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임 의정과 원임 의정 이하가 황제로 칭할 것을 주청하다
함녕전(咸寧殿)에서 시임 의정(時任議政)과 원임 의정(原任議政) 이하를 소견하였다. 【의정부 의정(議政府議政) 심순택(沈舜澤), 궁내부 특진관(宮內府特進官) 조병세(趙秉世), 참정(參政) 내부 대신(內部大臣) 남정철(南廷哲), 찬정(贊政) 궁내부대신(宮內府大臣) 이재순(李載純), 찬정 외부대신(外部大臣) 민종묵(閔種默), 찬정 탁지부대신(度支部大臣) 심상훈(沈相薰), 찬정 박정양(朴定陽)·윤용선(尹容善), 장례원 경(掌禮院卿) 김규홍(金奎弘), 참찬(參贊) 민병석(閔丙奭)이다.】 청대(請對)하였기 때문이다. 상이 이르기를,
"경들은 무슨 일로 청대하였는가?"
하니, 심순택(沈舜澤)이 아뢰기를,
"‘제(帝)’와 ‘왕(王)’의 칭호가 다른 것은 그 공업(功業)이 같지 않으며 제도와 문물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제’의 공업이라는 것은 대일통(大一統)을 말하는 것인데 일통(一統)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제’와 ‘왕’이 예악, 정교(正敎)를 계승하고 전하여 주는 것이니 이 공업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지위를 얻고 그 지위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이름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지에 바꿀 수 없는 일정한 원칙이며 자연의 이치이니 억지로 그렇게 될 수도 없고 사양해서 물리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단군(檀君)과 기자(箕子) 이후로 당요(唐堯)와 우순(禹舜)을 따라서 답습하다가 본조에 이르러서야 찬란하게 하(夏), 은(殷), 주(周) 3대(三代) 시기와 풍속이 같아졌습니다. 우리 태조(太祖)가 왕업을 열어서 덕을 쌓고 어진 일을 많이 하여 500년만에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나 처음으로 성인(聖人)을 낳게 되었습니다.
우리 폐하(陛下)께서는 뛰어난 성인의 자질을 타고나 반드시 융성하는 운수를 열어 놓음으로써 옛 나라를 거듭 넓히고 천명(天命)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사악한 기운이 사라지고 임금의 계책은 거듭 원만해졌으며 상서로운 기운이 응하여 화기가 모여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독립의 터전을 세우고 자주권을 행사하였습니다. 한(漢) 나라, 당(唐) 나라, 송(宋) 나라, 명(明) 나라의 법전(法典)들과 제도들이 영원히 국고(國庫)에 보관되어 각 나라가 그 법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천하의 문명(文明)이 우리에게 있고 황제의 계통이 실로 우리에게 있으니 하늘이 명한 것과 사람들이 귀의하는 것은 시기로 보아 당연하고 예(禮)로 보아 당연한 것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조상 때에 없는 것을 지금 갑자기 논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이는 절대로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주 무왕(周武王)과 상탕(商湯)의 시대에도 후직(后稷)과 설(卨)의 시대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서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 명위(名位)를 받고 나라의 복록을 받음에 있어 옛날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서 지금에도 반드시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전에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하여 뒤에도 꼭 할 수 없다는 법은 아닙니다. 천리(天理)와 인사(人事)에 있어 오직 순리에 맞게 응대할 뿐인 것입니다.
바라건대 폐하는 빨리 유음(兪音)을 내리셔서 위로는 하늘과 조종(祖宗)들의 뜻에 응하며 아래로는 높고 낮은 모든 신민(臣民)들의 소망을 풀어주소서. 신들은 지극하게 축원하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나이다."
하였다. 조병세(趙秉世)가 아뢰기를,
"하늘이 내려 준 지혜와 예지를 타고난 우리 폐하(陛下)는 신묘한 문(文)과 성스러운 무(武)를 지나셨으며 성대한 공덕은 삼황(三皇)과 오제(五帝)보다 더 높습니다. 처음으로 왕업의 터전이 닦여진 이래로 500년 만에 융성할 좋은 운수를 만나서 옛 나라를 새롭게 하고 대업(大業)을 거듭 밝혀서 독립의 터전을 세우고 자주권을 행사하니 이는 우리 폐하가 천명을 받은 때입니다.
