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람들에게 무산 산림 채벌권을 허락하다
전 의관(前議官) 강홍대(康洪大)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삼가 아룁니다. 삼가 요즘의 시국(時局)을 보면 넘쳐나는 근심거리와 당장 들이닥치는 위험한 사태들을 일일이 진달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일 우려되고 분통스러운 것은 현재 외국인들이 저들의 강한 힘과 위세를 믿고 유린과 공갈을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하게 하는 것입니다. 전사(電社)나 군함(軍艦)과 같은 문제는 한낱 상업(商業)에 관계되는 것에 불과한데도 그것을 확대시켜 국제적인 분쟁거리로 만들어 못하는 협박과 모욕이 없으니, 온 나라의 신민들치고 누군들 매우 원통하고 분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그래도 소소한 갈등일 따름이니, 자연 타당하게 처리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훗날의 끝없는 우환 거리는 바로 서북쪽 연변의 삼림(森林) 문제입니다.
대체로 러시아 사람들이 만주(滿洲)를 침략한 것이 물론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권력을 수립하고 세력을 늘리는 행위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데, 특히 밀접한 관계를 지닌 곳은 바로 우리나라의 서북쪽 연변 지대입니다. 서북쪽 연변 지대는 부여(扶餘), 예맥(濊貊), 발해(渤海), 거란(契丹), 말갈(靺鞨), 여진(女眞), 몽고(蒙古), 합단(哈丹) 야인(野人)들이 대대로 변경의 우환 거리를 만들면서 우리의 강토를 침략하지 않은 시대가 없었습니다. 우리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께서 북쪽으로는 육진(六鎭)을 개척하고 서쪽으로는 사군(四郡)을 설치하여 긴 강을 천연적인 해자(垓字)로 만들어 남북의 한계를 갈라놓으시고 진(鎭)과 보(堡)를 설치하여 요해처를 지키는 데에 무엇이든지 다 극진하지 않은 것이 없으셨습니다. 청(淸) 나라의 세조(世祖)가 성경(盛京)에서 일어난 후부터는 국경을 정해놓고 각기 서로 지켰으므로 변방이 편안하고 진과 보들이 조용하여 200여 년 동안이나 변방이 무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삼엄하던 변방의 방비가 조금씩 해이해져 진과 보를 버려두었으니, 실로 변방의 방어가 극도로 허술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러시아 사람들이 수만 명의 어마어마한 무력을 오소리(烏蘇哩), 혼춘(琿春), 봉황성(鳳凰城), 안동현(安東縣) 등지에다 주둔시켰는데, 대체로 이 지역들은 우리나라와 한줄기 강을 사이에 둔 지대로서 병사를 주둔시켜야 할 필요성이 긴요하지 않은데도 러시아 사람들이 기어이 어마어마한 병사를 주둔시킨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산림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대고 수많은 러시아 군사들이 또 압록강(鴨綠江)을 건너 용포(龍浦)에 와서 주둔하였으니, 두만강(豆滿江), 압록강 전 유역의 연변 수천 리 땅에 있는 삼림도 다 보호하겠다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와서 주둔하는 우환이 또 결코 없으리라고 장담하기가 어렵습니다. 설사 러시아 군사가 와서 주둔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하더라도 변방 고을을 노략질하면서 여러 해 동안 우환이 되었던 저 향마적(嚮馬賊)들이 만주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이상, 이후에 만일 만주, 요해(遼海) 사이에서 갑자기 사변이 생겨 전란이 계속된다면 저 탐욕스러운 비적 무리들이 계속 침입하게 될 것은 형편상 필연적인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날에는 동여진(東女眞)이나 합단이 일으켰던 재앙과 같은 것을 또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성조(聖祖)께서 일어나 우리나라의 터를 닦은 발상지가 틀림없이 노략을 당하고 시끄러워지는 등의 해악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또 분명 보호한다는 구실을 대고 마치 의화단(義和團) 사건 때에 점령한 것처럼 군사를 이동시켜 와서 주둔할 것이니, 이것을 또한 어떻게 막아내겠습니까? 이것이 어찌 사전에 만전을 기하고 미연에 방지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신이 비록 우매하고 보잘것없지만 이러한 우려 때문에 화가 치밀어 병이 되었는데, 가끔 한두 명의 관리와 대책을 강구하면서 몸을 다 바쳐 성상의 은혜에 만 분의 일이나마 보답하기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삼가 생각하니, 신은 본래 북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어서 변경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신이 본 것과 들은 것으로 아뢰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살펴주소서.
