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교 이행이 계(戒)를 지어 바치다
지제교(知製敎) 이행(李荇)이 《주고(酒誥)》를 지어 바쳤는데, 그 글[詞]에 이르기를,
"아, 술의 유화(流禍)는 빠지기 쉬워도 구제하기는 어려우니, 나라를 망치고 몸을 망치는 것이 항상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술을 경계하여 금한 사람은 보존하였고 술에 빠진 사람은 멸망하였는데, 방책(方策)294) 에서 상고해 보면 득실(得失)이 함께 기재되어 있으므로 내가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오히려 능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옛날에 의적(儀狄)이 술을 만들매 맛이 감미롭자 대우(大禹)가 먼 장래를 염려하여 소원(疏遠)시켜 끊어 버렸으며, 또한 매방(妹邦)이 술에 탐닉(耽溺)하매 무왕(武王)이 걱정하여 주고(酒誥)를 지었으니, 성인(聖人)이 세상을 근심하고 재화(災禍)를 염려함이 깊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대소 신민(大小臣民)을 보건대 술을 경계하는 사람은 적고 마시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아서 차츰차츰 빠져들어 이것이 풍속을 이루었고 덕을 행하는 사람이 없으며, 술에 빠져 본성을 잃게 되어도 스스로 뉘우칠 줄을 모르니, 이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말류(末流)에 가서는 어찌되겠는가? 나의 덕으로 능히 감화시키지 못하니 매우 슬퍼할 뿐이다. 이에 선왕(先王)의 일을 상고해 보니, 처음 주례(酒禮)를 만들 적에 한 번 술잔을 올리고는 백 번 절하게 하였으므로 종일토록 마셔도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술을 마시는 자는 반드시 난잡한 지경에 이르러, 사무를 폐지하고 위의(威儀)를 잃어서 그것이 덕의(德義)를 그르치는데도 함부로 마시면서 그치지 않아 마침내 그 몸을 망친다. 그 몸도 스스로 아끼지 않는데 덕행과 예절을 돌볼 여지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 세종(世宗)께서 술을 경계하는 글을 지어 알아듣게 친절히 타이르셨으니, 술의 재화(災禍)를 방지하는 뜻이 아주 깊고도 간절하였다. 너희들이 비록 내 말을 귀담지 않더라도 우리 조종(祖宗)의 유의(遺意)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죄를 받는 것은 법령에 기록되어 있으니 금주(禁酒)의 법이 또한 세밀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비록 그렇지마는 사람을 법으로써 금지시키는 것이 마음을 금지시키는 것만 못하므로 내가 지금 명을 내리는 것은 너희의 마음을 금지하는 데 있다. 너희가 마음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지위가 있고 직책이 있는 자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어리석은 백성이 능히 경계하여 그치겠는가?
이것을 일변시키는 기틀은 실로 조정에 있으니, 여러 관원들은 각각 제 마음을 제재(制裁)하여 술에 빠지지 말고 위의(威儀)를 잃지도 말며, 사무도 폐지하지 말고 몸도 망치지 말아서 내 말을 저버리지 말도록 하라. 또한 사서인(士庶人)으로 하여금 보고 감동하여 경계할 줄을 알게 하여, 구습을 고쳐 인수(仁壽)의 지경에 함께 이르게 함으로써 나의 명덕(明德)이 향기나는 정치를 이루게 하라."
하니, 전교하기를,
"이 글로써 중외(中外)에 효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0면
- 【분류】식생활-주류(酒類) / 어문학-문학(文學)
- [註 294]방책(方策) : 사적(史籍).
○己巳/知製敎李荇製酒戒以進。 其詞曰:
嗚呼! 酒之流禍, 易溺難救。 亡國喪身, 恒由於此。 自古戒禁者存, 沈酗者滅。 稽之方策, 得失俱載。 予雖不言, 人尙克知之。 昔有儀狄, 造酒而甘, 大禹慮遠, 疎而絶之。 亦有妹邦, 荒腆于酒, 武王憂之, 《酒誥》是作, 聖人之憂世慮禍, 深矣。 予觀今之大小臣庶, 戒酒者少, 崇飮者多。 浸淫成俗, 罔有德將。 沈湎伐性, 不自知悔。 此厥不戒, 末流奈何? 予德不能化, 深用爲悼。 粤稽先王, 肇制酒禮, 一獻百拜, 終日不得醉。 今之用酒, 必及於亂。 廢事失儀, 而敗其德, 縱飮不止, 終喪厥身。 厥身且不自愛, 遑恤德禮? 故我世宗戒酒有書, 曉諭丁寧。 其所以防酒禍者, 至深且切。 汝雖不有予言, 其不念我祖宗遺意乎? 會飮抵罪, 著在令甲, 禁酒之制, 亦非不密。 雖然, 禁人以法, 不若禁之於心。 予今有命, 禁在汝心。 汝心不禁, 何所不至? 在位有職, 尙或如是, 況在愚民, 其能戒戢? 變移之機, 寔在朝廷。 凡厥庶官, 各制乃心, 無酗于酒, 無失汝儀, 無廢汝事, 無喪汝身, 思無負予言。 亦令士庶, 觀感知戒, 革其舊習, 同臻仁壽之域, 以成我馨香之治。
傳曰: "以此曉諭中外。"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0면
- 【분류】식생활-주류(酒類)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