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릉도감 당상 이하를 소견하다
산릉도감 당상(山陵都監堂上) 이하를 소견(召見)하였다. 【산릉도감 제조(山陵都監提調) 이도재(李道宰), 궁내부 대신(宮內府大臣) 윤정구(尹定求), 학부 대신(學部大臣) 김규홍(金奎弘), 장례원 소경(掌禮院少卿) 심상황(沈相璜), 학부 기사(學部技師) 이병헌(李秉憲), 상지관(相地官) 홍종혁(洪鍾爀)·오택영(吳擇泳)·제갈형(諸葛炯)·박인근(朴寅根)·이종설(李種卨)·오성근(吳聖根)·최석영(崔錫永)·정해준(鄭海準)이다.】 【산릉(山陵)을】 처음 간심(看審)하고 왔던 것이다. 상이 이르기를,
"여러 신하들이 가본 여러 곳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던가?"
하니, 김규홍(金奎弘)이 아뢰기를,
"신은 본래 풍수지리에는 어두워서 감히 아뢰지 못하겠습니다만, 여러 지사(地師)가 대령하였으니, 하문(下問)하시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여러 지사들이 차례로 입시(入侍)하여 각기 소견을 진달하니, 그 중에서 나은 곳을 골라서 아뢸 것을 명하였다. 제갈형(諸葛炯)이 아뢰기를,
"이번에 간심하기 위해 여러 곳을 두루 돌아보았는데, 아주 쓸만한 곳은 다섯 곳 뿐이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다섯 곳에 대해서는 다들 좋다고 하던가?"
하였다. 제갈형이 아뢰기를,
"금곡(金谷)001) 은 을좌(乙坐)이고 혈의 언저리가 원만하고 등지고 앉았는데 화뇌(花腦)가 원만하고 우각(牛角)002) 이 서로 의지하고 있으니 상지(上地)라 할 만한데, 다만 혈이 얕은 것이 불만스럽습니다. 군장리(軍藏里)는 임좌(壬坐)이고 삼태산(三台山)이 주산(主山)이 되고 혈당(穴堂)이 풍후하고 용호(龍虎)가 중첩해 있으며 삼장(三帳)이 구비되어 있으니 상지라고 할만 합니다. 차유현(車踰峴)은 임좌이고 개장(開帳)003) 이 선명하고 혈의 언저리가 실하고 둥글며 사방의 용맥이 뚜렷하여 군자(君子)가 자리잡을 만한 곳이어서 상등(上等)이라 할만 합니다. 화접동(花蝶洞)은 술좌(戌座)이고 소조산(小祖山)004) 이 특히 높으며 뻗어 온 용맥이 거미줄 같고 평지에서 혈을 이루었는데, 우뚝 솟아 기복(起伏)을 이루었고, 용맥은 살아있고 혈은 분명하니 상지라고 할 만합니다. 이밖에는 더 이상 주목할 만한 곳은 없습니다."
하였다. 이 외에도 지관들이 논주(論奏)하여 차례로 의견을 올렸으나 그 내용은 비슷비슷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가장 나은 곳을 택하여 재차 간심하도록 하라."
하였다. 이어 재차 간심할 때는 총호사(摠護使)와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 이하가 나아가라고 명하였다.
- 【원본】 44책 40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6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註 001]금곡(金谷) : 홍릉(洪陵)을 말한다.
- [註 002]
우각(牛角) : 혈장(穴場)을 옆에서 지탱해 주고 생기를 보호하는 선익(蟬翼)을 말한다. 선익은 마치 매미의 날개와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 모습이 소의 뿔과 같다 하여 우각(牛角)이라고도 부른다.- [註 003]
개장(開帳) : 장막을 연다는 뜻으로 산줄기가 마치 병풍을 펼친 듯이 좌우로 겹겹이 뻗어내린 형세를 가리킨다.- [註 004]
소조산(小祖山) : 조산은 현무정 뒤에 높이 솟아난 산을 뜻하는 것으로 즉 주산(主山)을 말한다.召見山陵都監堂上以下。 【山陵都監提調李道宰、宮內府大臣署理尹定求、學部大臣金奎弘、掌禮院少卿沈相璜、學部技師李秉憲、相地官洪鍾爀·吳擇泳·諸葛炯·朴寅根·李鍾卨·吳聖根·崔錫永·鄭海準】 初看審後入來也。 上曰: "諸臣往見諸處, 則何地爲最勝乎?" 奎弘曰: "臣素昧地理, 不敢仰達。 而諸地師待令, 則當爲下詢, 可以詳燭矣。" 命諸地師次第入侍, 各陳所見擇其尤者而奏之也。 炯曰: "今番初看次, 諸處周覽, 則大用之地, 只是五處矣。" 上曰: "五處則皆好云耶?" 炯曰: "金谷則乙坐, 而花腦圓實, 牛角輔傍, 可謂上地, 但嫌穴淺。 軍藏里壬坐, 而三台作主, 穴堂豐厚, 龍虎重重, 三帳俱備, 可謂上地。 車踰峴則壬坐, 而開帳鮮明, 穴暈實圓, 四獸宛然, 君子攸居之地, 可謂上等。 花蛛洞則戌坐, 而少祖特高, 行龍蝶絲, 平地作穴, 突兀起伏, 龍眞穴的, 可謂上地。 此外更無注目之處也。" 其外相地官等, 次第論奏奏辭, 大同大異。 上曰: "擇其尤者, 再看審可也。" 仍命再看審時, 總護使、時原任大臣以下進去。
- 【원본】 44책 40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6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註 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