대체로 나라에서 미리 방비 대책을 세워 변경을 엄하게 지킴에 있어서 서쪽과 북쪽의 두 변경에 대해 잠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연변 지역에다 진(鎭)을 설치하고 요해지에다 성채(城砦)를 쌓아 마치 상산(常山)에 산다는 솔연(率然)이라는 뱀처럼 전후좌우로 서로 바라보고 호응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1리(里) 마다 하나의 보(堡)를 두고 보에는 2개의 포(砲)를 두었으며 10리 마다 하나의 성채를 두고 성채에는 10개의 포를 두었는데, 보에는 보장(保長)이 있고 성채에는 성채장(城砦長)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형의 형편에 따라 50리 혹은 100리에 하나의 진을 두고 진에는 진장(鎭長)이 있어 보장과 성채장을 통솔하였습니다. 적이 쳐들어올 경우 나발을 불어 신호하게 되면 각보의 군사들과 부근의 백성들이 일시에 다 일어나 서로 구원하면서 함께 막았기 때문에 적들이 감히 침략해 들어오지 못하였습니다. 변경을 넘어가는 우리나라의 백성이 있는 경우에는 보장이 기어이 포를 쏘아 죽인 다음 성채장에게 다 보고하고 성채장이 진장에게 보고하면 이것을 다시 상부에 보고하였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변경을 넘어가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변경을 지키는 대체적인 방략입니다.
그러나 진과 보를 일단 버려 둔 뒤로는 적이 쳐들어와도 막아낼 도리가 없거니와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가도 제재할 수단이 없습니다. 비록 북청(北靑)과 종성(鍾城) 등의 지방에 진위대(鎭衛隊)의 군사가 있기는 하지만 다 변경으로부터 4, 500리 혹은 1천여 리나 떨어진 먼 곳에 있으므로 아무리 쉬지 않고 달려간다 하여도 제때에 닿을 수가 없으니, 실로 변경을 지키기 위한 계책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습니다. 오늘날의 계책은 진과 보를 두었던 옛 제도를 다시 복구하는 데 있습니다. 서쪽과 북쪽 연변의 여러 군(郡)에서 옛 터를 답사하여 보와 성채, 진과 보루를 설치하고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산포수를 모집하여 파수를 서는 부대를 편성하되, 그것을 운영하기 위한 방략은 일체 옛 제도에 의거하면서도 오늘날의 형편을 참작하여 마련해서 각 해군(該郡)들로 하여금 관할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강 연안의 전역에 있는 가장 중요한 곳에다 별도로 방어영(防禦營)을 설치해서 싸워 지킬 대비를 세운다면 비적 무리나 적군들이 쉽게 침범하고 싶어도 형편상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대개 서북쪽 사람들은 강하다고들 하는데, 산포수들도 다 총과 창, 활과 말에 익숙하고 모두 날래고 건장하고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만일 정교한 서양 총과 왜포(倭砲)를 가지고 몇 년 간 다루어 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일당백(一當百)의 몫을 할 