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이승소가 사냥을 구경하는 것과 선왕의 궁인이 궁중에 있는 일을 아뢰다
장령(掌令) 이승소(李承召)가 본부(本府)131) 의 의논을 가지고 아뢰기를,
"근일에 사냥하는 것을 구경하러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시는데, 지금 천기(天氣)가 아직도 추우므로 절선(節宣)132) 에 어그러짐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또 시위(侍衛)하는 군사가 하루 종일 들에 있으니, 어찌 굶주리고 지친 자가 없겠습니까? 신 등이 또 듣건대, 선왕(先王)의 궁인(宮人)들이 아직도 궁중(宮中)에 있다고 하는데, 금후로는 궁(宮)이 이미 마련되었으니, 내보내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궁인(宮人)이라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냐?"
하였다. 이승소가 아뢰기를,
"상궁(尙宮) 박씨(朴氏)입니다."
하니, 전지(傳旨)하기를,
"선왕(先王)의 궁인(宮人)으로서 궁중(宮中)에 있는 자가 박씨 외에도 또한 몇 사람이 있느냐? 내보낼 수는 없다."
하였다. 이승소가 다시 청하니, 전지(傳旨)하기를,
"이 사람은 조금도 혐의스러움이 없다. 또 궁중(宮中)에는 일에 밝은 옛사람[舊人]이 없을 수가 없다."
하니, 이승소가 말하기를,
"신 등은 선왕(先王)께 혐의스러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금후로는 궁(宮)이 이미 갖추어졌으니, 비록 선왕의 궁인이 아니더라도 어찌 다스릴 자가 없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전지하기를,
"내가 어렸을 때 문종(文宗)께서 나에게 이르시기를, ‘너를 우대(優待)하여 동궁(東宮)으로 내보내어 거처시키니, 박씨를 너에게 붙여 주겠다.’ 하시었다. 문종의 교지(敎旨)가 이와 같았으니, 너희들의 청(請)을 따를 수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행행(行幸) / 군사-중앙군(中央軍) / 정론(政論)
○掌令李承召將本府議啓曰: "近日觀獵, 早出晩歸, 今天氣尙寒, 恐違節宣。 且侍衛軍士竟日在野, 豈無飢困者乎? 臣等又聞, 先王宮人, 尙在宮中, 今後宮已備, 請出之。" 傳曰: "宮人, 指爲誰?" 承召啓曰: "尙宮朴氏。" 傳曰: "先王宮人在宮中者, 朴氏外亦有數人, 不可出也。" 承召更請, 傳曰: "此人略無嫌焉。 且於宮中, 不可無曉事舊人。" 承召曰: "臣等非以爲有嫌於先王也。 今後宮已備, 雖非先王宮人, 豈無治事者乎?" 傳曰: "予少時, 文宗謂予曰, ‘待汝出居東宮, 以朴氏付汝。’ 文宗之敎如此, 若等之請, 不可從也。"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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