예로부터 천명을 받은 임금은 반드시 위호(位號)를 얻는데 자리라는 것은 대보(大寶)를 말하며 칭호라는 것은 황제(皇帝)를 말합니다. 이것은 하늘이 준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써 이를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폐하의 높은 공훈과 큰 업적이 선대보다 앞서니 반드시 위호(位號)가 있어야 합니다. 위로는 천심(天心)에 응하며 명당(明堂), 구연(九筵)의 장소, 염폐(簾陛) 등이 다 갖추어진 후에야 여러 국가의 제도에 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라의 예악(禮樂)과 법도(法度)에서 한 나라, 당 나라, 송 나라, 명나라의 것을 가감하여 썼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당요와 우순의 뜻을 이어 그 계통을 받들어 나가는 것은 오직 우리나라만이 그렇게 합니다.
대체로 그 계통을 받들었다면 반드시 그 명위(名位)를 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반드시 이름을 바로 정하여야 한다.〔必也正名乎〕’라고 하였으니 명위가 정하여지지 않으면 그 계통을 이어받고 그 일을 해나갈 수 없습니다. 옛날부터 성철(聖哲) 중에는 예의를 다하여 사양하면서도 물리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폐하가 아무리 겸손하게 그 자리에 계시지 않으려고 하지만 높고 낮은 신민(臣民)들의 여론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하늘의 명을 듣고 보는 것은 우리 백성들에게서 시작되니 사람들의 마음을 알면 천심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급히 유음을 내림으로써 하늘과 사람들의 뜻을 따르소서. 신 등은 기쁜 마음으로 축원하는 심정을 가눌 길이 없나이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반드시 합당한 자리를 얻고 반드시 합당한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큰 덕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오직 짐처럼 변변치 못한 덕으로 어떻게 그런 자리를 감당하겠는가? 경들의 말 역시 지나치다. 지금 국민의 일로 이보다 급한 것이 한 둘로 셀 수 없으니 경들은 마땅히 그것을 바로잡고 구제할 계책이나 생각하여 짐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보충하는 것이 좋겠다. 이처럼 한가한 의논은 짐이 듣고 싶지 않도다."
하였다. 심순택(沈舜澤)이 아뢰기를,
"예로부터 황제의 공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간혹 초매(草昧)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간혹 국가를 바꾸어놓기도 하였습니다. 지나간 역사를 차례로 따져보면 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데 은(殷) 나라의 고종(高宗)과 주(周) 나라의 선왕(宣王)의 공업에 칭찬할 만한 것은 대개 선대를 훌륭하게 계승하는 임금으로 분발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여러 가지 법도를 일신하고 쇠퇴한 것을 다시 일으켜 세웠기 때문인데 이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우리 폐하(陛下)는 문무(文武)가 침체되어 점점 해이해지고 있는 시기에 용맹과 슬기를 발휘하여 크게 공로를 이루었으니 큰 업적은 선대보다 빛나고 높은 위세는 온 세상에 가해졌습니다. 예로부터 제왕(帝王)의 업적이 오늘과 같이 융성한 때는 없었습니다. 대체로 삼황 오제라고 부르는 것이 오랜 옛적부터 숭상된 것은 역시 명위(名位)에 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시에 이름을 바로잡지 않았더라면 후대에 무엇을 이어받았겠습니까?
《한사(漢史)》에 이르기를, ‘천자의 수레가 방에서 나왔다.〔天子輦出房〕’라고 하였으니 한 나라 황제가 귀하고 한 나라 관리들이 위의(威儀)가 있었다는 것을 여기에서 볼 수 있고 한 나라의 도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여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위엄스러운 거동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오히려 황제의 업적으로 부를 수 없는데 더구나 그 명호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하기를,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必也正名乎〕’라고 하였는데 이름을 바로잡아야만 높고 낮은 벼슬의 체계가 명백해지고 여러 가지 사무가 바로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사를 하는 도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재 해야 할 일 중에서 이보다 더 급한 것이 없습니다.
바라건대 폐하는 깊이 잘 살피고 빨리 유음을 내리시어 황제의 칭호를 받음으로써 대업(大業)을 빛내소서. 신들은 간절한 소원을 누를 길이 없나이다."