것이니, 실로 세상에 더없이 강한 군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으므로 지형과 도로 사정, 비적을 막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근력과 담도 튼튼하기 때문에 결코 동남쪽 여러 지역의 군사들에 비길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 군량(軍糧)을 조달하기 위한 방도로서는 둔전(屯田)보다 더 편리한 것이 없습니다. 대체로 육진의 여러 군들은 토질이 매우 비옥하고 땅이 넓은데, 추위가 일찍 닥쳐 벼농사에는 맞지 않지만 기장, 조, 콩, 보리, 수수와 같은 잡곡은 어느 것이나 다 재배하기에 적합합니다. 모두 보의 군사로 하여금 둔전을 개간하게 하고 소를 주어 경작하도록 하여 농사를 널리 짓게 하는 동시에 목장도 설치하여 봄과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가을과 겨울에는 사냥을 해서 입고 먹는데 보탠다면, 몇 년 되지 않아서 식량도 풍부하고 군사도 넉넉해져 10만의 군사를 수고하지 않고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서북쪽 두 변경도 편안해져 근심이 없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변경을 지키는 훌륭한 계책일 뿐 아니라 적을 막는 좋은 방도이기도 합니다. 속히 채용해서 시행함으로써 북쪽 변경에 대한 근심을 덜어야 할 것이니, 이것이 실로 오늘날의 급선무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것을 설치할 때에 만약 적임자를 임명하지 못하여 올바로 조처하지 못하게 되면 도리어 소란스러운 폐단만 많아질 것이니, 이것 또한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이 이에 외람됨을 피하지 않고 우러러 성상께 자세하게 아뢰는 것이니, 삼가 바라건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유념하고 살피시어 속히 받아들이신다면 나라에도 매우 다행일 것이고 신민들에게도 매우 다행일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상소의 내용은 정부로 하여금 품처(稟處)하도록 하겠다."
하였다.
- 【원본】 47책 43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9면
- 【분류】농업-개간(開墾) /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정(軍政) / 농업-임업(林業)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러시아[露]
二十二日。 前議官康洪大疏略:
竊伏見近日時局, 則艱虞溢目、岌嶪貫頂者, 不可一一枚陳, 而最可憂憤者, 現今外國人恃其强力, 藉其威勢, 蹂躪恐喝, 日甚一日。 如電社、軍艦, 不過一箇商業所係, 而以此張大, 致恚於國際之紛紜, 脅迫侮辱, 無所不至, 擧國臣民, 孰不甚痛且奮也? 然而此等事件, 猶小小葛藤而已, 自當有妥辦之日。 至若異日無窮之患者, 乃西北沿邊森林一款也。 蓋俄人之經略滿洲, 固非一朝一夕之故, 而其樹權殖力, 去益滋蔓, 尤其關係之密切者, 卽我西、北兩沿之地也。 西、北兩沿, 自扶餘、濊貊、渤海、契丹、靺羯、女眞、蒙古、哈丹野人以來, 世爲邊患, 侵軼疆土, 無代無之矣。 