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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실록 1권, 순종 즉위년 8월 27일 양력 1번째기사 1907년 대한 융희(隆熙) 1년

황제의 즉위식을 진행하고 대사령을 반포하다

돈덕전(惇德殿)에 나아가 황제의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정사(正使) 완평군(完平君) 이승응(李昇應), 부사(副使) 정2품 정한조(鄭漢朝)를 보내어 순명비 민씨(純明妃閔氏)를 황후(皇后)로 추후하여 책봉하고, 정사 완순군(完順君) 이재완(李載完), 부사 홍문관 태학사(弘文館太學士) 김학진(金鶴鎭)을 보내어 왕비 윤씨(尹氏)를 황후로 올려 책봉하였다. 축하를 받고 대사령(大赦令)을 반포하고 조문(詔文)을 반포하였다.

"봉천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는 다음과 같이 조령(詔令)을 내린다. 아! 짐은 덕이 없는 사람으로서 외람되게 황태자로 있으면서 부모의 잠자리와 수라상을 살피는 일상적인 일도 언제나 미처 하지 못하였는데, 나라의 큰 정사를 대리하라는 명령이 천만 뜻밖에 갑자기 내렸으므로 더없이 송구하여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다. 오직 진정으로 간청하여 내린 명령을 취소하실 것을 바라면서 한 번 호소하고 두 번 호소하였으나, 윤허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속하여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는 처분까지 있었으므로 더욱더 놀랍고 두려워서 당장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늘의 의사를 돌려세울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도 불안해졌으므로 하는 수 없이 힘써 명령을 받기는 하였으나, 임무가 너무도 중대한 만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아! 생각건대 우리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는 하늘의 의사에 응하고 사람의 마음에 맞게 왕업을 이룩하고 계통을 이어줌으로써 억만년토록 무궁할 우리나라의 터전을 열어 주셨다. 창업에 부지런히 힘쓰는 것에 고달프시어 왕위를 정종 대왕(定宗大王)에게 물려주었고, 정종 대왕은 이어받아 또 태종 대왕(太宗大王)에게 물려주었으며, 태종 대왕은 또한 세종 대왕(世宗大王)에게 물려주었다. 세종 대왕은 세 임금의 뒤를 이어 성왕(聖王) 중의 성왕이었으니, 거룩한 공적과 훌륭한 교화로 당요(唐堯)·우순(禹舜) 때와 같은 세상을 이룩하고 예악(禮樂) 문물(文物)이 찬연하게 구비되었다. 윗사람은 어진이를 어질게 여기고 친척을 가깝게 하였으며 아랫사람은 그들의 즐거움을 즐거워하고 그들의 이익을 이롭게 여기면서 오늘의 경사를 보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예법이 원래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하는 일에는 다 은미한 뜻이 있어서 일반 사람들은 원래 알지 못하는 것이지만, 짐과 같이 무능한 사람이 하는 일이야 일반 사람들도 어찌 모르겠는가? 그리고 세상일은 잘 되는 때와 못 되는 때가 있고 운수는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는 법이다. 근래 수십 년 동안에 우리나라에는 난관이 많아서 비록 태황제(太皇帝)와 같은 훌륭한 덕과 지극한 인자함으로 밤낮 근심걱정 했어도 오히려 장차 그렇게 되는 때를 돌이켜 바로잡지 못하였는데, 변변치 못한 나로서 어떻게 이미 그렇게 된 뒤에 와서 수습할 수 있겠는가?

아! 짐이 깊이 생각해보건대 임금 노릇하는 것만 어려울 뿐 아니라 신하 노릇하기도 어렵다. 《상서(尙書)》에 이르기를, ‘신하가 바르면 그 임금도 바르게 되고 신하가 아첨하면 그 임금은 스스로 성군인 줄 아니, 임금이 덕 있는 것도 신하에게 달렸고 덕이 없는 것도 신하에게 달렸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대 이완용(李完用)은 총리(總理)이니, 너의 부하들을 통솔하고 경계하여 그대의 임금을 인도하되, 조금이라도 바르지 않게 인도하지 말라. 그대 임선준(任善準)은 지방을 관리하니, 수령(守令)을 신중히 선택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라. 그대 고영희(高永喜)는 재정을 맡아보고 있으니, 나라 형편을 넉넉하게 하라. 그대 이병무(李秉武)는 군사에 관한 정사를 정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대 조중응(趙重應)은 신중히 하고 돌봐주는 도리를 다하여 백성들에게 중도(中道)를 적용하라. 그대 이재곤(李載崑)은 인재를 교육하는 것을 가장 급선무로 내세우도록 하라. 그대 송병준(宋秉畯)은 농사를 가르쳐 재물을 늘리며 장공인(匠工人)들이 소통하게 하고 상인(商人)들에게 혜택을 주도록 하라. 그대들 일곱 사람들아, 오늘이 어떤 날이며 이때가 어느 때인가? 그대들의 마음을 통제하여 그대들의 직무에 힘쓰도록 하라. 그대들의 마음이란 무슨 마음인가? 그것은 일개인의 사사로운 마음이다. 세상의 무슨 일이든 공정한 데에서 이루어지고 사사로운 데에서 실패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나라만 생각하고 가정을 잊으며 공정한 것만 알고 사사로운 것을 잊어버린다면, 무슨 일인들 되지 않으며 무슨 성과인들 나타나지 않겠는가?

