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숭한 뒤에 축하를 올리고 대사령을 반포하다
인정전(仁政殿)에서 권정례(權停例)를 행하여 진하(陳賀)하고, 이어 사면(赦免)에 관한 조문(詔文)을 반포하였다. 조문에,
"옛글에, ‘군자는 어진 이를 어질게 여겨 받들고 가까운 조상은 가깝게 여겨 받든다.’라고 하였다. 가까운 조상을 가깝게 여겨 받든다는 것은 주(周)나라에서 태왕(太王)과 왕계(王季)를 추존(追尊)한 것이 이것이고, 어진 이를 어질게 여겨 받든다는 것은 제법(祭法)에서 문왕(文王)을 ‘조(祖)’로 받들고 무왕(武王)을 ‘종(宗)’으로 받든 것과 같은 사실이다. 가까운 조상을 가깝게 여겨 받든다는 것은 인(仁)이며 어진 이를 어질게 여겨 받든다는 것은 의(義)이니, 이것이 예(禮)가 생겨난 이유이다.
우리 왕조 또한 계통을 이어 내려온 것이 3대(三代) 때에 비견할 만큼 어질고 거룩한 6, 7명의 임금들이 나타나서 후손에게 억만년이나 뻗어 내려갈 위업을 마련해 주었다. 공경히 생각건대 진종(眞宗)은 종통(宗統)을 받들어 영묘(英廟)를 이었는데, 봄이 돌아오자 조롱 속의 새를 날려 보낸 데서 은연중 생물에 대한 어진 마음이 드러났으며 때아닌 장마가 들자 그것을 몹시 걱정한 것은 백성들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종묘 사직(宗廟社稷)를 맡아 그 은덕을 칭송하여 노래하게 되었는데 그만 그렇게 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원묘(元廟)의 고사(故事)를 따라 추존해서 왕으로 높이 모시었다.
우리 헌종(憲宗)은 4대의 적자(嫡子)로 서울에서 세 왕후를 베필로 삼아 15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셨다. 지극한 교화로 말하면 백성들 모두가 고대하던 것이었고 훌륭한 정사로 말하면 역사에 이루다 써놓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큰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너무도 빨리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겠는가? 아! 큰 덕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해서 반드시 오래 산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하늘의 큰 명령이 오히려 그 덕분에 오늘까지 온 것이다.
우리 철묘(哲廟)는 영고(英考)의 현손(玄孫)이며 장조(莊祖)의 증손(曾孫)이다. 이전에 오랫동안 시골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백성들의 생활 형편도 잘 알고 있었다. 즉위하여 그 태만함이 없이 정사에 부지런함이 거의 은(殷)나라 도(道)에 가까워 조갑(祖甲) 때보다 중흥(中興)하였고, 한(漢)나라의 국운(國運)에 방불하여 선제(宣帝) 때 처럼 다시 번창하였다. 임어(臨御)한 지 15년 동안은 팔도(八道)가 모두 태평 시대를 이루어 조정에서 보자면 한가히 놀고 지내고 들에서 보자면 배를 두드리면서 살고 있다. 아! 하늘에서 환하고 사람들마다 그 혜택을 받았으니, 이것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이렇게 세 임금에 대하여 추존을 한 것은 옛글에서 이른바 ‘어진분을 어질게 여겨 받들고 가까운 조상을 가깝게 여겨 받든다.’고 한 말에 들어맞는 것이다. 이전에 미처 실행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에 와서 함께 거행하여 추숭하는 데에 미덕이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전의 업적이 역시 오늘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이달 28일에 교묘(郊廟)에 고하고 30일에 삼가 각실(各室)에다 옥책(玉冊)과 금보(金寶)를 올렸으며, 그 이튿날에 전각(殿閣)에 나가 축하를 받았다. 이어 훌륭한 의식을 성과적으로 끝마친 이때에 어찌 명령을 크게 내리는 조치가 없겠는가. 시행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아래에 열거한다. 【이하는 생략한다.】
아, 세 실(室)의 제호(帝號)를 이미 추숭(追崇)하였으니 기쁘고도 훌륭하다. 7대의 조상을 모신 묘의(廟議)는 오른쪽이 목(穆)이 되고 왼쪽이 소(昭)가 되는 신주의 배열순서가 꼭 맞으니, 먼 훗날에 가서도 할 말이 있게 될 것이며 길이 의혹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중앙과 지방에 포고하여 모두들 알게 하라."
하였다.
- 【원본】 3책 2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1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三十一日。 行權停例, 陳賀于仁政殿, 仍頒詔赦。 詔文曰: "傳曰‘君子賢其賢而親其親’。 親其親, 周家之追尊太王、王季是也。 賢其賢, 祭法之祖文王而宗武王是也。 親親仁也, 賢賢義也。 此禮之所由生也。 亦粤我國朝垂統, 比隆三代, 邁賢聖六七之作, 貽子孫億萬斯年。 恭惟眞宗室承統, 肇膺英廟朝繼體, 方春放鳥, 謁有生物之仁, 非節憂霖, 端出愛民之意。 宗社有託, 謳歌攸歸, 卽未卒寧王圖功。 亦率由元廟故事, 光啓寶籙。 聖神相承逮我憲廟, 體四世之嫡, 配三后于京, 十五載光臨。 至化則民皆思見, 美政則史不勝書。 若將大有爲, 寧不少其延? 嗟! 大德無徵於必壽, 而景命尙賴於今日。 粤我哲廟、英考之玄孫, 莊祖之曾孫。 舊勞于外, 爰知小人之依。 作其卽位, 所其無逸, 庶幾乎殷道中興於祖甲, 彷彿乎漢運再昌於病己。 臨御十五載, 八域寧謐, 觀于朝則有退食委蛇之容, 觀于野則有含哺鼓腹之樂。 於昭于天其澤在人, 此所以沒世不忘也。 今此追尊三宗, 乃傳所謂‘賢其賢親其親’者也。 前雖未遑於竝擧, 今乃歸美於追崇, 斯爲畢闡夫前光, 亦若有待乎今日。 已於本月二十八日, 祗告于郊廟, 三十日謹上冊寶于各室, 翌日臨殿受賀。 玆當縟儀告成之辰, 詎無渙音誕告之擧? 所有合行事宜, 臚列于左。 【以下略】 於戲! 三室之帝號追隆, 旣盡善又盡美。 七世之廟儀允叶, 右爲穆左爲昭, 永有辭於千秋, 俟不惑於百世。 布告中外, 咸使聞知。"
- 【원본】 3책 2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1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