하였다. 조병세가 아뢰기를,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것은 천명이며 억눌러서 막아버릴 수 없는 것이 인심(人心)입니다. 천명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 때를 보면 말할 수 있습니다. 인심은 어디에서 볼 수 있습니까? 여론을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오직 우리 폐하가 큰 위업을 성취하고 쇠퇴한 나라를 다시 회복한 것은 절대로 천명이며 인력(人力)으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무릇 우리의 신민들이 황제의 칭호를 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역시 천명이며 곧 인심인 것입니다. 천명과 인심이 이처럼 서로 부합되니 폐하께서 아무리 겸손하게 거절하더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대군주(大君主)라는 칭호는 각 나라의 황제의 칭호와 서로 평등하여 구별이 없으며 폐하라는 칭호는 곧 황제국가에서 부르는 칭호입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제국(帝國)이라고 부르는 나라들과 평등한 예의로 대하여 왔으니 우리나라 역시 칭제(稱帝)하는 나라입니다. 대체로 황제의 계통이라는 것은 그 예악과 법도를 전하는 것입니다. 하(夏), 은(殷), 주(周) 3대(三代)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예악과 법도를 지키면서 문명한 교화를 만대토록 이어 나가는 것은 사실 우리나라뿐입니다. 황제의 계통이 우리에게 있고 역수(曆數)도 우리에게 있는데 세상이 크게 바뀌는 기회를 만나 황제의 칭호를 바로 정하지 않는다면 그 전통을 이어받아 그 계통을 이어 나가는 것을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겸손한 마음을 돌리시고 여정(輿情)을 굽어 살피시어 황제의 계통을 중하게 여기고 천위(天位)를 이어 나가소서. 신들은 간절한 축원을 누를 길이 없나이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체로 이미 황제의 예법이나 제도에 비슷한 것만도 각 나라와 교섭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꼭 그 칭호가 있어야만 되겠는가? 짐의 생각에는 경들의 말에 타당치 못한 점이 있다고 본다."
하였다. 심순택이 아뢰기를,
"각 나라의 약장(約章)에는 각 나라 황제의 칭호를 인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나라가 작고 군사가 약하여 나란히 나갈 수 없는 나라나 상스럽고 속되며 추하고 고루하여 개명(開明)한 세계로 진보(進步)할 수 없는 나라인 경우에도 각 나라가 반드시 인정하여 함께 교류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영토의 넓이가 사천리로서 당당하게 천자가 다스리는 나라이며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며 예악과 문물이 세상에 표준이 됩니다.
대군주 폐하(大君主陛下)라는 호칭은 애초에 우리 자신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사람들이 추대한 것입니다. 황제로 불리는 나라들과 평등하게 교제를 한다면 처음에 황제의 호칭이 없더라도 역시 제국(帝國)인 것입니다. 각 나라의 사람들이 틀림없이 우리나라가 시국에 밝지 못한 바가 있어서 옛 견해를 고수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폐하가 신들의 요청을 힘써 따라서 세상에 공표한다면 세상에서 흔연히 인정할 것은 애당초 논의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황제로 불리는 나라들은 앞으로 우리를 비교하면서 모두 와서 법도를 취할 것입니다. 폐하가 이 조치를 한 번 취하여 세상의 환심을 얻게 되면 세상 어느 곳이든 위엄이 더하여지지 않는 곳이 없으며 황제의 업적은 더욱 광대해질 것인데 폐하께서는 무엇을 꺼려서 하지 않으며 무엇을 염려하여 황제의 자리에 않지 않습니까? 천명은 어길 수 없으며 인심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폐하는 다시 더 깊이 생각하여 빨리 신들의 요청을 재가하여 주소서. 신들의 말은 신들만의 말인 것이 아니라 온 나라 신민들의 말을 가지고 이구동성으로 원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조병세가 아뢰기를,
"그럴만한 덕이 있고 공로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알맞은 자리가 있고 반드시 그에 알맞은 칭호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폐하는 이런 공덕이 있고 그 일을 세상에서 하였으므로 반석 같은 터전이 공고화되었고 독립을 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었으며 위엄이 더욱 빛나고 자주를 하고 권리를 잡았으니 이는 조종(祖宗) 이래로 없었던 일입니다. 그러니 이 모든 일을 황제의 업적으로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칭호가 아직 갖추어지지 못하였으니 세계의 각 나라들이 반드시 논의하면서 결함이 있는 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폐하의 훌륭한 지혜와 밝은 견해를 결코 신들과 같이 어리석은 소견으로 헤아릴 수 없지만 폐하가 이렇게 거절하시는 것이 폐하께서 어찌 하늘과 사람 사이와 오늘 세상의 형편을 살피지 못해서 그러하겠습니까? 오직 겸손하시어 그 자리에 계시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천자의 높은 신분으로도 하늘이 주고 사람이 바라는 것을 끊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폐하께서는 빨리 명령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신들은 저으기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들의 견해 역시 혹 타당한 점이 있고 역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도 있다. 그러나 급하지 않은 일이고 짐이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시기로 보아도 불가하다."
