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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8권, 고종 35년 12월 10일 양력 3번째기사 1898년 대한 광무(光武) 2년

이복헌 등이 독립 협회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리다

3품 이복헌(李復憲) 등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이 듣건대, 예로부터 나라에 화를 끼친 간악하고 흉악한 자치고 애당초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여 뭇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은 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임금 주변의 흉악한 무리를 말끔히 없앤다는 핑계를 대거나 백성들의 폐단을 제거한다고 빙자하기도 하면서 패거리들을 날로 번성하게 하고 임금의 형세는 날로 고립되게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하루사이에 나라의 권세를 썩은 나무를 꺾는 것보다 쉽게 가로채어 제 하고 싶은 대로 다하는데 누구도 감히 시비하지 못했으니, 전날의 독립협회(獨立協會)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저들은 충성과 애국이라는 두 마디 말에 목적을 걸어두고 있으며 논하는 내용도 전혀 채용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속내와 말이 달라 나라에 화를 끼치는 데 혈안이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적신(賊臣) 안경수(安駉壽)서재필(徐載弼)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도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어찌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저 두 흉적과 한 패거리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한번 이야기를 해서 그간의 죄상을 밝히고자 하니, 폐하께서는 밝게 살피소서.

삼가 생각건대, 이 무리들은 패거리를 결성하여 제멋대로 방자하게 굴며 거리낌이 없었고, 임금을 업신여기는 것을 능사로 삼고 감히 해서는 안 될 짓을 하여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였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첫 번째 부도(不道)한 죄입니다.

지난번에 안경수가 흉역을 저질러 화란의 기틀이 헤아릴 수 없었는데도 그들은 애초에 흉적을 토죄하는 문제를 진달하여 청하지 않은 채 도리어 청년 애국회(靑年愛國會)의 통문에 기탁하여 장황하게 날조하기를 마치 함양(咸陽)의 아이들이 수의요(繡衣謠)를 부른 것처럼 하여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선동하고 현혹시켰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두 번째 부도한 죄입니다.

게다가 신하가 되어 임금에게 불경스러운 자를 보면 마치 새매가 참새를 쫓듯이 그를 처벌하는 것은 윤리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무리들은 그렇지 않아, 말이 혹 안경수서재필에게 미치게 되면 반드시 아무개씨라고 부르며 예로써 존대하였으니, 서로 마음이 통하였다는 것을 바로 이것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세 번째 부도한 죄입니다.

네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그 패거리들이 지존을 핍박하는 말을 하여도 방관하며 못들은 체하였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네 번째 부도한 죄입니다.

지난번에 저들이 대궐문을 떠나지 않고 상소를 올렸을 때 성상께서는 동궁의 몸이 편치 않은 것을 매우 염려하여 여러 번 간절하게 신칙하여 우선 물러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더욱더 제멋대로 고함을 치고 밤낮으로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면서 임금의 근심을 강 건너 불 보듯 하였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다섯 번째 부도한 죄입니다.

대소 신료들을 출척(黜陟)하는 것은 으레 조정의 명령이 있어야 하며 누구나 참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권세를 부려서 순종하면 아무 일도 없지만 거슬리면 곧바로 소란을 일으켜 제 마음대로 대신을 잡아들여 의정부(議政府)에서 축출하고 있습니다. 그 계책은 옛 신하들을 제거하고 저들이 좋아하는 자를 등용하려는 데에 있으니, 이것이 저들이 저지른 여섯 번째 부도한 죄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황상께서는 확고한 결단을 내리시어 여론을 따르소서. 이른바 만민공동회를 맨 먼저 발기한 사람들과 조정의 신하들 중에서 이에 아부하면서 맞장구를 친 사람들은 일체 법사(法司)에 속히 회부하여 죄의 경중에 따라 조율(照律)하여 감단(勘斷)함으로써 간흉의 싹을 근절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들의 말은 너무 장황하다."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3책 8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

三品李復憲等疏略: "臣聞自古奸凶之禍人國家者, 其始莫不粉飾言議, 收買衆心。 或託於淸君側之惡, 或稱以祛生民之弊, 使其黨與日熾、主勢日孤。 然後一朝竊國竊權, 易於拉朽, 惟意所欲, 人莫敢議。 前之獨立協會是也。 渠等所目的, 託於忠愛二字, 而凡其所論, 亦不曰全無可採? 心與口異, 切於禍國。 一言蔽之曰賊臣駉壽載弼之死黨也, 豈有心存忠愛而黨於彼二凶者乎? 請試言之, 以明其前後罪狀, 惟陛下澄察焉。 竊伏念此輩結黨專恣, 罔有顧憚, 以凌駕君父, 視爲伎倆, 敢行不可行之事, 繹騷全國, 其不道之罪一也。 曩者, 駉壽做逆, 禍機叵測, 渠等初無陳請於討逆之事, 反託靑年愛國會, 通文張皇捏造, 如咸陽兒之繡衣謠, 煽惑群聽, 其不道之罪二也。 且夫爲人臣子, 見不敬於其君者, 則誅之如鷹鸇之逐鳥雀, 自是倫理之所固然。 此輩則不然。 言或及於駉壽載弼, 必稱某氏, 禮以尊之, 氣類之相愛, 卽此可驗, 其不道之罪三也。 乃於通衢廣會之中, 縱其徒黨, 語逼至尊, 傍觀掩耳, 其不道之罪四也。 往日, 渠輩之守闕封章也, 東宮愆候, 聖慮深切, 懇勅屢下, 姑令退去。 愈肆咆喊, 晝夜喧擾, 君父之憂, 視同秦瘠, 其不道之罪五也。 黜陟大小臣寮, 自有朝家命令, 非人人之所可得而與者。 彼乃任其胸臆, 作威作福, 順則無事, 忤輒起鬧, 擅執大臣, 迫逐政府, 計在於剪除舊臣而進其所愛, 其不道之罪六也。 伏乞皇上廓揮乾剛, 俯循公議。 所謂萬民公同會首倡諸人及朝紳中媚附唱和者, 一體亟付司敗, 分輕重擬律勘斷, 以杜奸萌焉。" 批曰: "爾等之言, 殆張皇矣。"


  • 【원본】 42책 38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3책 8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