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이 주연을 베풀고 이방간 등에 대해 불문에 부치기를 대신들에게 당부하다
상왕이 주연을 차리고 임금을 맞아 위로할새, 효령 대군 이보(李𥙷)와 영돈녕(領敦寧) 유정현·좌의정 박은·우의정 이원·참찬 변계량·이조 판서 정역·호조 판서 최이·예조 판서 허조·공조 판서 맹사성·병조 참판 이명덕·대사헌 허지·사간 정수홍 및 여섯 대언(代言)이 참석하였는데, 상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들으니 경들이 청하기를, ‘이방간 부자 및 박만·임순례·신효창·정용수·이숙번·황희·염치용·방문중·권약(權約)들의 죄는 군부(君父)의 원수이니, 복수하지 않을 수 없다. ’고 청했다 하니, 소위 복수란 것은 아비059) 로서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함이냐. 내 재위 19년에 어찌 나로서는 능히 할 수가 없어서 후대를 기다려 하라고 남겨 둘 수가 있겠느냐."
하고, 이에 탄식하며 말하기를,
"나의 백세 후에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다시 말하지 말라."
하고, 또 말하기를,
"박만은 성품이 물러서 태상(太上)의 명을 어길 수 없었을 것이며, 또 박만들의 일을 어찌 일일이 법대로만 할 수 있겠느냐. 효창과 용수가 안우세로 하여금 그 실정을 다 갖추어 진술하게 하였으나, 우세가 스스로 제공을 삼으려고 하여 효창들의 말을 고하기를 즐겨하지 아니하였으니, 지난날 심문할 때에 그 실정을 알았노라. 그리고 치용·문중·권약의 일은 내가 말하기 부끄러운 바이며, 황희는 내가 처음에 그를 자못 정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서 그의 생질 오치선(吳致善)으로 하여금 물어보게 하였더니, 그가 말하기를, ‘세자는 참으로 부덕하나 그러나 나라의 후사(後嗣)에 대하여 어찌 감히 간언(間言)을 올리겠느뇨.’ 하였으니, 내가 생각하건대, 그 말에 무슨 죄가 있으리오. 숙번은 나에게 공이 있어 본디 보전하려 하였는데, 다만 일찍이 세자에게 자주 뵈었다는 말이 있어, 나는 비록 그 자취를 보지 못하였으나, 깊이 그 계책을 헤아려 보건대, 전자에 무구(無咎)들이 모든 왕자를 없애버리려고 꾀한 것은 세자를 위하여 그리하려던 것이었는데, 숙번은 나의 뜻을 받들어 무구들을 공격하기에 매우 힘을 썼으니, 지금 필시 아마도 세자가 저를 의심하고 꺼릴까 하여 돌려서 붙여 보려고 할 것이며, 무구들은 필연 다시 왕자들을 없애버리려는 꾀가 있을 것이므로 멀리 귀양보냈으니, 다시는 이 일에 대하여 죄를 청하지 말라."
고 하였다. 술이 들어와서 노래부르며 화답하곤 하였다. 상왕이 말하기를,
"좌중의 아름다운 손님들은 다 옛날 친구들이다."
하니, 정현들이 뜰에 내려가 사례하였다. 주연이 중간쯤 되었을 때, 박은이 나아가 아뢰기를,
"양녕을 가까운 곳에 살게 함은 마땅치 않습니다."
하매, 상왕이 임금 앞의 정현과 허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부자는 천성이라, 나는 때때로 그를 보고싶어 하거늘, 어찌 먼 곳에 거처하게 할 수 있겠느냐."
하니, 지가 아뢰기를,
"국가 대계를 생각하시와 은혜를 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하니, 상왕은 낯빛을 변하고 말하기를,
"부자의 사이를 경은 어떻게 하려는 것이뇨."
하고, 임금도 눈물을 흘리니, 정현들은 함께 물러나 자리로 돌아갔다. 대언 성엄이 술을 올리니, 상왕이 말하기를,
"너를 보니 성녕(誠寧)이 생각나는구나."
하며,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성씨 일문은 원종 공신(原從功臣)에 견줄 만하다."
하니, 엄은 성녕 대군(誠寧大君) 부인 성씨의 백부이다. 두 임금이 다 일어나 춤을 추니, 모든 신하들도 번갈아 춤을 추어 밤이 사경에 이르러서야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7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變亂) / 정론(政論)
- [註 059]아비 : 태종이 자기를 말한 것임.
○甲辰/上王置酒, 迎慰上, 孝寧大君 (補)〔𥙷〕 、領敦寧柳廷顯、左議政朴訔、右議政李原、參贊卞季良、吏曹判書鄭易、戶曹判書崔迤、禮曹判書許稠、工曹判書孟思誠、兵曹參判李明德、大司憲許遲、司諫鄭守弘及六代言侍宴。 上王謂群臣曰: "聞, 卿等請芳幹父子及朴蔓、任純禮、申孝昌、鄭龍壽、李叔蕃、黃喜、廉致庸、房文仲、權約之罪以爲, 君父之讎, 不可不復。 所謂復讎者, 以父不能有爲也。 我在位十九年, 豈有不能而待於後世也?" 乃歎曰: "我百歲後, 未可知也, 我在毋復言。" 又曰: "朴蔓性柔, 不能違太上命耳。 且蔓等事, 何得一一如法? 孝昌、龍壽使安遇世具述情款, 遇世欲自以爲功, 不肯道孝昌等語, 往日考問, 乃得其實。 致庸、文仲、權約, 我之所恥言也。 黃喜我初頗不直之, 使其姊子吳致善問之, 曰: ‘世子信不德, 然於國儲, 安敢進間言?’ 我思其言, 亦何罪之有? 叔蕃有功於我, 本欲保全。 但嘗有言常見於世子, 我雖不見其迹, 竊料其計, 前者無咎等謀去諸王子, 以爲世子地。 叔蕃承我意, 攻無咎等甚力, 今必恐世子忌之, 欲還附之, 必復有無咎等剪除王子之謀。 以是遠謫耳, 毋復更請。" 酒進唱和。 上王曰: "座上嘉賓盡故人。" 廷顯等下庭謝。 酒半, 朴訔進啓讓寧不當居近地, 上王目上前廷顯、許遲而流涕曰: "父子天性, 我欲常常見之, 豈可使處遠地?" 遲曰: "願思大計, 割恩也。" 上王作色曰: "父子之間, 卿欲何爲?" 上亦流涕。 廷顯等俱退就坐。 代言成揜進酒, 上王曰: "見爾則思誠寧。" 仍謂群臣曰: "成氏一門, 比諸原從功臣。" 揜, 誠寧夫人 成氏之伯父也。 兩上皆起舞, 群臣亦迭舞, 夜至四鼓而罷。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7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變亂)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