하였다. 심순택이 아뢰기를,
"신들이 여러 번 청하였으나 마침내 한 번도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신들의 말이 뜻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성의가 임금을 감동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경연(經筵)의 체모는 엄하여 감히 다시 번거롭게 아뢸 수 없으니 신들은 장차 물러가 조정의 동료들과 함께 주청(奏請)하여 기어이 윤허를 받겠습니다."
하였다. 조병세가 아뢰기를,
"신들이 두세 번씩 말하여 더없이 황송하나 조정에 차고 넘치게 된 논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신들은 장차 더욱 성의를 다하고 간절히 호소하여 폐하의 마음을 돌리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들과 같이 노숙한 사람의 견해로 꼭 이렇게 확대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 【원본】 40책 36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三十日。 御咸寧殿, 引見時原任議政以下。 【議政府議政沈舜澤、宮內府特進官趙秉世、參政內部大臣南廷哲、贊政宮內府大臣李載純、贊政外部大臣閔種默、贊政度支部大臣沈相薰、贊政朴定陽·尹容善、掌禮院卿金奎弘、參贊閔丙奭】 請對也。 上曰: 卿等以何事請對乎? 舜澤曰: "帝王之稱, 有不同者。 以其功業之不同, 而制度文章, 截然不同。 夫帝業者, 大一統之謂也。 一統者, 自古帝王禮樂政敎, 有以承之, 有以傳之也。 有是業, 則必得其位, 有其位, 則必得其名。 此天地常經之不易而自然之理也。 有不可强而致之, 亦不可揖而讓之矣。 惟我邦, 自檀、箕以來, 服襲堯、舜, 至于本朝, 炳焉與三代同風。 自我藝祖, 肇基王跡, 積德累仁, 五百年而當一元之會, 首出聖人。 惟我陛下挺上聖之姿, 啓必興之運, 舊邦重恢, 天命維新。 氛祲淨而瑤圖重圓, 禎祥應而符瑞萃集, 建獨立之基, 行自主之權。 漢、唐、宋、明典憲規模, 金石在府, 使萬國取法焉。 天下文明在我, 而帝皇之統, 實在於我矣。 天之所命, 人之所歸, 時則然矣, 禮則然矣。 陛下若曰祖宗之所未有, 今未可遽議云, 則此大不然。 周 武、商 湯之時, 不以所無於稷、契之世而不爲之。 受其名位。 享其天祿。 古所未有, 而今不必不有, 前所不能, 而後不必不能。 天人之際, 惟順而應之而已。 伏願陛下亟降兪音, 上以答上天祖宗之意, 下以協小大臣民之望焉。 臣等不勝加額顒祝之至矣。" 秉世曰: "惟我陛下, 睿智天縱, 神文聖武, 功德之盛, 媲隆三五。 適當肇基以來, 五百年必興休運, 舊邦維新, 大業重恢, 建獨立之基, 行自主之權。 此我陛下誕受天命之日也。 自古受命之君, 必得其位號。 位者, 大寶也。 號者, 曰皇曰帝是也。 此天所以授之也, 非有以人力而致之也。 陛下巍勳洪烈, 邁於古先, 必有位號。 上應天心, 明堂九筵, 簾陛有截然後可以臨萬國之衣冠矣。 且國家禮樂法度, 損益乎漢、唐、宋、明。 今環瀛以內, 祖述堯、舜, 而承其統, 惟我邦爲然。 夫承其統, 則必定其名位。 夫子曰‘必也正名乎’, 名位未定, 不足以承其統而行其事矣。 自昔聖哲, 有不得以揖讓而退遜。 陛下雖欲沖挹不居, 所不可遏者, 小大臣民之輿言也。 天之聽視自我民, 見於人心, 而天心卽可見矣。 伏願陛下亟降兪音, 以順天人之意焉。 臣等不勝歡抃祈祝之忱矣。" 上曰: "必得其位, 必得其名者, 大德之謂也。 惟朕菲德, 豈足以當之? 卿等之言, 亦過矣。 目下民國之事, 所急於此者, 非一二可數。 