만드는 참언, 부수지소는 살을 에는 듯한 통절한 호소(呼訴)로써 듣는 사람이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믿게 만드는 참소로, 모두 임금을 고혹하게 만드는 간신의 소행을 이르는 말이다.
  • [註 246]
    여알(女謁) : 후비(后妃)가 임금의 총애를 믿고 권세를 부리며 청탁을 하는 일. 또는 부인(婦人)들이 은밀하게 청탁하는 일.
  • [註 247]
    위복(威福) : 위력(威力)이나 은혜를 베풀어 심복하게 하는 일.
  • [註 248]
    기미(幾微) : 재앙의 조짐.
  • [註 249]
    천총(天聰) : 임금의 들으심.
  • [註 250]
    시위 소찬(尸位素餐) : 직책을 다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녹만 받아먹는 것.
  • [註 251]
    변임(邊任) : 변방의 임무, 곧 국경 지방에 배치된 무관.
  • [註 252]
    천지의 도(道)를 조화 있게 섭리(燮理)하는 일 : 재상이 해야 할 일.

○弘文館副提學趙光祖等上疏, 略曰:

伏以人主, 一身之小, 而建四海之極; 一心之微, 而運萬化之妙。 其精神、智慮、動作、施爲, 無不與天地流通。 一念之善, 天地之所順也; 一事之邪, 天地之所戾也。 順所積, 應之以和氣; 戾所積, 應之以乖氣。 乖氣致異, 和氣致祥。 伏覩殿下, 卽位以來, 心存敬畏, 志在致治, 內而非常之變, 可愕之災, 以歲荐興, 罔有止息, 至于今彌甚, 自京師迄于外, 同日地震, 聲如雷殷, 川嶽振飜, 人畜驚仆, 地或折或縮而坎。 人心洶洶, 訛言騰譁, 蒼黃失措者, 日有五六。 奈何此等變怪, 而發於殿下勵精之日歟? 殿下不處正殿, 以示貶損, 延訪群臣, 以求闕失, 其亦警謹矣。 然此特浮文小節而已, 豈所謂應天之實乎? 一國之政, 萬機之繁, 固不可枚擧, 撮其大者言之, 古之人推陰盛陽微之兆曰: ‘妾婦乘其夫, 小人陵君子, 夷狄侵中國。’ 妾婦之於宮闈, 小人之於朝廷, 夷狄之於邊圉, 皆所當虞也。 臣等聞, 人主陽也, 后妃陰也。 人主理陽道, 后妃理陰德。 陽唱而生物, 陰和而成物, 以遂其化。 天尊而臨下, 地卑而順上, 以定其分。 其義至明, 其禮甚嚴, 不可以相替矣。 夫貴賤之分, 不可侵陵, 嫡庶之倫, 尤當嚴別。 辨同異, 異物采, 所以杜陵僭而別嫌疑也。 使兄弟妻妾, 截然有序, 而不可犯, 然後陵犯之心閉, 窺覦之望絶。 不然, 徇於愛惡之偏, 以紊其序, 則家道亂矣。 況以牀笫至密, 人情所慢, 而無箴規之警, 有蠱艶之妖, 一有陰邪非僻之念, 得以戕吾光明正大之心, 則沈湎昵比之意, 自不能克, 偏黨反側之事, 由是而起。 寅緣攀附之路開, 浸潤膚受之譖入, 女謁行、苞茸盛, 遂至交結內外, 僭竊威福, 怙權恃寵, 以紊朝政者有之。 今者宮闈之事, 臣等固不得以知之, 修治之責, 只在於殿下。 殿下正已而率下, 明禮而處事, 恩義必信, 幾微必防, 使其正心修身之功, 根於宮闈, 而達於邦國也。 臣等又聞, 君子陽也, 小人陰也。 陽必剛明, 陰必柔暗。 《易》, 內君子而外小人爲泰, 內小人而外君子爲否。 君子進則天下泰, 小人用則天下否。 蓋君子、小人, 雜處竝用, 則未有不相害, 小人必去君子, 而施其術, 君子必抑小人, 而行其道。 一去一抑, 安危決矣。 故朝廷之務, 莫先於辨君子、小人而進退之耳。 殿下未嘗不用君子, 而不能純於用君子。 是以朝廷之間, 邪正混淆, 忠讒竝進, 論議糾紛, 黑白倒置。 殿下雖或辨別, 而亦不能明示好惡, 故君子有危疑之心, 小人無顧忌之意, 扇動宰執, 圖害善類者有之, 巧飾奸讒, 欺罔天聰者有之。 