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후가 단군의 능에 대하여 건의하다
중추원 의관(中樞院議官) 김형후(金瀅厚)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우리 대한(大韓)은 원래 예의지국(禮義之國)으로서, 강토 위에 찬란한 아침 해가 선명한 기운을 맨 먼저 발하는 곳입니다. 의관(衣冠)과 문물(文物)은 세상에서 으뜸이며 예로부터 충성스럽고 효성스러운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되어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모두 다 칭찬하며 부러워합니다.
관서(關西) 지방의 풍속으로 말하면, 옛것을 좋아하고 예의를 숭상하며, 의리를 중시하고 재물을 경시합니다. 그래서 기자(箕子)와 동명(東明)이 남긴 교화(敎化)를 추념(追念)할 것을 여러 차례 묘당(廟堂)에 아뢰어 이미 두 능을 봉하였으니, 위엄이 찬연하고 덕화(德化)가 새롭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단군(檀君)의 능은 아직도 봉하지 못하여 선비와 일반 백성들이 억울해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바라고 있습니다. 중간에 여러 해 사림(士林)들이 신소(申訴)하고 조정의 관리들이 아뢴 것이 한두 번만이 아니었건만 근래에 조정에 일이 많다보니 지금까지 끌고 있으니, 이것은 훌륭한 시대의 흠이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황상 폐하는 백성들의 소원을 살펴 특별히 허락하는 비답을 내려줌으로써 관서(關西) 백성들이 황상의 명을 감사히 받들고 요(堯)와 순(舜)처럼 칭송하게 하소서. 더구나 몇 천 년 동안 미처 하지 못한 일이 문명한 시대에 한껏 새로워진다면, 단군의 영혼도 폐하의 거룩한 덕에 감격하여 무궁한 복을 길이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은덕에 보답하는 뜻으로 보아 마땅히 이런 조치가 있어야 하겠지만, 신중한 문제이니 의정부에서 품처(稟處)하게 하라."
하였다.
- 【원본】 45책 41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풍속-풍속(風俗) / 역사-전사(前史) / 역사-고사(故事)
三十一日。 中樞院議官金瀅厚疏略: "維我大韓, 本是禮義之邦, 扶桑瑞旭, 先發鮮明之氣於封域之內, 衣冠文物, 甲於世界, 忠孝良材, 自古輩出, 天下萬邦, 莫不稱羡矣。 至若關西風俗, 好古崇禮, 重義輕財。 故追念箕子、東明之遺化, 屢請廟堂, 已封兩墓, 威儀燦然, 德化如新。 而夫何檀君之墓, 尙且未封, 士庶含菀, 輿情共願。 中間多年, 士林之訴、朝士之奏, 非止一再, 挽近以來, 朝廷多事, 至今淹然, 此果盛世之欠典也。 伏乞皇上陞下, 幸察民願, 特垂許批, 西土蒼生, 感戴皇命, 頌堯稱舜。 而況幾千年未遑之典, 快新於文明之世, 檀王之靈, 亦感聖德, 永享無疆之休也。" 批曰: "崇報之義, 宜有是擧, 而事係愼重, 令政府稟處。"
- 【원본】 45책 41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풍속-풍속(風俗) / 역사-전사(前史)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