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환이 황제로 칭할 것을 주청하다
외부 협판(外部協辦) 유기환(兪箕煥)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오제(五帝) 때에는 ‘황(皇)’보다 더 높은 칭호가 없었고 하, 은, 주 삼대(三代) 때에는 ‘왕(王)’보다 더 높은 칭호가 없었습니다. 황제는 역시 왕이고 왕은 곧 황제입니다. 한(漢) 나라, 당(唐) 나라, 송(宋) 나라, 명(明) 나라에서 왕의 칭호를 한결같이 황제로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신하된 사람치고 누가 자신의 왕으로 하여금 가장 높은 자리에 있게 하려고 하지 않겠으며 극존의 칭호를 정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구라파에서 황제라고 부른 것은 로마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 게르만과 오스트리아는 로마의 옛 땅으로서 황제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독일은 게르만 계통을 이어 마침내 황제로 칭호를 정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의관(衣冠)과 문물(文物)은 모두 명(明) 나라의 제도를 따랐으니 그 계통을 이어서 칭호를 정한들 안 될 것이 없습니다.
또한 청나라와 우리나라는 다같이 동양에 있으므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로마의 계통을 이어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폐하는 유신(維新)의 명에 응하여 독립의 권리를 마련하였고 연호(年號)를 세우는 등 여러 가지 업적이 다 빛나니 급히 칭호를 정함으로써 조종(祖宗)의 큰 위업을 빛내고 만백성의 소원에 부합되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의 말이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부당한 일이니 굳이 이처럼 번거롭게 청하지 말라."
하였다.
- 【원본】 40책 36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외교-독일[德]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 / 정론-정론(政論)
外部協辦兪箕煥疏略: "五帝之世, 尊莫如皇, 三代之世, 高莫如王。 皇亦王也, 王卽皇也。 降自漢、唐、宋、明, 人君號位, 一以皇帝爲尊。 則爲人臣者, 孰不欲使其君處至尊之位而正至尊之號也? 歐洲皇帝之稱, 始自羅馬, 而其後日耳曼、奧地利, 以羅馬古地, 稱皇帝。 德國繼日耳曼之統, 遂定大號。 我國家衣冠文物, 悉遵明制。 繼其統而正位號, 無所不可。 且淸與我國, 均處東洋, 則與德、奧之接統羅馬, 無異也。 陛下膺維新之命, 制獨立之權, 年號已建, 庶績咸熙, 亟正位號, 以光祖宗之洪業, 以孚萬黎之顒祝焉。" 批曰: "爾言, 非曰無據, 此乃不當之事。 不必如是煩請也。"
- 【원본】 40책 36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외교-독일[德]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