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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8권, 고종 35년 10월 25일 양력 3번째기사 1898년 대한 광무(光武) 2년

윤치호 등이 심상훈, 민영기 등의 죄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리다

중추원 부의장(中樞院副議長) 윤치호(尹致昊) 등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번잡스러운 말과 직절(直折)한 말은 대등한 사람이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인데 하물며 천한 평민으로서 존귀한 임금에게 진설하여 함부로 분수를 어기고 꺼려하며 피하는 것이 없었으니 폐하의 엄한 징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직 우리 성상 폐하는 하늘처럼 높은 도량과 바다처럼 넓은 생각으로 백성을 자식같이 여기며 간하는 말을 거침없이 받아들여 번잡한 데도 싫어하지 않고 직절한 말을 하여도 노여워하지 않으면서 우선 간곡히 타일러주고 계속해서 따뜻한 비답을 내리셨습니다. 신 등이 어리석으나 원래 목석은 아니니 어찌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폐하의 은혜에 사례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폐하가 대성(大聖)의 덕으로 중흥하는 시운을 당했으나 아쉽게도 훌륭한 임금은 있는데 신하가 없어 십수 년간 밤낮으로 근심하고 수고를 했어도 아직 당(唐) 우(虞)의 융성과 문왕(文王) 무왕(武王)의 성과는 없었습니다. 이것이 신 등이 평소에 분해하고 탄식하던 것으로 전후하여 올린 소장(疏章)에서 그칠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아. 저 배척을 당한 신하의 무리들은 곧 대들보의 좀이고 뱃속의 벌레입니다. 그리하여 성덕(聖德)을 날로 손상시키며 생령(生靈)을 날로 곤궁하게 만들고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위험이 드리우게 하며 이웃 나라들이 비웃도록 하여 6대륙의 동등한 권리와 만국의 평행하는 형세는 장차 쓸려 없어지게 되었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 심상훈(沈相薰), 민영기(閔泳綺)의 무리가 겉으로는 배척을 당하였지만 안으로는 사실 권력에 간섭하여 귀신과 물여우같이 비밀계책을 날마다 조작해 냅니다. 심지어 윤용선(尹容善)으로 말하면 더욱 쩨쩨한 자인데 갑자기 대광보국숭록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의 품계를 받고는 양심도 체면도 없이 여전히 임금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으며 전과 다름없이 아첨하니 지극히 명철한 폐하로서 어떻게 이 무리들의 말을 취하여 만 사람의 입에서 물 끓듯이 규탄하는 소리와 뭇사람의 통분한 마음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바라건대 폐하는 곧 윤용선(尹容善)을 내쫓아 도깨비 짓거리를 막아서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소서. 다시 생각건대 국무 대신(國務大臣)은 각각 그 직책이 있어 진현(進見)하는 데는 때가 있고 차대(次對)에는 순서가 있는 만큼 마땅히 명령에 응하여 들어가 모심으로써 폐하의 물음에 대답해야 합니다.

이인우(李寅祐), 민경식(閔景植), 장봉환(張鳳煥), 길영수(吉永洙), 민강호(閔康鎬), 최병주(崔炳柱)와 같은 무리들 수십 명은 서캐나 이와 같이 보잘것없으며 여우와 개 같은 자태로 상호 연계를 맺고 대궐에 드나들며 오직 폐하의 마음을 살피고 오직 정부의 기밀을 엿보며 오직 뇌물질을 기도하고 참소하는 말만 일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폐하의 덕이 이로 말미암아 더럽혀지고 백성들의 실정이 이로 말미암아 막히게 되어 점차 상하가 서로 의심하고 충성과 반역을 알아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신 등이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폐하에게 직접 말씀드리려고 한 까닭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폐하는 대담하게 결단을 내려 빨리 나라의 법으로 다스림으로써 궁중을 엄숙하게 하고 백성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 생각건대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든든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데 대해서는 이미 전날의 조령에 있었습니다. 임금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의무로 삼고 신하는 임금을 돕는 것을 정해진 직분으로 여기는 것이니, 폐하의 정사를 바로잡을 것을 바라는 그 간절한 마음이 어찌 기갈이 든 사람이 먹을 것을 구하는 정도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오직 사람을 등용할 때에는 은정이 원칙보다 앞서고 사랑이 엄격함을 넘어서는 바람에 마땅히 쫓겨나야 할 사람에게 항상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시게 됩니다. 이 때문에 천거함을 당해도 용감히 나갈 기분이 또한 적어지니 신 등이 폐하를 위하여 아쉽게 여기는 바입니다.

