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대리 청정 진하는 권정례로 행하다
황태자의 대리 청정(代理聽政)으로 인한 진하(陳賀)는 권정례(權停例)로 행하였다. 이어 사면(赦免)을 반포하였다. 조문(詔文)에,
"황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堯) 임금이 제위를 물려주어 순(舜) 임금이 섭정(攝政)한 것은 《서경(書經)》을 펴면 첫 번째 뜻으로 되어 있다. 역대로 내려오면서 황태자가 직접 자리를 물려받거나 정사에 참여하여 처결하면서 심법(心法)을 전수받고 부탁할 적임자를 얻는 것은 실로 종묘와 사직을 중시하고 국운을 계승하기 위한 정상적인 법이며 통용되는 의리로 역사책에도 전해지는 미담이다.
우리 숙종, 영조, 순조는 모두 늘그막에 세자에게 명하여 정사를 대리시킴으로써 우리의 억만년 무궁할 복을 공고히 하였다. 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전범(典範)으로 본받아야 할 일이다.
짐이 왕위에 오른 40여 년 동안 많은 난관을 겪으면서 정사가 뜻대로 되지 않아 늘 걱정과 두려운 마음을 품고 지내왔다는 데 대해서는 이미 지난번 조령에서 다 말한 바이다. 정력에는 한계가 있어 번거로운 정사를 처리하기 어렵고 병이 점점 깊어져 오랫동안 몸조리를 방해해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슬기로운 천품을 지닌 황태자가 하늘이 준 총명과 효성, 우애로 춘궁(春宮)에서 덕을 키웠기 때문에 나라 사람들이 그의 정사를 학수고대한 지 30여 년이다.
나랏일을 돌보는 것은 원래 응당 해야 할 일인데, 더구나 짐이 노쇠하여 권하는 때이니 수고를 맡아 정사를 대리하는 일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이에 정사하라는 명을 내려 우리 조종(祖宗)의 법을 따르는 것이니, 한편으로는 정사를 분명히 익혀 더욱 온 나라의 장래를 메고 나가게 하려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짐의 수고를 나누어 주어 물러나 한가하게 병을 조섭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어찌 종묘와 사직의 복이 아니며 나라의 행운이 아니겠는가?
금년 음력 6월 10일부터 나라의 큰일을 일체 태자가 처결하라. 같은 날 새벽에 천지와 종묘 사직에 삼가 고하고 신하들과 백성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바이다. 이처럼 경사로운 때에 어찌 은택을 베푸는 일을 늦출 수 있겠는가? 시행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아래에 열거한다. 【이하는 생략함.】
아! 태자는 나라의 제사를 주관하면서 밝은 시대를 여는 훌륭한 임금이 되도록 하라. 바른 사람을 가까이하고 옳은 말을 들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데 힘쓰고, 명분이 바르게 되고 말이 순해지면 예악의 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조령을 내려 교시하는 것이니, 다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 【원본】 52책 48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7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
行皇太子代理聽政陳賀, 權停也。 仍行頒赦。 詔文若曰: "帝堯倦勤而虞舜攝政, 《書經》之開卷第一義也。 歷代以來, 儲貳之或直膺禪授, 或參決庶務, 心法之傳受, 付托之得人, 實爲重宗社綿邦籙之常經通義, 而史冊傳美談者也。 粤我肅、英、純祖, 皆於晩年, 命儲宮代理, 以鞏我億萬年無疆之休。 此乃我家典範之所當法者也。 膜之臨御四紀, 備經多難, 治不徯志, 常懷憂懼, 已悉於前詔, 而精力有限, 難以應煩, 疾恙侵尋, 久妨攝養。 幸有皇太子睿姿, 天授聰明, 孝反毓德, 春宮國人之延頸屬望者, 三十有餘年矣。 撫軍監國, 自是應行之事, 況當朕衰倦之日, 代聽任勞, 何可已也? 爰降代理之命, 遵我祖宗之憲, 一則使之明習政事, 益繫四海之望, 一則爲朕分勞擔務, 得以退閒養疴, 豈非宗祊之福, 家國之幸耶? 自今年陰曆六月初十日爲始, 軍國大事, 一決於皇太子。 同日曉, 祗告于天地宗廟社稷, 亦粤臣庶, 誕告用亶。 値玆燕賀之辰, 詎緩霈澤之施? 所有合行事宜, 條列于左 【以下略】 。 於戲! 震鬯社器, 離照重明, 親正人聞正言, 勉否屯之弘濟, 名則正言則順, 期禮樂之期興。 故玆詔示, 想宜知悉。"
- 【원본】 52책 48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7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