近日張順孫曺繼商之輩, 是也。 殿下雖斥以絶之, 而君子、小人, 如陰陽晝夜之相存。 如此之類, 安保其必無耶? 彼藏機相勢者, 一朝得乘機會, 以試其手, 則未知殿下之事, 終何如也? 其柔邪巧侫, 阿意承志者必逐, 而剛方鯁亮犯顔逆耳者必容; 輕儇便急, 狡慧刻峭者必遠, 而莊重嘉靖, 溫純朴茂者必親; 出入多岐, 陰有所主者必屛, 而忠信不二, 孤立無比者必用; 尸位素餐, 旅進旅退者必抑, 而一心奉公, 憂國如家者必進, 則朝廷之上, 君子布列, 小人屛迹, 紀綱立而庶績熙矣。 臣等又聞, 中國陽也, 夷狄陰也。 此盛則彼衰, 彼盛則此衰。 彼其性氣貪獷, 强則侵犯邊境, 驅掠人畜; 弱則乘間竊發, 以害邊氓。 是故有道之君, 待之有備, 禦之有常, 雖强暴爲寇, 而兵革不加遠征, 扣塞納款, 而邊城不弛固守, 期令境內獲安, 疆場不侵而已。 我國以褊小之邦, 三面受敵, 而西北尤劇。 二道土瘠民貧, 兵力不給, 守戰之備, 率多艱難, 而近年以來, 昇平日久, 謀猷疎緩, 防備解弛, 軍資已竭, 兵額日減, 障隧坍塌, 壕墻營堡之具, 未能修完, 兵甲兜鍪, 弓矢戟弩之器, 不得堅利。 且授邊任者, 麤暴無識者, 酷濫刑杖, 殘其無辜; 嗜利無恥者侵漁軍民, 市利于敵; 果敢徼功者誇示威猛, 或構釁端; 衰懦偸安者, 不恤軍政, 坐經歲月。 如此而望邊圉之固, 得乎? 加以頻年旱荒, 兵無見糧, 戌卒寒餓, 怨苦日甚, 多逃散之心, 少守戰之志, 設有不幸, 邊塵一驚。 未知國家將何以措之耶? 今之計, 在於愼擇將帥。 得其人, 然後選吏士以撫寧衆庶, 修紀律以訓齊師徒。 修封疆、守要害, 愼禁防、明斥候, 務農以足食, 練兵以蓄威, 或綏德以撫之, 揚武以威之, 則邊境可保無虞矣。 凡此類者, 皆國家之大維, 政事之先務, 而其所以爲事者, 無非扶陽抑陰之道也。 殿下若能盡此數事而無欠缺, 則庶可以上答天譴, 而其扶陽抑陰之效, 亦足以爲萬世太平之基矣。 然所謂扶陽抑陰之實, 必盡於殿下之一心, 然後可以推及於萬事矣。 殿下雖勤御經筵, 講論不怠, 然於義理之精微, 或不致思, 而緝熙之功, 有多間斷, 故處事則有是非相眩之患, 立志則少發强剛毅之守。 學問之未盡, 治道之未立, 皆由此也。 是以, 因循苟且之習勝, 頹靡不振之勢成。 若此不已, 終無類矣。 國家自亂政以後, 士習汚蔑, 人心偸惰, 綱紀紊舛, 法度陵夷, 至今十有餘載, 而猶未能革化者, 實殿下所與共天位、治天職者, 不能盡輔佐之功。 此雖殿下未能推誠委任之所致, 然爲大臣者, 亦安得辭責? 大抵君之得臣, 難也; 臣之得君, 又難也。 今得君如此, 得時如此, 猶不克奉承德義, 宣揚素蘊, 而因仍退托, 尸居其位, 悠悠泛泛, 玩愒歲月, 斯豈仁人君子之所忍乎? 夫責難陳善之任, 不可以瑣務細故而當之; 論道經邦之責, 不可以簿書期會而塞之。 循常守舊, 流俗所同; 姑息偸安, 人情所趨。 引嫌之事勝, 而自任之道廢, 私身之計多, 而憂國之誠小, 以致君澤民爲高遠, 以燮理陰陽爲何事, 變異之大, 至於此極, 而恬然不動, 出入如故, 略無恐懼損貶之意, 大臣之事果若是乎? 其上下交修之意安在? 伏願殿下, 以誠意感之, 以隆禮待之, 委任責成, 期於必效, 上下相勉, 以盡厥責, 不勝幸甚。

傳曰: "疏內所言, 甚中時病。 其言選將重邊事, 尤是也。"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449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정론-정론(政論) /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