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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44권, 고종 41년 7월 10일 양력 1번째기사 1904년 대한 광무(光武) 8년

이순범이 을미년의 역적들을 처벌하도록 청하다

봉상사 부제조(奉常司副提調) 이순범(李舜範) 등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들이 생각건대 《춘추(春秋)》의 의리는 수십 가지이지만 엄격한 것으로는 원수를 갚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정사에 있어서는 강토를 보전하는 것보다 더 중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齊) 나라노(魯) 나라가 우호를 맺고 허(許) 땅과 팽(祊) 땅을 서로 바꾼 데 대하여 공자(孔子)가 더없이 엄하게 의리로 단죄하여 후세의 임금들에게 경계하였던 것입니다. 신들은 이를 보고 여러 번 눈물을 흘리며 늘 분수에 넘친 걱정이 절절하였습니다.

을미년(1895)의 원수에 대해서는 말하기조차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므로 혈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절치부심하며 일본(日本)을 없애버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아직도 한 하늘을 이고 있고 일본 사람들의 멸시와 모욕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왕비를 시해한 역적을 넘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욕심이 끝이 없어 가혹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이른바 두 나라가 동맹하여 러시아〔俄國〕 사람들의 침해를 막자고 한 것은 이웃간에 화목한다는 허울 좋은 명색뿐이고 막상 우리에게 시행한 것들을 보면 거기에 논의할 만한 것이 없지 않습니다. 애초에 여섯 조목의 조약문을 가지고 우리를 우롱하고 달랬으며 어쩌다 시행을 본 것들이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어붙인 것들이었습니다. 군용지 푯말을 제멋대로 세우고 철길을 빼앗으며, 남산에 굴을 뚫고 어로(漁撈) 구역을 강요해서 가졌는데, 그것이 모두 충고(忠告)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이 몇 가지는 오늘날 응당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이기는 하나 이보다 천만 번 더 절박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 대리공사(代理公使) 하키하라〔萩原〕가 우리 외부(外部)에 문건을 보냈는데 산림·강·못·들판·황무지를 50년 기한으로 빌려서 개간하겠다는 것입니다. 아!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작으므로 길이가 3,000리를 넘지 못하고 너비가 1,000리도 안 되는데 산림·강·못·들판·황무지가 그중의 10분의 8,9이고 나라와 백성들의 소유로서 원 대장에 등록(謄錄)된 토지란 10분의 1,2밖에 안 됩니다. 10분의 8,9를 남에게 넘겨주면 조종(祖宗)의 능침(陵寢)이 일본 사람에게 들어간 땅에 있게 되고 백성들의 묘지가 일본 사람에게 들어간 땅에 있게 될 것이며 비단과 마(麻), 오곡(五穀)·금·은·구리·철·새·짐승·물고기·초목·갈대·대나무 등 나라의 정규적인 세와 백성들의 생활 밑천이 될 만한 것들이 모조리 일본 거류민들의 재부(財賦)의 원천으로 되어 버릴 것입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재물을 티끌만큼도 쓰지 않고서 한 개의 탁자를 놓고 세 치도 못 되는 혀를 놀려 한국 땅의 8,9를 얻는 것이니 옛날에 무력을 다 기울여 싸움에서 이긴 자라 할지라도 이만큼은 차지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자기 백성들을 이주시키고 우리나라에서 토지를 개간하여 집을 짓고 부락을 형성하며 재산과 곡식을 쌓아 놓은 후 개인의 토지를 사들이고 백성들의 환심을 사면 이삼 년도 못 되어 원장부에 올라 있는 10분의 1, 2마저 모두 일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2,000만 백성들은 깡그리 흩어져 임금을 공경하고 떠받들 마음을 가질 겨를이 없을 것이니 강개하여 충성을 다하던 선비로서 고통을 달게 여기며 치욕을 씻으려던 사람들에게서도 더는 《춘추》의 의리를 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폐하께서 아무리 넓은 대궐의 호화로운 자리에 앉아 임금의 낙을 누리려 한들 누구와 함께 누리시겠습니까? 폐하(陛下)께서 비록 자신은 생각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찌 하늘과 선대 임금들이 준 나라의 귀중함을 생각지 않으며 팔도(八道)의 백성들이 도륙당하는 참상을 불쌍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옛날 적(狄) 사람들이 빈(豳) 땅을 침략하자 태왕(太王)은 적 사람들이 탐내는 것이 땅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기산(岐山) 아래로 피하였는데 따르는 사람들이 마치 저자에서 돌아오는 듯하였습니다. 폐하께서 과연 태왕의 덕을 체현하여 나라를 다른 사람에게 양여한다면 기산의 위업을 이룩할 수 있겠으며, 또 저자에서 돌아오듯 응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오(吳) 나라 사람들이 월(越) 나라를 침입하자 구천(句踐)이 나라를 그들에게 양여하였는데, 폐하께서 과연 구천의 뜻을 지니고서 백성을 늘리고 가르쳐 회계산(會稽山)의 치욕을 씻은 것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태왕이나 구천이 앞서 일정한 뜻을 품고 후에 일정한 계책을 행하였기 때문에 맹자(孟子)는 하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그런 일정한 뜻을 품은 것이 없이 그저 남에게 양여한다면 이는 초(楚) 나라 경왕(頃王)이 6,000리를 가지고 원수의 노예가 된 것과 같은 치욕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설사 맹자가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과연 하늘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인정해 주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두 가지의 이익이 있을 뿐이고 한 가지 해도 없다. 선금을 가지고 나라의 비용에 보태니 첫 번째 이익이요, 기술을 전습하게 되니 두 번째 이익이며, 만기가 되면 옛것을 도로 찾게 될 것이니 해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또한 너무나 짧은 생각입니다. 선금을 가지고 나라의 비용을 보탠다는 것이야말로 제 살을 베어서 제 배를 채우는 것이며 기술을 전습한다는 것은 근사한 듯하나, 먼저 이익을 뺏기고 나면 살래야 살 수 없어 너도나도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어갈 것인데 어느 겨를에 기술을 전습하겠습니까? 50년 만기가 되면 옛것을 도로 찾는다는 것은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저들이 장차 몇 천만으로 불어나 온 나라에 차 넘치게 되면 찾아 되돌려 보낼 수도 없고 쫓아 보낼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무릇 이 교묘한 말은 삼척동자도 속일 수 없는데 이 따위로 한 세상을 우롱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통곡하지 않겠습니까? 밖의 호랑이와 안의 앞잡이가 단짝이 되었으니 저들이 우리의 내막을 엿보고서 요구한 것 역시 안의 앞잡이들이 초래한 것이며, 우리가 저들의 강한 힘이 두려워 수응하는 것도 안의 앞잡이의 위협 때문입니다. 필시 괴이하고 염치없는 무리들이 있어 중간에서 농간을 부려 화란의 단서를 불러들이고 대궐에서 함부로 접견을 요청하여 저지를 것이니, 음흉한 모략과 은밀한 계책이 모두 나라를 팔아 자기를 살찌우려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궐 밖에서 일어나는 물의(物議)가 차마 들을 수 없고 감히 말하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터여서 그 죄상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무리들의 교묘한 논의에 누가 맞장구를 치든지 폐하의 밝은 안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사패(司敗)에 넘겨 효수(梟首)하여 공명정대한 정사를 밝힘으로써 나라를 어지럽히는 역적의 심보를 경계하지 않습니까?

