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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2권, 세종 즉위년 11월 3일 己酉 12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중앙과 지방의 신료들에게 마땅히 행해야 될 조목들로 유시하다

임금이 중앙과 지방의 신료(臣寮)에게 유시(諭示)하기를,

"우리 부왕께서 태조(太祖)의 업(業)을 계승하여, 강기(綱紀)를 세워 만세(萬世)의 법을 만들어 깊은 인애(仁愛)와 후한 은택이 백성의 마음에 흡족하였다. 내가 덕이 적은 사람으로서 원대한 계획을 이어 지키게 되매, 이치에 밝지 못하고, 때에 따라 조치(措置)할 것을 알지 못하여,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조심하며, 부왕께서 나에게 부탁한 뜻을 저버릴까 두려워하여, 이에 인애(仁愛)의 은혜를 미루어, 백성들의 기대에 적합하기를 희망할새, 마땅히 행해야 될 좋은 일을 조목별로 위에 나열하노라.

농상(農桑)은 의식(衣食)의 근본이니, 지금 흉년을 당하매 더욱 서둘러야 될 일이다. 중앙과 지방의 영선(營繕)은 비록 이미 금지시켰으나, 수령들이 나의 뜻을 납득하지 못하여 망령되이 공작(工作)을 일으켜 농사철을 놓치게 할까 염려된다. 육조(六曹)에서 명령을 받아 공문(公文)을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감히 사사로이 농민을 노역(勞役)시키는 자가 있으면, 감사(監司)가 그 일에 따라 즉시 죄를 처단하고 아뢸 것이다.

학교는 풍속과 교화(敎化)의 근원이니, 서울에는 성균관과 오부 학당(五部學堂)을 설치하고 지방에는 향교(鄕校)를 설치하여, 권면(勸勉)하고 훈회(訓誨)한 것이 지극하지 않음이 없었는데도, 성균관에서 수학(受學)하는 자가 오히려 정원에 차지 않으니, 생각건대 교양(敎養)하는 방법이 그 방법을 다하지 못한 때문인가. 사람들의 추향(趨向)이 다른 데 좋아하는 점이 있는 때문인가. 그 진작(振作)하는 방법을 정부와 육조(六曹)에서 검토 연구하여 아뢸 것이다. 더구나 향교의 생도(生徒)는 비록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이 있더라도, 있는 곳의 수령이 서역(書役)을 나누어 맡기고 빈객(賓客)을 응대하는 등, 일에 일정한 때가 없이, 사역(使役)하여 학업을 폐하게 하니, 지금부터는 일절 이를 금지시키고, 그 유사(儒士)들이 사사로이 서원(書院)을 설치하여, 생도를 가르친 자가 있으면, 위에 아뢰어 포상하게 할 것이다.

수령은 백성에게 가까운 관직이니, 그 선임(選任)이 더욱 중요하였다. 감사(監司)의 한 때의 포폄(褒貶)066) 이 혹시 그 실상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각 도와 각 고을에서는 30년 동안의 수령의 치적(治績)을 사실대로 찾아내어, 이름을 자세히 적어서 아뢸 것이다.

환과 고독(鰥寡孤獨)과 피융(疲癃)067) ·잔질(殘疾)068) 은 왕자(王者)의 정치에서 마땅히 불쌍히 여겨야 될 바이니, 안으로는 한성부(漢城府)의 5부(部)와 밖으로는 감사(監司)와 수령이 상세히 심문(審問)하여, 환자(還上)와 진제(賑濟)를 우선 나누어 주어 【나라 풍속에 의창(義倉)069) 의 곡식을 빌려 주는 것을 환자(還上)라 한다. 】 그들의 처소를 잃지 말게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 흉년을 만났으므로, 직업을 잃은 백성이 혹시 굶주림을 당할까 염려되니, 각 고을의 수령이 만약 진휼할 때를 놓쳐 필부(匹夫)와 필부(匹婦)가 굶어서 구렁에 죽어 있다면, 반드시 견책(譴責)과 형벌을 행할 것이다.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는 집에서 시집보낼 나이가 이미 지났는데도 시집보내지 못한 사람과, 장사지낼 날짜가 이미 지났는데도 매장(埋葬)하지 못한 사람은 진실로 불쌍하니, 감사와 수령이 관(官)에서 자량(資糧)을 주어 비용을 보조하여, 때를 놓치지 말게 할 것이다. 혹시 부모가 다 죽었는데, 동복 형제(同腹兄弟)와 일족(一族)이 노비와 재산을 다 차지할 욕심으로 혼가(婚嫁)를 시키지 않는 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

탐관 오리(貪官汚吏)들이 공부(貢賦)의 상납(上納)과 사객(使客)의 접대와 관부(官府)의 영선(營繕) 등의 일을 핑계하여, 법을 어기고 세금을 과중하게 징수하여, 백성에게 해를 끼쳤는데도, 감사가 사실을 조사하지 못하고 도리어 상등(上等)의 열(列)에 둔 것은, 무능한 사람을 물리치고 유능한 사람을 등용하는 뜻에 심히 어긋나니, 지금부터는 세밀히 살피고 단속하여 백성의 생활을 도와줄 것이다.

각 고을의 수령이 혹시 한 때의 사사로운 노여움으로 인하여 법을 어기고 억울한 형벌을 쓰며, 호소할 데가 없는 백성을 매질하여, 화기(和氣)를 상하게 하였거던, 감사는 그전에 내렸던 교지를 거행하되, 법을 굽혀서 함부로 처형하는 일이 없게 하여, 내가 형벌을 신중히 하고 죄인을 불쌍히 여기는 뜻에 부응할 것이다.