아! 짐은 다른 생각이 없으니, 오직 옳은 길을 따르는 문제에 대해서 힘쓰겠다. 그대들에게 좋은 계책과 방법이 있으면 짐에게 들어와서 말하라. 그대들의 말만 따르겠다. 그대들은 나 한 사람을 도움으로써 지나간 시대보다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두도록 하라.

아아! 위로는 종묘 사직의 중대함을 생각하고 아래로는 신하와 백성들의 심정을 살펴서 올해 음력 7월 19일에 경운궁(慶運宮)의 즉조당(卽阼堂)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드디어 연호(年號)를 고쳤으며 대황제(大皇帝)를 태황제(太皇帝)로 높이고 순명비 민씨(純明妃閔氏)를 황후(皇后)로 추후하여 책봉하였으며 왕비 윤씨(尹氏)를 황후로 책봉하였다.

아아! 황제가 되는 것이 즐거움은 없고 단지 두려운 생각만 들게 된다. 믿는 것은 신하들뿐이니 무거운 부담을 돕도록 하라. 열 줄의 포고문을 내리어 대사령(大赦令)의 은전을 베푸는 바이다. 모든 시행할 사항은 뒤에 열거한다. 【생략】

아아! 마치 자식을 낳은 것 같아서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은 지금의 첫 정사에 달려 있다. 조상의 덕을 더럽히지 말고 왕업을 튼튼하게 하여 나의 공적과 성과를 도모하라. 세상에 포고하여 모두 다 듣고 알게 하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2책 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9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인사-관리(管理) / 왕실-비빈(妃嬪)

二十七日。 御惇德殿, 行卽位式。 遣正使完平君 李昇應、副使正二品鄭漢朝, 追封純明妃閔氏爲皇后; 遣正使完順君 李載完、副使弘文館大學士金鶴鎭, 進封妃尹氏爲皇后。 受賀頒赦, 頒詔文。 奉天承運皇帝詔曰: "嗚呼! 朕以否德, 忝居儲貳, 如問寢視膳恒規疎節, 每懷靡及。 軍國大事代聽之命, 忽下於千萬夢寐之外, 慄慄危懼, 罔知所措。 惟有血誠祈懇, 冀蒙反汗, 一籲再籲, 不惟不獲命, 繼以有傳位之處分, 轉益震懍, 直欲鑽地以入而不可得矣。 天意莫回, 人心疑懼, 萬不獲已, 黽勉承命, 付託至重, 曷以堪任? 嗚呼! 洪惟我太祖高皇帝, 應天順人, 創業垂統, 以啓我億萬年無疆之基。 倦于勤, 肇行內禪于定宗大王, 定宗大王大王承之, 又傳之于太宗大王; 太宗大王亦傳之世宗大王, 世宗大王承三聖而聖益聖, 聖功神化, 日, 禮樂文物, 燦然俱備。 君子賢其賢而親其親; 小人樂其樂而利其利, 式克至于今日休, 我家禮固已然, 而聖人之事, 皆有微意, 其所爲, 衆人固不識, 如朕之無能爲役, 卽衆人, 寧不知乎? 且道有升降; 運有否泰。 邇來十數年間遭我家多難, 雖帝之盛德至仁, 宵旰憂勤, 猶未回泰於將然之際, 以朕寡昧, 曷敢濟屯於已然之後乎? 嗚呼! 朕永思艱, 后非惟艱, 臣亦惟艱。 《書》不曰‘僕臣正, 厥后克正; 僕臣諛, 厥后自聖。’ 后德惟臣, 不德惟臣乎? 咨爾完用, 爾總理董飭乃寮, 導爾辟, 罔敢不正; 咨爾善準, 爾管理地方, 愼擇守令, 以安黎民; 咨爾永喜, 爾掌財賦, 宜裕國計; 咨爾秉武, 詰戎貴精; 咨爾重應, 克體欽恤, 用中于民; 咨爾載崐, 敎育人材, 最爲急務; 咨爾秉畯, 訓農殖財, 通工惠商。 咨爾七人, 今日何日, 今時何時? 黜乃心、懋乃績, 乃心何心? 一己之私心, 天下何事, 不成於公而敗於私乎? 國耳忘家; 公耳忘私, 則何事之不濟, 何功之不立? 嗚呼! 朕無他焉, 惟從善則可勉。 爾有嘉猷嘉謨, 入告于朕。 惟爾之從。 爾尙弼予一人, 俾多于前功。 嗚呼! 仰念宗社之重; 俯察臣民之情, 迺於本年陰曆七月十九日, 卽位于慶運宮卽阼堂, 遂改元, 尊大皇帝爲太皇帝, 追冊純明妃閔氏爲皇后。 冊妃尹氏爲皇后。 嗚呼! 無樂爲君, 祇懷集木之懼。 所賴在臣, 惟助負荷之任。 庸敷十行之告, 爰推肆赦之典。 所有合行事宜, 開列于後。 【略】 於戲! 若生子而永年, 在今初服。 無忝祖而基命, 圖我新功。 布告天下, 咸使聞知。"


  • 【원본】 2책 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9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인사-관리(管理)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