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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8권, 고종 35년 11월 26일 양력 1번째기사 1898년 대한 광무(光武) 2년

인화문 밖에 나가서 각 국의 공사와 영사들을 소견하다

인화문(仁化門) 밖에 나가서 각 국의 공사(公使)와 영사(領事)들을 소견(召見)하였다. 이어 민인(民人)들을 통유(洞諭)하고 독립협회(獨立協會)를 하유(下諭)하였다. 칙어(勅語)에,

"짐(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들 모두는 짐의 말을 들을 것이다. 전후하여 내린 조칙(詔勅)에 대해서 너희들은 대부분 따르지 않고 밤새도록 대궐문에서 부르짖었으며 네거리에 가설로 문을 설치하고 제 마음대로 도리에 어긋나게 사나운 짓을 하면서 사람들의 가산을 파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어찌 500년간 전제 정치의 나라에 마땅히 있어야 할 일이겠는가?

너희들은 한 번 그 죄가 어떠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라.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는 만큼 중형에 처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짐이 나라를 다스린 이래로 정사가 뜻대로 되지 않아 점차 소동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오직 너희 만백성의 죄는 나 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오늘 바로 크게 깨닫고 짐은 매우 부끄러워한다.

물론 정부(政府)의 모든 신하들이 짐의 뜻을 받들어 나가지 못함으로써 아래 실정이 위에 전달되지 못하게 하여 중간이 막힘으로 해서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다. 오직 너희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울부짖는 것이 어찌 너희들의 죄이겠는가? 짐이 오늘 직접 대궐문에 나와서 어린아이를 품에 안듯이 하고 간곡히 타일렀으니 글 한자, 눈물 한 방울은 하찮은 사람에게도 믿음을 주고 목석같은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리라.

오늘부터 시작하여 임금과 신하, 상하 모두가 한결같이 믿음을 가지고 일해 나가며 의리로써 서로 지키고, 온 나라에서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구하며 무식한 자의 의견에서도 좋은 생각을 가려서 받아들이고, 근거 없는 말을 너희들은 퍼뜨리지 말며 미덥지 않은 계책을 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새벽 이전까지의 일에 대해서는 죄가 있건 죄가 없건 간에 경중을 계산하지 않고 일체 용서해주며 미심스럽게 여기던 것을 환히 풀어주어 모두 다같이 새롭게 나갈 것이다.

아! 임금은 백성이 아니면 누구에게 의지하며 백성은 임금이 아니면 누구를 받들겠는가? 이제부터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분수를 침범하는 문제는 일체 철저히 없애도록 하라. 이와 같이 개유(開諭)한 후에 혹 혼미한 생각을 고집하며 뉘우치지 못하고 독립의 기초를 견고하지 못하게 만들며 전제 정치에 손상을 주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은 결코 너희들이 충애하는 본래의 뜻이 아니다. 나라의 법은 삼엄하여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각각 공경스럽게 지켜 날로 개명(開明)으로 나아가도록 하라.

짐은 식언(食言)하지 않으니 너희들은 삼가야 할 것이다. 민회(民會)의 사람들과 상인들은 모두 짐의 적자(赤子)이다. 지극한 뜻을 잘 받들어 자애롭고 사이좋게 손을 잡고 함께 돌아가 각기 생업에 안착하라."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7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

二十六日。 御仁化門外, 召見各國公使領事。 仍洞諭民人等, 諭獨立協會。 勅語若曰: 爾有衆, 咸聽朕言。 前後詔勅, 爾等多不從順, 達夜叫閽, 通衢設棖, 以至於橫行悖戾, 破人家産。 是豈五百年專制之國, 所當有之事乎? 爾試思之, 厥罪何居? 國有常憲, 合置重辟。 然朕自臨御以來, 治不徯志, 馴致胥動, 惟爾萬民之有罪, 在予一人。 今乃大覺, 朕甚愧焉。 雖以政府諸臣言之, 不能對揚朕意, 以致下情不能上達, 中間隔絶, 疑懼轉生矣。 惟爾赤子之失哺嗷嗷, 是豈爾等之罪? 朕今親御闕門, 曉諭諄諄, 如懷嬰兒, 一字一淚, 可以孚豚魚而感木石。 自今爲始, 君臣上下, 當以一信字做去, 以義相守, 求賢能於宇內, 採嘉謨於芻蕘, 無稽之言, 爾無興訛, 不詢之謀, 朕當勿用。 昧爽以前, 有罪無罪, 不計輕重, 一竝蕩滌, 洞釋疑阻, 咸與惟新。 嗚呼! 后非民何依? 民非后何戴? 繼自今, 越權犯分之事, 一切痛革。 如是開諭之後, 若或執迷不悟, 使獨立基礎, 不能鞏固, 專制政治, 有所墮損, 決非爾等忠愛之素志。 王章森嚴, 斷不容貸。 其各澟遵, 日就開明。 朕不食言, 爾等愼之。 會商兩民, 均是朕之赤子。 克體至意, 惠好同歸, 各安其業。


  • 【원본】 42책 38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7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