향원(鄕愿)의 품관(品官)과 원악(元惡)의 인리(人吏)070) 들이 수재(守宰)071) 를 조종하여 양민(良民)을 해치는데도, 수령된 자가 그의 농락(籠絡)에 떨어져 도리어 유능하다고 인정하여, 신임하고 그들의 말만 들어 일을 맡기는 자가 간혹 있는데, 지금부터는 수령이 친히 모든 사무를 즐거이 맡지 않고 인리(人吏)와 품관(品官)에게 위임하는 자는, 감사가 엄격히 이를 다스리고 자세히 이름을 기록하여 아뢸 것이다.

의부(義夫)·절부(節婦)·효자(孝子)·순손(順孫)은 의리상 표창해야 될 것이니, 널리 방문하여 사실을 자세히 적어 아뢰어 표창하게 할 것이다. 바다와 육지에서 전쟁에 죽은 사졸(士卒)의 자손들은, 있는 곳의 수령이 그 호(戶)의 요역(徭役)을 면제하고, 특별히 구휼(救恤)하고, 그 재능이 있어 임용할 만한 자는 위에 아뢰어 서용(敍用)되도록 할 것이다. 재주와 도덕을 가지고 초야(草野)에 숨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짐을 구하지 않는 선비는, 내가 장차 고문(顧問)하여 직임(職任)을 맡길 것이니, 감사가 널리 구하여, 이름을 자세히 적어서 아뢸 것이다."

하였다. 육조에서 조신(朝臣)을 여러 도에 나누어 보내어, 교지 반포하기를 청하니, 임금께서 역로(驛路)가 피폐(疲弊)한 이유로써 이 청을 따르지 않고 급전(急傳)으로 공문(公文)을 보내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76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농업(農業) / 군사(軍事) / 교통(交通)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구휼(救恤) / 재정(財政) / 행정(行政) / 인사(人事)

  • [註 066]
    포폄(褒貶) : 전최(殿最).
  • [註 067]
    피융(疲癃) : 노쇠하여 느른한 병.
  • [註 068]
    잔질(殘疾) : 폐질(廢疾).
  • [註 069]
    의창(義倉) : 풍년에 곡식의 여분을 징수하여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흉년에 환자(還上)로 빌려주던 제도.
  • [註 070]
    인리(人吏) : 아전(衙前).
  • [註 071]
    수재(守宰) : 수령(守令).

○上諭中外臣寮曰:

惟我父王纉承太祖之業, 立經陳紀, 爲萬世法, 深仁厚澤, 洽于民心。 予以寡德, 嗣守洪圖, 不燭于理, 罔知時措, 夙夜祗敬, 恐違父王付托之意。 爰推仁愛之恩, 庶副黎元之望, 所有合行事宜, 條列于後。 農桑, 衣食之本, 今當凶年, 尤其所急。 中外營繕, 雖已禁斷, 慮恐守令不體予意, 妄興工作, 以奪民時。 除六曹受敎行移外, 敢有私役農民者, 監司隨卽斷罪申聞。 學校, 風化之源, 內設成均、五部學堂, 外設鄕校, 勸勉訓誨, 無所不至, 而成均受學者, 尙未滿額。 意者敎養之方, 未盡其術歟? 人之趨向, 他有所好歟? 其振起作成之術, 政府六曹講求以聞。 且鄕校生徒, 雖有志學者, 所在守令, 如損分書役, 應對賓客等事, 無時使喚, 以致廢業, 自今一禁, 其有儒士私置書院, 敎誨生徒者, 啓聞褒賞。 守令, 近民之職, 其選尤重, 監司一時褒貶, 或失其實。 各道各官三十年以來守令政績, 從實訪問, 具名以聞。 鰥寡孤獨、疲癃殘疾, 王政所當哀矜。 內而漢城府五部, 外而監司守令, 詳加審問, 還上賑濟, 爲先分給, 【國俗, 義倉所貸, 謂之還上。】 毋致失所。 且今適値凶歉, 慮恐失業之民, 或値飢饉。 各官守令, 如有失於賑濟, 匹夫匹婦, 餓莩(講)〔溝〕 壑, 定行責罰。 貧乏之家, 有嫁年已過, 而不能婚嫁者, 有葬期已盡, 而不能埋葬者, 誠可哀悶。 監司守令官給資糧, 以助支費, 毋致失時。 或父母歿而同産一族, 利於全執奴婢財産, 不肯婚嫁者, 痛行科罪。 貪汚官吏, 托以貢賦上納、使客支應、官府營繕等事, 違法重斂, 貽害生民, 監司不能覈實, 反置最列, 甚乖黜陟之意, 自今精察糾理, 以恤民生。 各官守令, 或因一時私怒, 非法枉刑, 鞭撻無告之民, 致傷和氣。 監司擧行曾降敎旨, 毋致枉濫, 以副予欽恤之意。 鄕愿品官、元惡人吏, 操弄守宰, 蠹害良民, 而爲守令者, 墮其牢籠, 反以爲能, 信任偏聽, 委之以事者, 間或有之。 今後守令不肯親執庶務, 委諸人吏品官者, 監司痛行糾理, 具名以聞。 義夫節婦、孝子順孫, 義所表異, 廣加訪問, 開具實迹, 啓聞旌賞。 水陸戰亡士卒子孫, 所在守令, 復戶優恤, 其有才能可任者, 啓聞敍用。 懷才抱道, 隱於草萊, 不求聞達之士, 予將顧問, 授之以任, 監司旁求, 具名申聞。

六曹請分遣朝臣于諸道頒敎, 上以驛路疲弊不從, 命以急傳行移。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76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농업(農業) / 군사(軍事) / 교통(交通)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구휼(救恤) / 재정(財政) / 행정(行政)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