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궁 폐출의 교서를 내리다
교서(敎書)를 반포하기를,
"바르게 시작하는 길은 반드시 내치(內治)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니, 하(夏)나라는 도산(塗山)343) 으로써 일어났고, 주(周)나라는 포사(褒姒)344) 로써 패망(敗亡)했다. 후비(后妃)의 어질고 어질지 못함은 국가(國家)의 성쇠(盛衰)가 매인 것이니, 돌아보건대 중하지 아니한가? 왕비(王妃) 윤씨(尹氏)는 후궁(後宮)으로부터 드디어 곤극(坤極)345) 의 정위(正位)가 되었으나, 음조(陰助)의 공은 없고, 도리어 투기(妬忌)하는 마음만 가지어, 지난 정유년346) 에는 몰래 독약(毒藥)을 품고서 궁인(宮人)을 해치고자 하다가 음모(陰謀)가 분명히 드러났으므로, 내가 이를 폐(廢)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조정의 대신(大臣)들이 합사(合辭)해서 청하여 개과천선하기를 바랐으며, 나도 폐치(廢置)는 큰일이고 허물은 또한 고칠 수 있으리라고 여겨, 감히 결단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는데, 뉘우쳐 고칠 마음은 가지지 아니하고, 실덕(失德)함이 더욱 심하여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결단코 위로는 종묘(宗廟)를 이어받들고, 아래로는 국가(國家)에 모범이 될 수가 없으므로, 이에 성화(成化) 15년 6월 2일에 윤씨(尹氏)를 폐하여 서인(庶人)으로 삼는다. 아아! 법에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는데, 어찌 감히 조금이라도 사사로움이 있겠는가? 일은 반드시 여러 번 생각하는 것이니, 만세(萬世)를 위해 염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0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0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역사-고사(故事)
- [註 343]도산(塗山) : 우(禹)임금의 아내를 가리킨 말로서, 우임금이 도산(塗山)으로 장가를 갔으므로, 이렇게 일컬어진 것임.
- [註 344]
○頒敎書曰:
正始之道, 必先內治, 夏以塗山興, 周以褒姒敗。 后妃之賢否, 繫國家盛衰, 顧不重歟? 王妃尹氏, 爰自後宮, 遂正坤極, 旣無陰助之功, 反有忌妬之心, 頃在丁酉, 潛懷毒藥, 欲害宮人, 陰謀彰露, 予欲廢之。 在庭大臣, 合辭以請, 冀其自新, 予亦惟之, 廢置大事, 過亦可改, 不敢夬斷, 以至今日, 罔有悛心, 失德滋甚, 難以枚擧。 決不可以上承宗廟, 下儀國家, 乃於成化十五年六月初二日, 廢尹氏爲庶人。 於戲! 法有七去, 寧敢有一毫之私? 事必三思, 所以爲萬世之慮。
- 【태백산사고본】 16책 10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0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역사-고사(故事)
- [註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