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이 현재의 급선무에 대하여 상소를 올리다
전 주사(前主事) 이승원(李升遠)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나라를 태평하게 잘 다스리는 방도는 본디 시종과 선후의 구별에 있으니, 일처리에 그 차례를 잃으면 뒤죽박죽 혼란이 일어나 일의 갈피를 잡을 기약이 없게 됩니다. 크고 작은 사무에 단지 번거로운 폐단이 있어서 사람들은 수고로움을 이길 수 없는데도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 선후를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강령을 살펴야 하고 시세를 참작하여 인정과 사리에 부합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윗사람이 수고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반드시 믿고 복종하여 기강이 스스로 떨쳐지고 법이 스스로 서서 어려운 폐단은 자연히 사라지고 부강하게 되는 성과가 날마다 끝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현재의 사무로 시급한 것을 차례대로 조목별로 아래에 열거합니다.
백성들의 법규를 세우는 것입니다. 첫째, 민법(民法)을 세우는 것입니다. 둘째, 빈궁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셋째, 간사하고 거짓된 것을 금하는 것입니다. 넷째, 민심을 통일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나라의 근본을 견고히 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경계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일곱째, 민정(民政)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여덟째, 학교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아홉째, 법률을 밝히는 것입니다. 열째, 쓸데없는 관직을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법규를 세운 뒤에는 지방 관제와 예산 절목 같은 것은 자연히 편리하고 타당한 계책이 있을 것이니, 어찌 수고를 들일 것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한 후에는 비단 백성들이 훌륭한 시대에 잘 화육(化育)될 뿐만 아니라, 비록 우주 안의 곤충과 초목 같은 미물도 모두 살 곳을 얻어서 함께 즐길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진달한 어려 조항에서 자못 받아들일 만한 것이 있다."
하였다.
- 【원본】 41책 37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구휼(救恤)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농업-양전(量田) / 정론-정론(政論)
前主事李升遠疏略: "凡治平之道, 自有始終先後之別。 處務之際, 失其次序, 則顚倒錯亂, 就緖無期, 大小事務, 只自煩弊, 人不勝勞而效不可望也。 欲知其先後也, 則必須察其綱領, 參酌時勢。 求合乎人情事理, 然後上不勞瘁, 下必信服, 紀綱自振, 規模自立, 艱虞之弊, 自然消祛, 富强之效, 日進無疆。 當今事務之急先者, 隨其次序, 條列于左。 一, 立民規。 二, 濟貪窮。 三, 禁奸僞。 四, 齊民心。 五, 固國本。 六, 正經界。 七, 制民政。 八, 廣學校。 九, 明法律。 十, 刪冗官。 第其立規之後, 至若地方官制及豫算之節, 自有便宜之策, 何用勞費哉? 如是而後, 不但人民之化育於聖世, 雖宇內昆蟲草木之微, 皆得其所而同樂也。" 批曰: "所陳諸條, 頗有可採也。"
- 【원본】 41책 37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구휼(救恤)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농업-양전(量田) / 정론-정론(政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