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재 등을 특별히 놓아주라고 명하다
법부 대신(法部大臣) 한규설(韓圭卨)이 아뢰기를,
"지금 고등 재판소(高等裁判所)의 보고서를 보니, 피고 이상재(李商在)·방한덕(方漢德)·유맹(劉猛)·정항모(鄭恒謨)·현제창(玄濟昶)·홍정후(洪正厚)·이건호(李建鎬)·변하진(卞河璡)·조한우(趙漢禹)·염중모(廉仲謨)·한치유(韓致愈)·남궁억(南宮檍)·정교(鄭喬)·김두현(金斗鉉)·김귀현(金龜鉉)·유학주(兪鶴柱)·윤하영(尹夏榮)에 관한 안건을 심리하였는데 피고들은 모두 독립협회(獨立協會)의 회원 가운데서 가장 이름난 사람들입니다.
참정(參政) 윤용선(尹容善)이 규탄을 받고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의정(議政)으로 임명되었는데 인심이 불복하고 중의(衆議)가 비등하였으므로 금년 10월 21일에 질문을 한다고 하면서 윤용선 집 문전에 일제히 모였으며 그 다음날에는 또 해당 회의 사무소에 모였습니다.
경무관(警務官)이 와서 같은 달 21일의 제자리를 떠나서 모임을 가지는 데 대해 엄하게 단속하라는 조칙(詔勅)을 선포하자 황명(皇命)을 어긴 데 대하여 황송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원하여 옥에 갇히겠다는 의도로 일제히 나와 경무청(警務廳)에서 대죄(待罪)하였습니다. 그날 밤 ‘죄가 있다고 자처하지 말고 안심하고 물러가라.’는 칙어(勅語)를 받았건만 또 언로(言路)를 열어서 아래의 실정이 위에 보고 되게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상소를 올렸습니다.
신칙도 하고 칙유하기도 하는 명령을 받고도 끝내 물러가지 않으면서 마치 항명(抗命)하는 것처럼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도리입니까? 그래서 ‘언로를 열어놓고 진보를 이룩하도록 충고한 것과 같은 것은 이미 예견하고 있으니 잘 알고 물러가서 공론을 기다리고 다시는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비답하였는데 재차 상소를 진달하여 또다시 ‘비록 나랏일을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연이어 상소를 올려 반대 의견을 말하니 어찌 이것이 공경하는 것이겠는가? 마땅히 엄중하게 다스려야 하겠으나 신하와 백성된 도리로서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고쳐주려고 반드시 진술해야 하는 의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참작하여 헤아려서 용서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달 29일 해당 회(會)에서 발기하여 ‘관민 공동회(官民共同會)’를 열고 정부(政府)의 대관 제위(諸位)를 청하였는데 대관들도 와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귀천(貴賤)과 노소(老少)의 사람들이 기약하지 않고 많이 모였는데 편민 이국(便民利國)의 6조(條)를 여러 대관들에게 드리고 가하다는 글을 받은 후에야 임금에게 상주하여 재가를 청하고 처분을 기다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민중을 지휘하여 움직이고 높은 관리를 위협하여 다짐할 것을 들이대서 환란의 싹과 재앙의 기미가 당장 나타나게 된 문제는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같은 달 23일에는 ‘언로를 열고 진보를 이룩하도록 충고한 것과 같은 것은 이미 예견하고 있으니 잘 알고 물러갈 것이다.’라는 폐하의 비답을 삼가 받았으나 다시 처분을 기다리지 않고 금방 곧 발기하여 공동회(共同會)를 개설한 것은 그 사실이 명백합니다.
피고 이상재·방한덕·유맹·정항모·현제창·홍정후·이건호·변하진·조한우·염중모·한치유·남궁억·정교·김두현·김귀현·유학주·윤하영 등은 《대명률(大明律)》〈잡범편(雜犯編) 불응위조(不應爲條)〉의 ‘모든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한 자’의 율(律)에 비추어 각각 태형(笞刑) 40대로 처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제칙(制勅)을 내리기를,
"현직이 없는 자와 시임(時任)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특별히 관전(寬典)을 베풀어 면속(免贖)하여 방송(放送)하라."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행형(行刑) / 사법-법제(法制)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法部大臣韓主卨奏: "卽接高等裁判所報告書, 被告李商在、方漢德、劉猛、鄭恒謨、玄濟昶、洪正厚、李建鎬、卞河璡、趙漢禹、廉仲謨、韓致愈、南宮檍、鄭喬、金斗鉉、金龜鉉、兪鶴柱、尹夏榮案件審理, 則被告等, 俱以獨立協會會員中姓名之最著人。 參政尹容善遭劾疏遞未幾, 旋蒙議政之任, 人心不服, 衆議沸騰。 故本年十月二十一日, 稱以質問, 齊會于尹門前, 其翌日, 又會該會事務所矣。 警務官來宣同月二十一日離次開會, 嚴行禁戢之詔勅, 則違犯皇命, 不勝惶悚, 自願就囚之意, 齊進待罪于警務廳矣。 其夜奉承‘勿以有罪, 自居安心退去’之勅語, 且爲開言路而下情上達, 仍爲封章。 伏承以飭以諭, 終不退去, 有若抗命者然, 是豈道理乎? 至若‘開言路而責難進步, 已有定算, 知悉退待, 更勿煩瀆’之批旨, 再次陳疏, 又伏承‘雖曰憂愛, 連章覆逆, 豈其敬乎? 所宜重勘, 而凡爲臣民之道, 有瘼欲捄, 自有必陳之義。 故斟量安徐’之聖批。 本月二十九日, 自該會發起, 而開設‘官民共同會’, 函請政府大官諸位, 大官亦爲來會。 貴賤老少, 不期多會, 以便民利國之六條, 獻議于諸位大官, 得書可, 然後仰請奏裁, 伏俟處分而已。 揮動民衆, 勒脅大僚, 迫請裁奪, 亂萌禍機, 殆在呼吸之事, 雖云初無, 至若同月二十三日, 伏承‘開言路而責難進步, 已有定算, 知悉退去’之聖批, 而不爲更俟處分, 旋卽發起, 開設共同會, 其事實明白。 被告李商在、方漢德、劉猛、鄭恒謨、玄濟昶、洪正厚、李建鎬、卞河璡、趙漢禹、廉仲謨、韓致愈、南宮檍、鄭喬、金斗鉉、金龜鉉、兪鶴柱、尹夏榮等, 照《大明律》 《雜犯編》 《不應爲條》‘凡不應得爲而爲之者’律, 各笞四十處辦何如?" 制曰: "無現職者, 與時任有間。 特用寬典, 免贖放送。"
- 【원본】 42책 38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행형(行刑) / 사법-법제(法制)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