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고종실록 36권, 고종 34년 10월 1일 양력 3번째기사 1897년 대한 광무(光武) 1년

심순택 등이 백관들을 거느리고 정청하여 황제로 칭할 것을 아뢰다

의정부 의정(議政府議政) 심순택(沈舜澤)과 특진관(特進官) 조병세(趙秉世) 등이 백관(白官)들을 거느리고 정청(庭請)하여 아뢰기를,

"《예기(禮記)》에, ‘덕이 천지(天地)와 같은 자를 황제라고 부른다.’고 하였으니, 대개 삼황오제(三皇五帝)의 공덕이 하늘과 부합하기 때문에 그를 높여서 황제라고 불렀습니다. 덕이 더없이 높아 위호(位號)도 그와 함께 높고 공이 더없이 높아 예경(禮敬)도 그에 따라서 컸던 것이니, 지극히 크고 더없이 공경하는 예로써 더없이 높은 존호(尊號)를 밝히는 것은 거룩한 임금과 명철한 왕이 다같이 따르는 것이며 천리(天理)와 인사(人事)에 어긋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들이 폐하 앞에서 정성을 다하여 말하였는데 시덥지 않게 여기면서 윤허한다는 명령을 내리지 않으니, 참으로 더없이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아! 우리나라가 세워진 지 500년 동안 훌륭한 임금들이 대를 이어오면서 공적을 거듭 빛내고 덕화를 거듭 폈는데, 예악(禮樂), 전장(典章), 의관(衣冠) 제도는 한(漢) 나라, 당(唐) 나라, 송(宋) 나라 황제들의 제도에서 가감(加減)하고 한결같이 명(明) 나라 시대를 표준으로 삼았으니, 빛나는 문화와 두터운 예의가 직접 일통(一統)에 접하고 있는 것은 오직 우리나라뿐입니다.

우리 폐하는 총명과 슬기로우며 용맹과 지혜가 모든 임금들 중에서 으뜸이며 타고난 자질은 하늘과 땅에 부합하고 그윽한 덕은 신명(神明)에게 통합니다. 삼황의 도를 계승하고 오제의 마음을 전해 받아 왕위에 있는 34년 간 공적과 덕화는 융성한 시대에서 숭상할 만한 것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이전 삼모(二典三謀)에 실려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 어려운 시기를 만났으나 어려움을 통해 나라를 굳건히 하였으며 많은 근심 속에서도 폐하의 명철함이 열려 과단성을 크게 발휘한 관계로 여러 가지 법도가 바르게 되었으며 종묘 사직(宗廟社稷)이 힘을 입어 안정되어 위기를 극복하고 태산 반석 위에 올려놓았으며, 온 나라가 안정되어 요사한 기운이 사라지고 맑은 기운이 서렸습니다. 그리하여 거듭 왕업을 넓히고 치화(治化)가 융성하게 되어 독립의 터전을 세웠고 자주의 권리를 행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하늘의 돌보심이 깊고 큰 명을 맞이하여 계속될 시기입니다.

《만국공법(萬國公法)》을 살펴보니, ‘자주권을 행사하는 각 나라는 자기 뜻대로 스스로 존호를 세우고 자기 백성들로 하여금 추대하게 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로 하여금 승인하게 할 권리는 없다.’고 하였으며, 또 그 아래의 글에는 ‘어떤 나라에서 왕을 일컫거나 황제를 일컬을 때에는 자기 나라에서 먼저 승인하고 다른 나라는 뒤에 승인한다.’ 하였습니다.

