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과 예진을 보고 표제를 서사하다
정관헌(靜觀軒)에 나아가 황태자(皇太子)가 시좌(侍座)한 상태에서 친히 어진(御眞) 【면복본(冕服本) 1, 익선관본(翼善冠本) 2, 군복 대본(軍服大本) 1, 소본(小本) 1이다.】 과 예진(睿眞) 【면복본 1, 익선관본 2, 군복 대본 1, 소본 1, 복건 소본(幅巾小本) 1이다.】 을 보고 표제(標題)를 서사(書寫)하였다. 이어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 각신(閣臣)·종친(宗親)·참정(參政)·찬정(贊政)·참찬(參贊)·의장(議長), 각부(各府)와 각부(各部)의 대신·협판(協辦)·특진관(特進官)·각원(各院)의 경(卿)·총장(總長)·총관(總管)·총판(總辦), 비서원승(祕書院丞), 사관(史官), 옥당(玉堂), 황태자 시강원(侍講院)과 황태자 익위사(翊衛司)에게 들어와 보라.’고 명하였다. 의정(議政) 윤용선(尹容善)이 아뢰기를,
"올해는 바로 천 년에도 보기 드문 경사로운 해인 데다가 어진까지 그렸습니다. 만만세토록 성신(聖神)이 대를 이어 우러러보게 되었으니 신은 기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신이 아직 눈이 밝지만 섬세한 것을 보는 데서는 젊은 사람만 못할 것 같으니 안경을 끼고 볼 것이다. 여러 재신들 중 나이 많아 눈이 어두운 사람들도 안경을 낄 것이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전번에 초본(草本)을 볼 때에는 참모습대로 되었는지 판별하기 어려웠지만 지금 생초(生綃)에 올린 뒤에는 옥색(玉色)이 천연(天然)하고 문장(文章)이 찬란한 것이 멀리서 보면 구름 같고 다가가서 보면 해와 같은데, 어진 중에서는 익선관본과 예진 중에서는 군복본이 더욱 참모습을 방불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 종이에 그렸을 때는 그저 형태만 그렸을 뿐이었는데 생초에 올린 뒤에는 익선관과 면류관, 보불(黼黻) 문양의 채색이 구비된 것이 초본보다 좀 낫게 되었다. 하지가 이미 가까워서 날짜가 몹시 급했는데 어진을 그리는 일이 지금 벌써 끝났으니 이것은 사실 대신과 여러 관리들이 일을 잘 감독한 결과이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초본을 세초(洗草)하는 것은 원래 전례(前例)가 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여야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전례대로 하도록 하라. 임신년(1872)에 그린 면복본과 군복 대본과 소본은 그 때 미흡하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그 세 본(本)을 일체 세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였다. 윤용선이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대로 거행하되 세초한 뒤에 생초본은 형편상 여유가 있을 것이니 정결한 자기(磁器)에 담고 궤자(櫃子)에 넣어 흠문각(欽文閣)에 봉안(奉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 【원본】 46책 42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5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二十一日。 御靜觀軒, 皇太子侍座, 親觀御眞 【冕服本一, 翼善冠本二, 軍服大本一、小本一】 、睿眞 【冕服本一, 翼善冠本二, 軍服大本一、小本一, 幅巾小本一】 標題書寫。 仍命時原任大臣、閣臣、宗親、參政、贊政、參贊、議長、各府部大臣、協辦、特進官、各院卿、總長、總管、總辦、丞史、玉堂、春桂坊, 入瞻。 議政尹容善曰: "今年乃千載罕有之慶年, 而御眞圖寫, 又在於是年, 萬萬世聖神相繼, 獲以仰瞻, 臣不勝歡欣忭祝矣。" 上曰: "大臣眼力尙晶, 其於細微處, 恐不及於少年, 着靉靆仰瞻。 諸宰中, 有年老眼昏, 亦着靉靆。" 容善曰: "向日仰瞻草本時, 得眞與否, 難以辨別。 今於下綃後, 玉色天然, 文章煥爛, 望之如雲, 就之如日。 而御眞翼善冠本、睿眞軍服本, 尤爲得眞矣。" 上曰: "然矣。 在紙本時, 惟摹其形而已, 上綃以後, 冠冕黼黻, 物采具備, 稍勝於草本矣。 夏至已近, 日字甚迫, 而圖寫之役, 今已就完, 實由於大臣、諸臣之洞屬董役也。" 容善曰: "草本洗草, 原有已例, 而今番則何以爲之乎?" 上曰: "依例爲之可也。 壬申圖寫冕服本、軍服大小本, 伊時有未洽之論, 該三本一體洗草似宜矣。" 容善曰: "依聖敎擧行。 而洗草後, 綃本勢必有餘, 盛于精潔磁器, 加以櫃子, 奉安于欽文閣何如?" 允之。
- 【원본】 46책 42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5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