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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6권, 고종 34년 10월 11일 양력 3번째기사 1897년 대한 광무(光武) 1년

시임 대신과 원임 대신 이하의 관리들을 인견하다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 이하를 인견(引見)하였다. 【의정(議政) 심순택(沈舜澤), 특진관(特進官) 조병세(趙秉世), 궁내부 대신(宮內府大臣) 민영규(閔泳奎), 장예원 경(掌禮院卿) 김영수(金永壽)이다.】

상이 이르기를,

"경 등과 의논하여 결정하려는 것이 있다. 정사를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에 모든 예(禮)가 다 새로워졌으니 원구단(圜丘壇)에 첫 제사를 지내는 지금부터 마땅히 국호(國號)를 정하여 써야 한다. 대신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하니, 심순택(沈舜澤)이 아뢰기를,

"우리나라는 기자(箕子)의 옛날에 봉(封)해진 조선(朝鮮)이란 이름을 그대로 칭호로 삼았는데 애당초 합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나라는 오래되었으나 천명이 새로워졌으니 국호를 정하되 응당 전칙(典則)에 부합해야 합니다."

하였다. 조병세(趙秉世)가 아뢰기를,

"천명이 새로워지고 온갖 제도도 다 새로워졌으니, 국호도 역시 새로 정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억만 년 무궁할 터전이 실로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인데, 국초(國初)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다. 지금 국호를 ‘대한(大韓)’이라고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 또한 매번 각 국의 문자를 보면 조선이라고 하지 않고 한(韓)이라 하였다. 이는 아마 미리 징표를 보이고 오늘이 있기를 기다린 것이니, 세상에 공표하지 않아도 세상이 모두 다 ‘대한’이라는 칭호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니, 심순택이 아뢰기를,

"삼대(三代) 이후부터 국호는 예전 것을 답습한 경우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바로 기자가 옛날에 봉해졌을 때의 칭호이니, 당당한 황제의 나라로서 그 칭호를 그대로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대한’이라는 칭호는 황제의 계통을 이은 나라들을 상고해 보건대 옛것을 답습한 것이 아닙니다. 성상의 분부가 매우 지당하니, 감히 보탤 말이 없습니다."

하였다. 조병세가 아뢰기를,

"각 나라의 사람들이 조선을 한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상서로운 조짐이 옛날부터 싹터서 바로 천명이 새로워진 오늘날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또한 ‘한’ 자의 변이 ‘조(朝)’자의 변과 기이하게도 들어맞으니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만년토록 태평 시대를 열게 될 조짐입니다. 신은 흠앙하여 칭송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국호가 이미 정해졌으니, 원구단에 행할 고유제(告由祭)의 제문과 반조문(頒詔文)에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40책 36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법-법제(法制) / 왕실-국왕(國王)

引見時原任大臣以下。 【議政沈舜澤、特進官趙秉世、宮內大臣閔泳奎、掌禮卿金永壽】 上曰: "欲與卿等有所議定者矣。 今於一初之政, 百禮俱新, 自今肇禋圜丘之時, 宜用定有天下之號也。 大臣之意何如?" 舜澤曰: "國家, 因箕子舊封朝鮮之名, 仍以爲號, 未始爲切當。 今於邦舊命新之日, 定有天下之號, 應合典則矣。" 秉世曰: "天命維新, 百度皆新, 有天下之號, 亦宜新定。 自今伊始, 萬億年卜世祈永之本, 實在於此矣。" 上曰: "我邦乃三韓之地, 而國初受命, 統合爲一。 今定有天下之號曰‘大韓’, 未爲不可。 且每嘗見各國文字, 不曰‘朝鮮’, 而曰韓者, 抑有符驗於前, 而有竢於今日, 無待聲明於天下, 而天下皆知大韓之號矣。" 舜澤曰: "自三代以來, 有天下之號, 未有承襲于前者矣。 而朝鮮箕子舊封之號也, 堂堂帝國, 不宜因仍其號矣。 且大韓之號, 稽之帝統之國, 無襲舊者矣。 聖旨切當, 無敢贊辭矣。" 秉世曰: "各國人之以朝鮮稱韓者, 其祥已兆於平昔, 而政待天命維新之日矣。 且韓字扁旁, 因朝字扁旁, 亦奇合而不偶矣。 此萬世開太平之應也。 臣不勝欽仰攢頌矣。" 上曰: "有天下之號旣定, 圜丘壇告由祭文及頒詔文。 竝以大韓, 書之可也。"


  • 【원본】 40책 36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법-법제(法制)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