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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25권, 세조 7년 9월 19일 丙辰 1번째기사 1461년 명 천순(天順) 5년

좌의정 신숙주가 비빙연을 베푸니, 술과 풍악을 내려 주다

좌의정(左議政) 신숙주(申叔舟)가 비빙연(飛氷宴)을 베푸니, 술과 풍악을 내려 주었다. 어제 처음으로 얼음이 얼었는데, 임금이 신숙주에게 유시(諭示)하여 여러 정승에게 보내게 하여 잔치를 받게 하고, 인하여 비빙가(飛氷歌)를 지어 내려 주었다. 노래에 이르기를,

"추로(鶖鷺)537) 는 배부르게 날으는데,

뜰 국화는 서리를 업신여긴다.

아침 햇빛은 해동(海東)538) 을 비치고,

거북과 고기는 창랑(滄浪)에서 뛴다.

꿈 깨자 일어나 나라를 경영하니,

잠자는 사람은 깊은 방에 누웠다."

하였다. 조금 후에 임금이 주(註)를 써서 임영군(臨瀛君)·계양군(桂陽君) 등에게 보이며 말하기를,

"신숙주는 반드시 시(詩)의 뜻을 알지 못할 것이다. 바로 미망(迷罔)539) 할 때에 속여서 시험하는 것이 옳다."

하고, 윤필상(尹弼商)으로 하여금 계양군의 말로써 한 봉서(封書)를 보내고 급히 돌아오게 하였다. 신숙주가 얼음인 것을 알고 급히 좇았으나 찾지 못하고 사례하는 시를 지어 예궐(詣闕)하였다. 시(詩)에 이르기를,

"임금의 은혜는 비 이슬에 젖었고

하늘 기운은 바람 서리가 엄숙하구나.

일어나 시물(時物)540) 을 대하니,

감격의 눈물 방울방울 옷을 적신다.

미천한 신하 꿈이 아직 흐릿한데

감히 천방(天房)에서 나왔다고 이르리."

하였다. 임금이 〈신숙주를〉 교태전(交泰殿)에서 인견(引見)하고 아울러 여러 재상들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었는데, 유신(儒臣)에게 명하여 차운(次韻)하게 하여 극진히 즐기다가 파하였다. 신숙주에게 잔치를 내려 준 비용이 쌀 10석(石)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86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과학-천기(天氣) / 어문학-문학(文學) / 인물(人物)

  • [註 537]
    추로(鶖鷺) : 두루미와 해오라기.
  • [註 538]
    해동(海東) : 우리 나라.
  • [註 539]
    미망(迷罔) : 마음이 복잡하여 무엇인지 잘 모름.
  • [註 540]
    시물(時物) : 절기에 따라 생산되는 물건.

○丙辰/左議政申叔舟設飛氷宴, 賜酒樂。 昨日氷始凝, 上諭叔舟使遺諸相以取宴, 仍製飛氷歌以賜之, 歌曰:

鶖鷺旣飽飛, 庭菊猶傲霜。 旭日照海東, 龜魚躍滄浪。 夢覺起經營, 睡者臥深房。

旣而上書註, 以示臨瀛桂陽等曰: "叔舟必不識詩意。 正迷罔之時, 可紿試之。" 使尹弼商桂陽言致一封書而馳還。 叔舟知氷, 急追之不得, 作謝詩詣闕。 詩曰:

天恩滋雨露, 天氣澟風霜。 興言對時物, 感涕沾浪浪。 微臣夢猶迷, 敢道發天房。

上引見交泰殿, 幷引諸宰而設酌, 命儒臣次韻, 極歡乃罷。 賜叔舟宴費米十石。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86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과학-천기(天氣) / 어문학-문학(文學)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