하키하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 아직 하찮은 병기마저 없는 것을 업신여겨 우리나라 땅을 탐내어 불법적으로 강요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여섯 조항의 조약문에서 이른바 독립과 영토 보전을 확실하게 보증한다는 것입니까? 해외에 대표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것입니까마는,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맹약(盟約)을 저버리고 이웃 나라와의 우의를 막고 이간을 조성하여 원수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것이 과연 우방국 간에 교제하는 도리입니까? 그의 요망스러운 모든 행동은 그 어느 것이나 남의 나라 땅을 빼앗으려는 것인 만큼 우리나라에 신의를 저버리는 것일 뿐 아니라 두 나라 간에 화목하자는 일본의 약속에도 어긋납니다. 마땅히 제 나라에 통지하여 그를 소환하며 법으로 징계하게 함으로써 양국간의 두터운 우의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궁내부(宮內府)가 회답 공문을 보내 면전에서 거절한 것이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외부 대신(外部大臣)이 접수한 당치 않은 글로 말하면 엄한 말로 단호히 거절하여 저들로 하여금 주둥이를 열지 못하게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리어 머리를 수그리고 저들의 말에 순종하여 궁내부에 청원 공문을 내기까지 하였습니다. 장차 시행을 보게 되면 저들에게 생색을 내고 불행히 기각이 되면 폐하에게 탓을 돌린 것이니 그 심보가 장차 무엇을 하자는 것이겠습니까? 이런데도 징계하지 않으면 매국(賣國)의 무리들이 꼬리를 물고 생겨날 것입니다. 우선 그를 처형함으로써 온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답해야 할 것입니다.