대체로 존호를 정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자립(自立)’이라고 하였으며 승인하는 것은 남이 하기 때문에 승인하도록 할 권리는 없다고 한 것입니다. 남에게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해서 자기 스스로 존호를 세울 권리마저 폐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왕을 일컫거나 황제를 일컫는 나라는 다른 나라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존호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나라에서 먼저 승인하고 다른 나라는 뒤에 승인하는 사례가 있게 된 것입니다. 이른바 먼저 승인한다고 하는 것은 칭호를 정하기 전이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승인한다는 뜻이니, 어찌 스스로 존호를 정하지도 않고서 먼저 다른 나라의 승인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폐하의 높고 큰 덕은 하늘과 같이 크고 모든 것을 통달하는 도는 하늘과 같이 빈틈없이 살핍니다. 크기 때문에 ‘황(皇)’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살피기 때문에 ‘제(帝)’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폐하는 복희씨(伏羲氏), 신농씨(神農氏), 요(堯) 임금, 순(舜) 임금과 같은 성인으로서 한 나라, 당 나라, 송 나라, 명나라의 계통을 이었으니, 오늘날 대황제(大皇帝)의 위호를 올리는 것은 옛 전례에도 맞고 지금의 제도에도 맞는 것으로서, 그 시기를 살펴보아도 옳고 예(禮)에 의거해 보아도 역시 당연한 것입니다. 천명에 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르는 의리로 보나 하늘이 도와주어 새롭게 하는 천명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온 나라의 한결같은 의견을 힘써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하는 조화의 자취를 감추고 마치 만물을 길러내는 뜻이 없는 듯이 하면서 성인이면서도 성인으로 자처하지 않으니 그에 대해서 사람들은 물론 우러러 흠모하기는 하지만, 옛날 훌륭한 정사를 하고 겸손한 도리를 지킨 제왕들 가운데도 존호를 마다하고 받지 않았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목욕재계하고 서로 이끌고 와서 한 목소리로 우러러 청하는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빨리 윤허를 내려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어제 연석(筵席)에서 이미 짐의 뜻을 다 말하였는데, 또 이렇게 서로 이끌고 와서 호소하니, 실로 이해할 수 없다. 이 것은 반드시 애써 따를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줄곧 번거롭게 청하니, 그것이 온당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였다.


  • 【원본】 40책 36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사법-법제(法制)

議政府議政沈舜澤、特進官趙秉世等, 率百官庭請奏: "伏以《記》曰: ‘德侔天地者, 稱皇帝。’ 蓋三皇五帝之功德, 與合皇天, 故尊以稱之也。 德尊無上而位號與尊, 功大莫尙而禮敬爲大, 以至大莫敬之禮, 闡無上極尊之號, 寔聖帝明王之所同由也, 天理人心之所不咈也。 所以臣等於前席積誠罄陳, 聖心不槪, 靳旨乃降, 誠不勝徊徨齎鬱之至。 猗! 我邦開國五百年, 聖神相繼, 重熙累洽, 禮樂典章衣冠制度, 損益乎 帝, 一以代爲準, 則郁文醇禮之直接一統, 惟我邦是耳。 我聖上聰睿勇智, 卓冠百王, 天姿合於兩儀, 玄德通于神明, 述三皇之道, 傳五帝之心, 臨御三紀, 功化則郅隆之所由尙也, 治法則典謨之所紀載也。 曩値艱會, 多難以固邦國, 殷憂以啓聖明。 乾斷廓奮, 百度惟貞, 宗社賴安, 轉綴旒而措磐泰。 方隅砥平, 銷氛祲而凝絪縕, 重恢弘業, 治化興隆, 建獨立之基, 行自主之權, 是天眷宥密景命迓續之會也。 按萬國公法, 有云‘各國自主者, 可隨意自立尊號, 令己民推戴, 但無權令他國認之也。’ 下文有‘某國稱王稱皇之時, 某國先認之, 他國後認之’之語。 夫尊號在我, 故曰自立, 認之在人, 故曰無權。 未聞以無權於人之故而廢我自立之權也。 是以稱王稱皇之國, 不待他國之承認而自立尊號, 所以有‘某國先認之, 他國後認之’之例。 其所謂先認者, 不在乎立號之先, 而先於他國之謂。 則安有不自立尊號而先求他國之認者哉? 今陛下巍蕩之德, 與天同大, 通達之道, 與天同諦。 以大而言皇也, 以諦而言帝也。 以之聖, 接之統, 惟今日尊大皇帝位號, 準古合今, 考其時則可矣, 據於禮亦當然。 在應天順人之義、眷顧維新之命, 不容不仰答也。 擧國大同之議, 不可不勉循也。 乃造化之跡, 斂而若無沖牧之衷, 聖不自居, 雖固欽仰, 而古昔帝王朕蠁之治、挹遜之規, 未曾有咈而不受、讓而不居之文。 用敢齋沐相率, 齊聲仰籲。 伏願亟賜兪音, 獲擧賁章。 千萬顒祝。" 批曰: "昨筵, 已悉朕意, 又此相率庭籲, 實未可曉也。 此是必不可勉從之事, 而一直煩請, 未知其穩當矣。"


  • 【원본】 40책 36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사법-법제(法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