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성부 윤 양후가 글을 올려 사직하였다
전 한성부 윤 양후(楊厚)가 상서(上書)하기를,
"신(臣)은 타고 난 성품이 혼우(昏愚)한데도 임금의 지우(知愚)를 잘못 입어서 관위(官位)가 2품에까지 이르게 되어 은영(恩榮)이 이미 극도에 달하였으나, 진실로 조그마한 보좌(補佐)함도 없이 한갓 시위 소찬(尸位素餐)의 비난만 있게 됩니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매 부끄러워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우 두려운데, 지금 또 외람히 성은(聖恩)을 받아 지방관(地方官)을 출척(黜陟)시키는 임무에 제수(除授)되니, 임무는 크고 직책이 무거워서 몸둘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우신(愚臣)이 재주가 없는 사람이온데, 어찌 감히 이 직책을 감내하겠습니까. 삼가 바라옵건대 성자(聖慈)께서는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으로써 대신하게 하소서."
하니, 윤허하지 않았다. 양후(楊厚)는 귀인(貴人) 양씨(楊氏)의 숙부(叔父)였다. 이미 학술(學術)도 없고 또한 이재(吏才)도 없으면서 다만 양씨(楊氏)의 연고(緣故)로써 여러 번 청반(淸班)을 지내고 승지(承旨)까지 임명되어 관위(官位)가 2품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지금 감사(監司)가 되매 사헌부에서 지방관(地方官)을 출척(黜陟)시키는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이를 논박(論駁)하였다. 정부에 내리어 이를 의논하게 하니, 영의정 황희(黃喜) 등이 아뢰기를,
"양후가 이미 수령(守令)을 지내고 또 육조(六曹)를 지냈으니, 만약 이를 시험하여 그 직책을 감내하지 못하면 이를 체대(遞代)시키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대로 따르니, 양후가 이 소식을 듣고 글을 올려 사직(辭職)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11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9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乙巳/前漢城府尹楊厚上書曰:
臣稟性昏愚, 謬蒙聖知, 位至二品, 恩榮旣極, 固無涓埃之補, 徒有尸祿之譏, 俯仰愧怍, 夙夜(競惶)〔兢惶〕 。 今又濫承聖恩, 得拜黜陟之任, 任大責重, 罔知所措。 愚臣不才, 安敢能稱是職? 伏望聖慈代以賢能。
不允。 厚, 貴人 楊氏之叔父也。 旣無學術, 又無吏才, 但以楊氏之故, 累歷淸班, 至拜承旨, 致位二品。 今爲監司, 憲府以不宜黜陟之任駁之, 下政府議之。 領議政黃喜等啓曰: "厚旣歷守令, 又經六曹, 若試此不堪, 其職遞之, 未晩也。" 上從之。 厚聞之, 上書辭。
- 【태백산사고본】 36책 11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9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