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릉 왼쪽 등성이에 능자리를 정하다
산릉(山陵)을 세 번째로 간심(看審)한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 이하를 소견(召見)하였다. 총호사(總護使) 윤용선(尹容善)이 아뢰기를,
"신 등이 명령을 받고 급히 경릉(景陵)에 가서 세 번째로 간심한 후 왼쪽 편의 자리에 산릉 자리 표식을 하는 예식을 가졌는데,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구역과 혈(穴)이 넓고 윤택하게 감싸 안은 것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아주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상지관(相地官)들도 모두 좋은 자리라고 칭찬하니, 이것이야말로 천만 다행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정말 천만 다행이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지금 보이는 것마다 간고한 일뿐이고 온갖 정사가 복잡하니 지정되어 있는 장례달까지 기다리기가 곤란합니다. 부득이 사유를 알리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마음에는 더욱 슬픈 일이지만 형세로 보아 어쩔 수 없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그렇다면 산릉 자리는 이미 표식을 하였고 각 항목에 따르는 날짜를 택하는 것이 급한 문제이니, 장례원(掌禮院)으로 하여금 품지하여 거행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아뢴 대로 하되, 이미 표식을 하였으니, 택일하여 되도록 빨리 나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그렇기는 합니다만 얼음이 어는 겨울철이므로 공사가 몹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였다.
- 【원본】 48책 44권 6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1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十八日。 召見山陵三看審時原任大臣以下。 總護使尹容善曰: "臣等承命, 馳往景陵, 三看審後, 左邊之地, 封標禮成, 而更爲詳審, 則局面穴體, 穩抱豐潤, 雖以凡眼, 知爲上吉。 而諸相地官, 亦皆稱美, 是爲萬幸矣。" 上曰: "誠爲萬幸矣。" 容善曰: "今艱虞溢目, 萬幾叢集, 難竢禮月, 不容不報葬, 恐好矣。" 上曰: "於心則尤切悵然, 而於勢則不得已也。" 容善曰: "然則陵域旣爲封標矣, 各項日字之推擇爲急。 令掌禮院稟旨擧行何如?" 上曰: "依爲之。 旣爲封標, 擇日從速出之, 則似好矣。" 容善曰: "然矣。 而凝冬工役, 似可極難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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