我太祖高皇帝, 北拓六鎭, 西置四郡, 長江天塹, 限截南北, 而設置鎭堡、防禦關阨者, 靡不用極矣。 自淸 世祖起於盛京以後, 劃定疆界, 各自保守, 邊圉寧謐, 鎭堡息肩, 關塞之無事者, 垂二百餘年矣。 邊備之嚴, 因是而稍懈, 鎭堡廢置, 關防之疎忽, 誠極矣。 當此之際, 俄人以數萬重兵, 屯紮於烏蘇哩、琿春及鳳凰城、安東縣等地, 大抵此地, 與我疆土, 隔一衣帶水, 未必有駐兵之緊要。 而俄人必以重兵留屯者, 其意何居也? 今藉託森林之保護, 許多俄兵, 亦以闖越鴨江, 來駐龍浦, 則豆滿、鴨綠上下沿江數千里之地所在森林, 皆云保護, 一例來駐之患, 亦難必無也。 設或俄兵未必有來駐之事, 彼响馬匪賊之剿掠邊郡, 連年爲患者, 以滿洲爲其巢穴, 日後如滿洲、遼海之間, 一朝有事, 兵連禍結, 則彼無厭匪黨陸續侵入, 乃事勢之必然也。 若爾則東眞、哈丹之禍, 恐亦難免, 而使聖朝龍興之地、國家豐沛之鄕, 必被搶攘騷亂之責。 而俄又必藉口於保護, 移兵來駐, 如拳匪之侵占, 則亦將何以禦之也? 此豈非完於幾先而防於未然者乎? 臣雖愚昧無狀, 以此憂慮, 火奮成疾。 間與一二紳士, 講究籌度, 思欲肝腦塗地, 以酬聖恩之萬一。 而竊伏念臣本北土生長, 粗諳邊境事情, 以所見、所聞者陳之, 伏願垂察焉。 蓋國朝設備陰雨、戒嚴管鑰者, 未嘗暫忘於西、北兩邊。 故沿江設鎭, 當阨築砦, 項背相望, 首尾相應, 殆若常山率然之勢。 而每一里置一堡, 堡置二砲, 十里置一寨, 寨置十砲, 堡有堡長, 寨有寨長。 而又隨其地形之方便, 五十里或百里置一鎭, 鎭有鎭長, 統轄堡寨之長。 而賊來則吹角爲號, 各堡之兵、附近之民, 一時俱起, 相救竝禦, 故賊不敢侵越。 我民之有犯越者, 堡長必砲斃之, 然後具報寨長, 寨長報鎭長, 以此申聞, 故亦不敢越界。 此其防邊之大略也。 一自鎭堡之廢置, 賊來無可禦之道, 民越乏防制之權。 雖有北靑、鍾城等地方鎭隊之兵, 皆在距邊四五百里或千餘里之遠, 長鞭不及, 疾雷莫暇, 實無益於防邊之術也。 爲今之計, 宜復設鎭堡舊制。 凡西、北沿邊諸郡, 踏査舊址, 設置堡寨鎭壘。 招募山砲, 把守編隊, 其措置方略, 一依舊制而參酌磨鍊, 令各該郡統轄之。 又沿江上下最要地, 別設防禦營, 以爲戰守之備, 則匪徒、敵兵, 雖欲輕易侵犯, 其勢末由矣。 蓋西、北之人, 號稱勁悍, 而山砲之手, 又皆嫺熟於砲、槍、弓、馬之技, 擧多驍健勇敢。 若以洋銃、倭砲之精利器具, 數年試用, 無不一以當百, 實爲天下莫强之兵也。 又其生長此土, 凡於山川險阻、程道遠邇及彼匪防除之術, 無不周知詳悉, 筋膽已固, 決非東、南諸路之兵所可等比者也。 且其調餉之道, 莫便於屯田。 凡六鎭諸郡, 土極腴沃, 地多閒曠, 雖有氣候早寒, 不宜稻粱, 其所黍、粟、豆、麥、蕎麥、秫薥等雜穀, 靡不皆宜。 悉令堡卒開墾屯田, 給牛耕作, 廣興農作之利, 兼開牧畜之場, 春夏耕農, 秋冬蒐獵, 以資其衣食之方, 不過幾年, 足食足兵。 十萬之衆, 不勞而可養矣; 西、北兩邊, 高枕而無虞矣。 此實防邊之長策, 而禦寇之良法也。 亟宜採用施行, 以弭北門之憂, 實今日之急務也。 雖然其建置設立之際, 若任非其人, 措置失當, 則反滋騷擾之弊矣, 此又不可不熟慮者也。 臣玆敢不避猥越覶縷, 仰瀆於黈纊之下。 伏乞聖明, 留神澄省, 亟賜採納, 則國家幸甚, 臣民幸甚。
批曰: "疏辭, 令政府稟處。"
- 【원본】 47책 43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9면
- 【분류】농업-개간(開墾) /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정(軍政) / 농업-임업(林業)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러시아[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