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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8권, 고종 35년 10월 25일 양력 1번째기사 1898년 대한 광무(光武) 2년

무명 잡세를 없애고 의소청과 진민소를 짓지 말라고 명하다

조령(詔令)을 내리기를,

"무명 잡세(無名雜稅)를 금지하도록 전후로 신칙한 것이 이때까지 한두 번만이 아니었는데, 유사(有司)의 신하들이 형식적인 문서장처럼 여기며 함부로 명목을 붙여 제 마음대로 토색질을 하니, 불쌍한 우리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내부(內部)로 하여금 각 도(道)의 관찰사들을 엄격히 신칙해서 철저히 조사하여 일체 모두 없애도록 하라. 만일 종전의 버릇을 다시 답습하여 남의 일 보듯 하면서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니, 모두 꼭 알도록 하라."

하였다. 또 조령을 내리기를,

"듣자니 관리와 선비들이 한 해가 지나도록 충훈부(忠勳府)의 빈 관청에 머무르면서 그곳을 ‘건의소청(建議疏廳)’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도약소(都約所)’라고 부르기도 하여 명칭이 한결같지 않아 때 없이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각 도에 통문(通文)을 돌려 혹 학교의 재산을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혹은 이름을 붙여 돈을 강제로 빼앗음으로써 가난한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데, 이것도 부족하여 각부(各府)와 부(部)들에 통문을 돌려 재물을 내어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번 묻건대 이 무리들이 하는 일이 무슨 일이기에 이로운 것은 하나이고 해로운 것이 만 가지나 되는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내부로 하여금 먼저 잘 타일러서 그만두고 떠나게 하라. 무릇 지방 고을의 백성들로서 수도에 올라와 머무르면서 하는 일 없이 한가하게 놀며 세월을 보내는 자들을 경무청(警務廳)에 신칙하여 모조리 다 쫓아 보내도록 하라."

하였다. 또 조령을 내리기를,

"일을 할 적에 처음을 잘 생각하여 마지막을 도모하지 않으면 낭패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이제 듣건대 외부에 ‘진민소(賑民所)’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 의도는 아름답지만 그 일은 다 선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관청에서 혹은 창고를 열어서 구제하며 혹은 사적으로 재산을 내어 구제하는데, 역시 정한 기일이 있어서 기한이 차면 그만두니, 이는 뒤를 이어 계속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않아서 중앙과 지방의 상민(商民)들에게 푼돈을 강제로 거두어 구제하는 밑천으로 하는데,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도 그만두는 때가 없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원망이 위에 돌려지고 있으니, 이는 이른바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사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풍년이 들어 모든 곡식이 풍성하니, ‘진민소(賑民所)’를 빨리 없애야 할 것이다.

대체로 장정으로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각각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여 놀고먹는 일이 없도록 하라. 늙고 병들어서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은 며칠 분의 식량을 적당히 주어서 본적지로 보내며, 내부(內部)에서 각 도에 훈령을 내려 장사치들에게 징수해가는 버릇을 엄격히 단속하도록 하라."

하였다. 조령을 내리기를,

"사례소(史禮所)에서 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여 다른 것과 다르므로 하루 이틀 사이에 그 일을 마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나라의 비용이 궁색하여 현재 급한 경비도 지출할 수 없으니, 급하지 않은 일에 거액의 비용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사례소를 우선 폐지하고 관역(官役)에 나온 사람들은 돌아가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4면
  • 【분류】
    재정-국용(國用) / 재정-잡세(雜稅) / 구휼(救恤)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二十五日。 詔曰: "無名雜稅之前後禁飭, 非止一再。 而有司之臣, 視若文具, 妄加名目, 恣意討索, 哀我赤子, 何以聊生? 其令內部嚴飭各道觀察使, 築底査究, 一竝革罷。 如或復踵前習, 玩愒因循, 自有常憲, 咸須知悉。" 又詔曰: "聞‘縉紳、章甫, 經年逗遛于忠勳府空廳, 或稱建議疏廳, 或稱都約所, 名號不一, 變幻無常。’ 發文各道, 或徵收校財, 或勒討名錢, 以致窮蔀之嗷嗷。 此而不足, 輪通于各府部, 求請捐助。 試問此輩之所事何事, 而利一害萬? 可勝寒心。 其令內部先行曉諭, 使之罷去。 凡外郡人民之來留都下, 無所事爲, 優遊度日者, 申飭警務廳, 一倂退送。" 又詔曰: "作事而不慮始圖終, 則鮮有不狼狽者也。 今聞‘外間有所謂賑民所者, 以救活饑困之民爲務’云。 其意則美矣, 其事則未盡善矣。 夫賑民者, 官或發倉, 私或捐産, 亦有定期, 期滿而止。 蓋爲其繼後是艱也。 今也不然。 勒徵分錢于京外商民, 作爲賑資, 經春閱夏, 無有已時。 群情嗷嗷, 怨歸于上, 是所謂惠而不知爲政者也。 今幸歲値金穰, 百穀豐登, 賑民所亟宜革罷。 凡丁壯之可以自給其食者, 許令各歸執業, 毋犯遊食之戎。 其癃癈殘疾無依者, 酌給幾日之糧, 發付原籍。 自內部發訓各道, 嚴禁商賈處徵索之習。" 又詔曰: "史禮綦重, 與他有異, 非可以一二日責其竣事也。 顧今國用窘絀, 時急經費, 猶不能支撥, 不當以不急之務, 費了巨額。 史禮所姑爲廢止, 所有官役, 聽其罷歸。"


    • 【원본】 42책 38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4면
    • 【분류】
      재정-국용(國用) / 재정-잡세(雜稅) / 구휼(救恤)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