則卿等宜思其匡濟之策, 補朕不逮可矣。 如此汗漫之議, 朕不欲聞之也。" 舜澤曰: "自古帝業之成, 或起於草昧, 或化家爲國, 歷數往牒, 皆班班可見。 而殷宗、周 宣之功業, 尤有稱焉者。 蓋以守文繼體之主, 振拔淬礪, 使百度煥新, 樹立中恢, 斯爲難矣。 今我陛下, 乃於文恬武嬉, 寖以懈弛之日, 而廓運勇智。 大勳斯集, 駿烈光于祖宗, 威靈加于寰宇。 自古帝業之隆, 未有如今日者矣。 夫三皇五帝之稱, 尙於萬古者, 亦不過名位而已。 當時無正名焉, 則後世何述焉? 漢史曰: ‘天子輦出房’, 今日迺知皇帝之貴、漢官之威儀, 於是乎有可觀而漢道成矣。 威儀之未備, 而猶不足以稱帝業, 況其名號乎? 夫子曰: ‘必也正名乎?’, 名旣正矣, 而百工可以明矣, 庶事可以凝矣。 故曰爲政之道, 莫先於正名。 爲今之務, 未有急於此者。 伏願陛下淵然澄省, 亟降兪音, 誕膺寶號, 用賁大業焉。 臣等不勝顒望矣。" 秉世曰: "不期然而致之者, 天命也; 莫可抑而遏之者, 人心也。 天命, 曷以言乎? 觀於其時, 則可言; 人心, 曷以見乎? 聽於輿論, 而可見。 惟我陛下成就大業之中恢, 殆天也, 非人也。 凡我臣民顒望寶號之誕膺, 亦天也, 而卽人也。 天人之相與者如此。 陛下雖欲揖遜而拒之, 恐不可得矣。 且大君主之號, 與各國之帝號相等, 自無別焉。 陛下之稱, 卽帝家之稱也。 陛下旣皆行之, 與稱帝之國, 禮數平等, 我國亦帝國也。 而夫帝統者, 以傳其禮樂法度也。 自三代以後, 守其禮樂法度, 至于今日, 而文明之化垂于萬世者, 實惟我邦也。 帝統在我, 曆數在我, 而適當一元開泰之會。 苟不有眞定大號, 不足以明接其傳而承其統矣。 伏願陛下勉回沖謙, 俯循輿情, 以重帝統, 以承天位焉。 臣等不勝激切顒祝之矣。" 上曰: "夫旣侔擬於帝家法度, 亦無妨礙於各國交涉, 何必有其名號然後爲可? 以朕思之, 卿等之言, 有不必然者矣。" 舜澤曰: "各國約章, 有各國帝號認之之說。 此謂國小兵弱, 不足與方駕者及俚俗醜陋不能進步於開明者, 則各國未必認之而通行也。 惟我幅圓四千里, 堂堂萬乘之國, 可以養百萬之衆, 禮樂文物, 表準於天下。 大君主陛下之稱號, 初非自我求之, 各國人之所推而戴之也。 而與稱帝之國, 平行交際, 則雖未始有帝號, 而卽亦帝國也。 各國之人, 其必謂我國有所未察於時局而膠守舊見矣。 今我陛下勉從臣等之請, 聲明於天下, 則萬區胥欣認之, 則固不暇論矣。 就中稱帝之國, 其將比擬我而咸來取式。 陛下一有是擧而得天下之歡心, 日月所照, 霜露所墜, 威靈無所不加, 而帝業益廣大矣。 陛下何憚而不爲, 何慮而不居乎? 天命不可違, 人心不可咈。 伏願陛下更加三思, 亟準臣等之請。 臣等之言, 非臣等之言也, 擧國臣民之言, 而同聲仰祝者矣。" 秉世曰: "有其德、有其功, 必有其位, 必有其號。 陛下有是功德, 而行其事於天下, 磐泰之基本鞏固, 獨立而不倚, 風雲之壁壘精彩, 自主而制權。 此祖宗以來所未有也, 帝皇之業所以稱也。 而位號迄未遑焉, 天下各國, 其必有議之而謂爲缺典矣。 惟我陛下, 聖智明達, 萬萬非臣等愚昧之見所能仰揣, 而陛下靳持於此者, 陛下豈不察於天人之際及今日天下大勢而然哉? 惟謙挹而不欲居耳。 雖以萬乘之尊, 至於天之所與、人之所願者, 則有未可斷以行之矣。 伏願陛下亟降成命。 臣等竊不勝菀抑悶隘之地矣。" 上曰: "卿等之見, 亦或有其然者, 而亦有所未之思焉者, 此亦暇豫之事也。 不徒朕之不欲, 以其時則不可矣。" 舜澤曰: "臣等屢屢仰請, 而終靳一兪, 此由於臣等之辭不達意, 誠未格天矣。 筵體有嚴, 不敢復爲煩屑。 臣等將退與庭寮, 具奏仰請, 期於獲准矣。" 秉世曰: "臣等之言至再至三, 極切悚惶矣, 而盈庭之論, 有未可抑遏。 臣將積誠祈懇, 庶幾聖心之開回矣。" 上曰: "以卿等老成之見, 不必爲是張大之擧矣。"
- 【원본】 40책 36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