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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47권, 고종 43년 2월 3일 양력 1번째기사 1906년 대한 광무(光武) 10년

정석채 등이 송병선이 남긴 상소문을 올리다

옥천(沃川) 유생 정석채(鄭奭采) 등이 고(故) 좨주(祭酒) 송병선의 유소(遺疏)를 올렸는데, 그 유소에 이르기를,

"초야에 있는 송병선은 목숨을 끊으려 하면서 삼가 대궐을 향하여 피눈물을 흘리며 상소를 올려 성상께 영결을 고합니다. 삼가 아룁니다. 신은 역적을 처단하고 조약을 폐지하는 일로 상소문과 차자문을 올리고 삼가 처분을 기다린 지 이미 며칠이 되었는데 그간 여러 번 청대(請對)하였으나 성상의 체후가 편치 않다고 하기에 대궐문에서 명령을 기다렸습니다.

경무사(警務使) 윤철규(尹喆圭)가 신에게 와서 권고하기를, ‘만약 합문에 나아가 엎드려 있고자 한다면 앓은 몸으로는 근력이 스스로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하더니, 신의 몸을 부축하여 교자에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교자의 문이 내려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성 밖에 당도하였는데 순검과 일본 순사들이 칙명으로 보호한다는 핑계 아래 신의 몸을 수색하고 갖은 욕을 보이더니, 강제로 기차에 태워 곧장 공주(公州)태전(太田)에 도착하여 신을 고향으로 쫓아버렸습니다. 그때에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의 몸이 모욕을 당한 것은 진실로 애석해할 것도 못되지만 조정에 치욕을 끼친 것은 어찌하며, 시골에 묻혀 사는 선비들에게 수치를 끼친 것은 어찌한단 말입니까?

아! 여러 역적들을 처단하지 않고 강제로 체결된 조약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500년 종묘사직은 지금 멸망할 것이고 삼천리 강토는 오늘 없어질 것이며, 수백만 백성들은 지금 멸망할 것이고 5,000년을 내려오던 도맥(道脈)이 오늘 끊어질 것이니, 신이 오늘날 산다 한들 무엇 하겠습니까? 지하로 돌아가 우리 열성조(列聖朝)와 선정신(先正臣)들을 모시고 《춘추(春秋)》의 큰 의리를 저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바라건대 자애로운 성상께서는 살피고 가엾게 여겨 종묘와 사직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올바른 의리를 확정하여, 여러 역적들을 속히 처단함으로써 나라의 법을 집행하고, 강제로 체결된 조약을 속히 폐지함으로써 국권을 회복하소서. 인재를 선발하여 직책을 맡겨 우리 백성을 보전하고 종묘와 사직을 영원히 받들어 끊어져가는 도맥을 부지한다면 신은 죽어서도 오히려 살아 있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정신이 혼몽하고 기가 막혀 말에 두서가 없습니다. 죽을죄를 무릅쓰고 삼가 아룁니다."

하였다.


  • 【원본】 51책 4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21면
  • 【분류】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三日。 沃川儒生鄭奭采等進卒祭酒宋秉璿遺疏。 其遺疏曰:

草莽臣宋秉璿性命將盡, 謹北向泣血上書, 告訣于聖上。 伏以臣討逆廢約事, 以疏、以箚, 恭俟處分者已有日, 而屢度請對, 以聖候靡寧, 待命闕門矣。 警務使尹喆圭來誘于臣曰: "若欲進伏閤門, 則癃疾筋力。" 難可自强, 扶臣載轎。 轎門下垂, 閃忽之頃, 已到城外, 則巡檢與巡査, 稱以勅命保護, 探搜臣身, 困辱萬端, 脅載火車, 直到公州太田, 逐臣還鄕。 當其時也, 求死不得。 臣身受辱, 固不足惜, 而貽辱朝廷何? 貽羞山林何? 嗚呼! 諸賊不誅, 勒約未繳, 則五百年宗社, 今日而亡矣, 三十里疆土, 今日而無矣, 數百萬生靈, 今日而滅矣, 五十年道脈, 今日而絶矣。 臣於今日, 生亦何爲? 將歸侍我列聖朝曁先聖賢於地下, 而不負《春秋》大義矣。 伏乞聖慈察之憐之, 確定殉社之正義, 亟誅諸賊, 以伸王章, 亟廢勒約, 以復國權。 擇人任職, 保我黎民, 置宗祊於無疆, 扶道脈於垂絶, 則是臣死之日, 猶生之年也。 神昏氣塞, 言不知裁。 謹昧死以聞。


  • 【원본】 51책 4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21면
  • 【분류】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