아! 간사한 무리들이 신 등을 참소하여 죄를 씌우려고 하나 잡아 쥘 만한 죄목이 없게 되자 이에 꼬투리를 만들어내서 조정의 신하를 규탄하고 정령(政令)의 토의에 참여하는 것은 인민의 정상 권한이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이 임금의 귀를 현혹시켰으며 대관을 격동시켜 일어나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러나 신문고(申聞鼓)를 쳐서 호소하게 하고 비방목(誹訪木)을 잘 이용하는 것은 잘 다스려진 세상의 아름다운 일이고 나무꾼에게서 묻고 미치광이에게서 쓸만한 말을 골라내는 것은 명철한 임금의 훌륭한 조치인 것입니다. 백성들이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도 말을 하면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인데 저 무리들은 반드시 뭇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그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도록 하는 것은 곧 진(秦) 나라 이사(李斯)의 남은 술책이고 송(宋) 나라 진회(秦檜)의 남은 재주입니다. 이렇게 해서 과연 폐하의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으며 이웃 나라의 업신여김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이 어제 올린 글에서 기탄없이 바른 말을 해야 하는 원칙에 대해서 힘써 진술했으나 그래도 다 아뢰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열 사람이 모인 데서도 원래 훌륭한 말이 있고 한 개 고을이 모인 데서도 또한 공론(公論)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모두 슬기와 총명을 부여받게 되었으며 이치가 온전하여 저절로 언권(言權)이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저 행정과 사법의 신하에게 만약 기록할 만한 좋은 것이 있으면 꼭 이마에 손을 얹고 찬양할 것이며 만일 의논할 만한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콧마루를 찡그리며 비난하여 헐뜯을 것이니 이것은 바로 인정(人情)이 반드시 이르게 되는 바이고 임금이 마땅히 선택해야 할 바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 연후에야 임금의 권한이 높아질 수 있다면 맹자(孟子)가 이른바 ‘나라 사람들이 모두 현명하다고 한 연후에야 등용하고 죽일 만하다고 한 연후에야 죽인다.’고 한 것도 역시 위로 임금이 권한을 잃은 것이고 아래에 정치의 권한을 주는 것이겠습니까?

신 등의 회(會)라는 것은 한 사람의 사적인 것이 아니고 안으로 도성(都城)과 밖으로 부주(府州)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같습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말한바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미워하는 것을 미워한다고 한 것을 반드시 여기에서 취하게 될 것이니, 안으로는 선대 임금들의 훌륭한 정사에 맞을 것이고 밖으로는 여러 나라들의 규례에 부합되어 종묘 사직, 백성들에게 억만 년 무궁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폐하는 여기에 유의하여 잘 살펴서 아무리 평범한 남녀 백성들일지라도 속에 있는 말을 다하도록 할 것입니다."

하였다. 비답하기를,

"비록 나랏일을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연이어 상소를 올려 반대 의견을 말하니 어찌 공경하는 것이겠는가? 마땅히 엄중하게 다스려야 하겠으나 신하와 백성된 도리에 폐단이 있으면 수습하려고 하며 반드시 진술해야 하는 의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참작하여 헤아려서 느슨히 하는 것이니 다시는 시끄럽게 하지 말라."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왕실-국왕(國王)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

