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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44권, 고종 41년 4월 14일 양력 3번째기사 1904년 대한 광무(光武) 8년

화재 입은 것을 위안하러 온 원임 의정과 참정 이하를 소견하다

원임 의정(原任議政)과 참정(參政) 이하를 수옥헌(漱玉軒)에서 소견(召見)하였다. 【특진관(特進官) 이근명(李根命), 참정(參政) 조병식(趙秉式), 내부 대신(內部大臣) 이재완(李載完), 궁내부 대신(宮內府大臣) 민병석(閔丙奭), 내부 대신(內部大臣) 이도재(李道宰), 학부 대신(學部大臣) 민영환(閔泳煥), 탁지부 대신(度支部大臣) 박정양(朴定陽), 법부 대신서리(法部大臣署理) 박제순(朴齊純), 농상공부 대신(農商工部大臣) 김가진(金嘉鎭), 찬정(贊政) 성기운(成岐運)·권중현(權重顯)이다.】 위로하기 위하여 문안하였기 때문이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이번 궁전의 화재는 전에 없던 변고여서 천만 번 두렵기 짝이 없지만, 창황한 가운데서도 황제(皇帝)의 어진(御眞)과 황태자(皇太子)의 화상을 이봉(移奉)하였고, 경효전(景孝殿)의 신주까지도 이봉하였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불행 중 천만 다행이다. 함녕전(咸寧殿)의 구들을 고치고 불을 지피다가 이 화재가 났는데, 게다가 바람이 사납게 부는 통에 일시에 불길이 번져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하늘이 낸 불을 재변이라 하고, 사람이 낸 불을 화재라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화재이지만, 하늘의 재변이기도 합니다. 재변을 만났으니 조심하고 반성하는 동시에 깊이 새겨 두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더더욱 힘을 써서 조금도 안정을 잃지 않도록 함으로써 화를 복으로 돌려세울 것입니다.

대궐의 화재로 말하면 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처럼 혹심한 적은 없었으니, 정말로 보통 재변이 아닙니다. 속히 원인을 조사하여 법에 따라 정죄(定罪)해야 하니, 의정부(議政府)와 궁내부(宮內府)에서 주달(奏達)해야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처럼 하늘이 재변을 내려 경고를 보였으니 참으로 아뢴 바와 같이 두려워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조병식이 아뢰기를,

"법부(法部)·경위원(警衛院)·경무청(警務廳)에서 화재 원인을 엄격히 핵사(覈査)하여 알아내라는 내용으로 물러가서 주본(奏本)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하니, 윤허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지금 폐하(陛下)가 거처하는 곳이 비좁고 구차하기 때문에 한때 거처할 만한 자리가 못됩니다. 처소를 이어(移御)하는 처분을 속히 내리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병신년(1896)에 이어하였을 때에는 오로지 즉조당(卽阼堂)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몽땅 불탔지만 가정당(嘉靖堂)·돈덕전(惇德殿)·구성헌(九成軒)이 아직 온전하게 있는 만큼 그때에 비하면 도리어 낫다. 즉조당으로 말하면 몇 백 년 동안 전해오는 것이기 때문에 서까래 하나 바꾸거나 고치지 않았는데, 몽땅 타 버렸으니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즉조당이 불탔으니 더더구나 가슴이 아픕니다. 궁성 안이 모두 재가 되고, 나머지 집들의 한 쪽 모퉁이가 성한 채로 있기는 하지만, 어수선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폐하가 갈 수는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재물과 비용이 궁색하지만, 반드시 이 궁궐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다시 세우는 데 대한 처분이 있은 이상 며칠 안으로 공사를 시작해야지 하루도 헛되이 끌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 【원본】 48책 44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25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군사-금화(禁火) / 왕실-국왕(國王)

召見原任議政及參政以下于漱玉軒 【特進官李根命、參政趙秉式、內大臣李載完、宮內府大臣閔丙奭、內部大臣李道宰、學部大臣閔泳煥、度支部大臣朴定陽、法部署理大臣朴齊純、農商工部大臣金嘉鎭、贊政成岐運·權重顯】 奉慰承候也。 根命曰: "今此宮殿回祿之災, 卽振古所無之變, 不勝萬萬驚悚。 而蒼黃中移奉御眞、睿眞, 又移奉景孝殿神主, 不幸中幸矣。" 上曰: "不幸中萬幸。 而咸寧殿溫堗修改, 而點火之際, 致此失火, 又因風勢不順, 一時延燒, 以至於此也。" 根命曰: "天火曰災, 人火曰火。 此雖人火, 亦是天災, 遇災修省, 亦所體念。 伏願益加勉勵, 無或遑寧, 以爲回災爲祥之道焉。 宮禁失火, 前此非不有之, 而未有若今番之孔酷, 實非尋常變異也。 根因宜亟盤覈, 按法定罪。 而當自政府、宮內府, 有奏稟矣。" 上曰: "當此天災告警, 恐懼修省, 誠如所奏矣。" 秉式曰: "失火根因, 令法部、警衛院、警務廳嚴覈得情之意, 退當奏本矣。" 允之。 根命曰: "見今臨御之所, 其狹隘苟且, 非一時可御之地。 移御處所, 亟下處分。" 上曰: "丙申年移御時, 惟一卽祚堂而已。 今雖盡燒, 嘉靖堂惇德殿九成軒尙完存, 比諸其時, 還有勝也。 卽祚堂卽屢百年傳來者, 故未嘗改易一椽桷, 而竝爲燒燼, 甚爲愴惜矣。" 根命曰: "卽祚堂入于回祿, 尤爲傷痛矣。 宮城以內, 蕩爲灰燼, 雖有餘存堂宇, 保在一隅, 疎虞莫甚, 不可臨御矣。" 上曰: "財用雖窘絀, 必當重建於此闕矣。" 根命曰: "旣有重建處分, 則宜不日始役, 不可一日虛徐矣。"


  • 【원본】 48책 44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25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군사-금화(禁火)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