아! 나라의 위태로움과 백성들의 환난이 이미 극도에 달하였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제지할 수는 있습니다. 일체 나라 토지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농상공부(農商工部)로 하여금 전적으로 관할하게 하되, 개간하고 채취하고 증식하는 것에 관해 백성들과 나라에 이로운 방책을 세밀하게 강구해서 나무는 제때 베고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지 말며 농사철을 빼앗지 말고 절약해서 쓰는 동시에 마음을 다해 밀고 나가 기어이 실효가 나타나게 하여 전야가 황무지가 되지 않게 하고 산이 민둥산이 되고 못이 마르지 않게 함으로써 백성들이 재부를 쌓게 하고 짐승들까지 살찌게 만든다면 저들이 아무리 침을 흘려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을 것이니, 어찌 만대의 복이 아니겠습니까?

원컨대 폐하께서는 깊이 생각하여 속히 신들의 상소를 정부(政府)에 내려 보내서 그들로 하여금 일일이 시행해 나가게 함으로써 나라의 강토가 침해당하지 않게 하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역적들이 두려워할 바를 알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상소를 보고 잘 알았다."

하였다.


  • 【원본】 48책 44권 4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31면
  • 【분류】
    농업-개간(開墾) / 정론-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외교-일본(日本) / 외교-러시아[露]

十日。 奉常司副提調李舜範等疏略:

臣等竊伏念《春秋》之義數十, 其嚴莫大乎復雪讎冤, 其政莫重乎保全疆土。 故之交好, 之相易也, 聖人之誅義莫嚴, 以垂後世人君之戒。 臣等於此三復流涕, 每切杞漆之憂矣。 乙未之讎, 說之苦痛, 凡有血氣之類, 莫不切齒腐心, 歌謳三戶, 而尙戴一天。 人之凌侮, 日甚又甚, 不惟不能交還弑逆以謝我人, 而谿壑之慾, 猶且無厭, 秦求不已。 彼所謂合從兩國以防人之侵侮者, 假借隣睦之好箇題目, 而及其施於我者, 則不能無可議於其間也。 始, 以六條約章, 愚弄我, 甘誘我, 幸而見施, 則不問曲直之如何, 如破竹之迎刃。 軍用標之恣用、鐵路之占奪、南山之截鑿、漁採之求施, 皆可曰忠告乎? 凡此數者, 雖今日之所宜講確, 而其所萬萬急切, 尤有甚於此者。 日本代理公使萩原之照會我外部也, 以山林、川澤、原野陳、荒之地, 借墾五十年之限。 噫! 我國褊小, 長不過三千里, 廣不滿一千里, 山林、川澤、原野、陳荒之地, 居十之八九, 官有民有之原田, 帳簿居十之一二。 以十之八九, 讓與他人, 則祖宗陵寢, 借寓土, 人民塚墓, 借寓土, 絲麻五穀、金銀銅鐵、鳥獸魚鼈、草木蘆竹, 凡可爲國庫應稅、生民利殖, 莫非日本居民財賦之源也。 兵不血刃, 財不費毫, 一掉三寸之舌, 已得韓國之八九, 雖古之窮兵黷武、戰勝攻取者, 莫之能及也。 旣其殖民於我, 墾土於我。 結屋成隣, 積峙財穀, 占買私有之地, 沽結愚民之心, 則不過二三年, 原帳簿十存一二者, 盡入於人之手, 二千萬生靈, 渙散靡遺, 不暇有恭敬愛戴之心矣。 慷慨效忠之士, 願雪薪膽之恥者, 不復聞《春秋》之義矣。 陛下雖欲享南面之樂於廣廈細氈之上, 誰與之共乎? 陛下縱不欲自愛, 獨不念惟天惟祖宗付畀之重乎? 獨不憐八域蒼生魚肉之慘乎? 昔人侵, 太王以爲人所欲者土地也, 避於岐山之下, 而從之者如歸市。 陛下果能體太王之德而讓於他人, 則曾有岐山之業而亦有歸市之應乎? 人之入也, 句踐擧國以讓之, 陛下果有句踐之志, 而能生聚敎訓, 以復會稽之恥乎? 太王句踐, 有一定之志於前, 而行一定之謀於後, 故孟子以爲順天者。 苟無其志, 而徒讓於人, 則是不免爲 頃王六千里讎人役之恥矣。 使孟子復起, 果可以順天許之乎? 說者以爲: "有二益, 一無害。 爲先酬裨補國帑, 一益也; 傳習藝術, 二益也; 洽待期滿, 仍舊追還, 一無害也。" 其亦不思甚矣。 先酬裨補國帑者, 是割肉以充腹也; 傳習藝術, 雖或似然, 先奪其利, 求生不得, 溝壑之厄, 項背相望, 奚暇傳習其術乎? 待滿五十年之期, 仍舊追還, 雖備一說, 彼之生殖, 將不至幾千萬口之多, 而充滿八域, 索還不得, 排遣不得? 凡此巧譎之說, 不足以瞞過三尺孩兒, 乃欲愚迷一世, 國事到此, 寧不痛哭也? 外虎內倀, 打成一片。 彼所以瞰我虛實而請求者, 亦內倀之所召也; 我所以畏彼强悍而酬接者, 亦內倀之所嚇也。 必有一種怪鬼無恥之徒, 媒孼其間, 喚做厲階。 宮禁之內, 請謁肆行, 陰謀祕計, 無非賣國肥己之志。 而外間物議, 至有不忍聞、不敢言者, 萬口所播, 情跡莫掩, 此輩巧說鼓簧之其誰其某, 不敢逃於陛下明鑑之下矣。 何不付之司敗, 斫其頭而懸之藁街, 以昭平明之治, 以戒亂賊之心乎? 以萩原言之, 藐視我國之曾無寸鐵, 而利我土地, 求施無法, 此果六條所謂"獨立及領土保全, 確實保證"乎? 出疆代表, 何等重大, 而墨痕未乾, 先此渝盟, 沮遏隣誼, 釀成仇隙, 此果友邦交際之道乎? 其節節邪妄, 無非奪人土地之欛柄, 則非但失信於我國, 亦所以違背日本隣睦之約也。 正合照會其國, 使之召還懲法, 以明兩國敦親之誼也。 今此宮內府之回照辭卻, 雖爲面前之幸; 而至於外部大臣接受不經之書, 所宜嚴辭峻拒, 使彼無容開喙。 而顧乃俛首聽從, 照請于宮內府。 其將幸而見施, 則德色于彼, 不幸見卻, 則推諉皇上, 其所宅心, 將欲何爲哉? 此而不懲, 則賣國之徒, 當接踵而起矣。 宜先正法, 以謝一國之心也。 嗚呼! 國家之危急, 生民之禍患, 雖云已極, 猶可有今日而及止者。 凡係土地之産殖者, 使農部專管, 爲墾闢也, 開採也, 培植也, 便民利國之方, 詳細講定, 斧斤以時, 數罟不入, 農時不奪, 財用以節, 悉心推行, 期有實效, 不使田野荒蕪、山澤童渴, 而民庶財富, 鳥獸咸若, 則彼雖朶頤, 計無可施矣, 豈非萬世之幸歟? 伏願陛下, 特軫聖念, 亟下臣等之疏于政府, 使之一一推施, 祖宗疆土無至侵削, 而亂臣賊子知所畏戢焉。

批曰: "省疏具悉。"


  • 【원본】 48책 44권 4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31면
  • 【분류】
    농업-개간(開墾) / 정론-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외교-일본(日本) / 외교-러시아[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