中樞院副議長尹致昊等疏略: "繁複之辭와 直折之言은 雖自敵以下라도 有難容受이거든 況以平民之賤으로 陳說於人君之尊而妄觸犯分하야 無所忌諱, 則雷霆斧鉞이 所宜至耳어늘 惟我聖上陛下게옵서 以天高之量과 海闊之度로 視民若子하시며 從諫如流하오서 繁複而不厭하시고 直折而不怒하사 先之以諄諭하시고 繼之以溫批하시니 臣等雖愚하오나 原非木石이오니 能不感泣하야 以謝聖恩乎잇가? 雖然, 陛下以大聖之德으로 當中興之運이시오나 惜乎라! 有君無臣하와 以致十數年宵旰憂勞이시나 尙未有之盛과 之效하오니 此臣等所以平日憤歎而前疏後章에 迄不知止者也로소이다。 嗚呼! 彼被斥諸臣輩는 卽棟樑之蠧而心腸之蠱也라 使聖德日損하오며 使生靈日困하오며 使宗社垂危하오며 使隣邦嗤笑하와 六洲同等之權과 萬國平行之勢가 將至於掃地無餘하오니 豈不痛哉잇가? 今此沈相薰閔泳綺輩가 外雖見斥이오나 內實干柄하와 如鬼如蜮에 祕謀日出하옵고 至於尹容善하야는 以宵小之尤로 遽膺大匡之資, 而捐廉忘恥하고 壅蔽如舊하오며 諂諛如舊하오니 以陛下之至明으로 何取於此, 而不念萬口之沸騰과 衆心之憤菀乎잇가? 伏乞陛下는 卽黜尹容善하사 以禦魑魅하야 以慰民心焉하소서。 更伏念國務大臣은 各有其職하와 進見有時하오며 次對有序하오니 宜其膺命入侍하야 以備顧問이어니와 如李寅祐閔景植張鳳煥吉永洙閔康鎬崔炳柱輩數十人은 以蟣蝨之微와 狐狗之態로 互相締結하야 出入禁闥에 惟上意是伺하며 惟政機是窺하며 惟賄賂是圖하며 惟讒言是行하와 聖德이 由是而玷累이고 民情이 由是而見阻하와 馴而至於上下胥疑에 忠逆이 䵝昧하오니 此臣等所以切齒腐心, 而思欲直陳於陛下者也로소이다。 伏乞陛下는 廓揮乾斷하사 亟置邦刑하와 使宮闈肅而民心快焉하소서。 仍伏念民惟邦本, 本固邦寧은 旣有前日之詔이온바 君以治民爲義務하고 臣以輔君爲定分하나니 陛下求治之切이 不啻如飢渴, 而惟於用人之際에 恩勝其義하시고 愛克其嚴하사 見其當逐, 而常有不忍之心하오시니 是以로 見其當擧而勇往之氣가 亦少遜焉이오니 臣等이 竊爲陛下惜之하노이다。 嗚呼라! 奸小輩가 譖嫉臣等하야 欲加之罪, 而若無可執之案일새 於是에 撰出話欛하와 謂之彈覈廷臣과 與議政令이 非人民之常權이라하오니 是其言이 足以眩惑主聽하오며 激起大官이오나 然이나 善鼓誹木은 治世之美事요 詢蕘擇狂은 明君之盛擧라。 民惟不言이언정 言則必察하나니 彼輩之必欲鉗制衆口하야 使之結舌者는 卽 之餘術이요 之遺技라。 是果可以興陛下之國이며 禦隣邦之侮乎잇가? 所以臣等昨日之疏에 力陳敢言之義, 而猶有未盡白者矣로소이다。 十人之聚에도 自有昌言하옵고 一府之會에도 亦有公論하오니 天之所賦에 慧寶가 皆存하옵고 理之所圓에 言權이 自具하나니 使彼行政司法之臣으로 苟有可紀之善, 則其必加額而讚揚之할지오 苟有可議之疵者, 則其必蹙頞而非毁之하리니 此乃人情之所必至이옵고 君上之所宜擇也어늘 必欲鉗制而後에야 君權이 可尊, 則孟子所謂‘國人皆曰賢然後用之, 可殺然後殺之’者, 是亦上失君權이오며 下與政柄乎잇가? 臣等所會는 非一人之私, 而內都外府에 衆心皆同하오니 古所謂‘民之所好好之, 所惡惡之’者를 必於此而取焉, 則內合前聖之治할지오 外符列邦之規하와 宗社生靈이 有萬億年無疆之休하리니 伏願陛下留神澄省하샤 雖匹夫匹婦라도 許以盡言焉하소서。" 批曰: "雖曰憂愛, 連章覆逆, 豈其敬乎? 所宜重勘, 而凡爲臣之道, 有瘼欲捄, 自有必陳之義。 故斟量安徐, 更勿煩瀆。"


  • 【원본】 42책 3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왕실-국왕(國王) /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