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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2권, 고종 31년 7월 5일 기묘 3번째기사 1894년 조선 개국(開國) 503년

지석영이 백성의 마음을 치료하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자는 내용의 상소를 올리다

전 형조 참의(前刑曹參議) 지석영(池錫永)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전해오는 전장(典章)과 법도가 찬란하게 구비되어 개명(開明)의 정사라고 칭하기에 족한데도 나라 사람살이는 점점 피폐해지고 규율이 바로서지 못하니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사화(士禍)의 해독으로 생기가 참혹하게 되었고 뒤에는 당론(黨論)에 끌려서 사람들이 서로 마음의 벽을 쌓았습니다. 임진란(壬辰亂) 때에 얼마나 유린당하고 병자년(1636) 화의 때에 얼마나 수모를 겪었습니까? 그런데도 자강(自强)하는 방도와 외적을 방어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여 오늘날에 와서는 지시를 따르게 되었으니, 아! 슬픕니다.

오늘 우리 백성들의 마음에는 두 가지 병통이 있는데 하나는 원망하는 마음이고 하나는 분개하는 마음입니다.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정사에 지쳐서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고, 쌓인 원망을 해소시킬 방법이 없으니 분노의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분노가 극도에 달해도 풀 길이 없으면 그들이 배반할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고 어찌 알겠으며 어떻게 고치겠습니까? 민심을 쾌하게 하여 원망하는 마음이 풀리게 해야 하는데 원망하는 마음이 일단 풀리면 분개하는 마음도 절로 사라질 것이고 분개하는 마음이 일단 사라지면 배반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기겠습니까?

또 백성의 마음에는 두 가지 병이 있으니 하나는 청(淸) 나라를 두려워하는 마음이고 하나는 일본(日本)을 의심하는 마음입니다. 어떻게 해야 고치겠습니까? 원망하는 마음을 시원히 바꾸어야 만이 청나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일본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것입니다. 의심하는 마음을 바꾸면 신뢰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바꾸면 용맹한 마음이 생길 것이니 신뢰와 용기가 합쳐지면 민심이 성(城)처럼 굳게 되니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됩니다.

지금 백성의 병이 고황에 깊이 들어서 벼의 뿌리를 뽑아낼 힘이 없으니 해원설분탕(解寃雪忿湯) 같은 독한 약을 쓰지 않고서는 관중(管仲)이나 제갈량(諸葛亮)의 묘술로도 반드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약이 명현(瞑眩) 현상이 없고서는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일찍부터 기원하는 것은 이렇게 개혁하는 때에 우선 백성들을 위하여 분한 마음을 씻어주라는 명을 내리는 것이지만 명이 내리자 심상하게 처리하고 말아서 우레만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 격이 되고 가뭄에 더욱 갈증나게 만드는 꼴이 되어버리니 어찌 기뻐하겠으며 어찌 두려워하겠습니까?

신이 전국의 억만 백성의 입을 대신하여 자세히 진술하겠습니다. 정사를 전횡하고 임금의 총명을 가리며 백성을 수탈하여 소요를 초래하고 원병(援兵)을 불러들이게 만들며 난이 일어나자 먼저 도망친 간신(奸臣) 민영준(閔泳駿)과 신령의 힘을 빙자하여 임금을 현혹시키고 기도한다는 구실로 재물을 축내며 요직을 차지하고 농간을 부린 요사스러운 계집 진령군(眞靈君)에 대하여 온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살점을 씹어 먹으려고 합니다. 아! 저들의 극악한 행위가 아주 큰 데도 한 사람은 귀양을 보내고 한 사람은 문책하지 않으며 마치 아끼고 비호하는 것처럼 하니 백성들의 마음이 어찌 풀리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빨리 상방검(尙方劍)으로 두 죄인을 주륙하고 머리를 도성문에 달아매도록 명한다면 민심이 비로소 상쾌하게 여길 것입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 숨어있는 우수한 인재를 모두 뽑아서 각각 합당한 직무를 맡기고 협력하여 충성을 바치게 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가 강해질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원래 참작한 것이 있다."

하였다.


  • 【원본】 36책 3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외교-일본(日本) / 외교-청(淸) / 사법-탄핵(彈劾) / 인사-선발(選拔)

前刑曹參議池錫永疏略:

由來典章法度, 燦然俱備, 足稱開明之治, 而漸以疲弊, 綱紀不振, 其故何也? 先毒於士禍, 生氣慘澹; 後牽於黨論, 衆心屛障。 壬辰之亂, 蹂躪如何, 丙子之盟, 凌辱如何, 而不及乎自强之方、禦侮之策, 迺至今日外人之指勸。 嗚呼! 悲哉! 今日我民之心病有二, 曰冤心, 曰忿心。 困於掊克, 故生冤心; 冤積無解, 故生忿心。 忿極無雪, 則安知其不有背心乎? 何以醫之? 萬有一焉, 使民心快以解冤心, 旣解冤心, 忿心自消。 旣消忿心, 背心何生? 又民之心病有二, 曰懼淸國之心, 曰疑日本之心也。 何以醫之? 以快回冤心, 然後明諭淸國之不必懼, 日本之不必疑。 回其疑則生信心, 回其懼則生勇心, 信與勇合, 衆心成城, 安邦、定國, 易如反手。 今民之病, 深入膏盲, 無力可拔, 不以一重劑解冤雪忿湯下之, 雖之術, 必無效矣。 此所謂"藥不瞑眩, 厥疾不瘳"也。 民之曾所跂仰者, 以爲當此更張, 先有爲民雪忿之命矣。 及其有命, 尋常措處而已, 則有雷無霈, 旱望尤渴, 何從而悅, 何從以畏乎? 臣請代彼全國億兆之口而詳陳之。 專政壅蔽, 刮剝生靈, 致擾招援, 釀亂先逃, 奸臣閔泳駿, 憑藉神靈, 眩惑至尊, 稱禱融財, 竊弄樞要; 妖女所謂眞靈君, 而擧世人民之欲食其肉者也。 噫! 彼元惡大憝, 一則安置, 一則不問, 有若愛而護之, 民冤何解乎? 伏願亟下尙方劍, 命戮二罪, 懸首都門, 則民心始快矣。 夫然後盡拔幽側之英俊, 各委當職任使, 齊聲竝力, 盡忠竭誠, 則富國强兵, 可立致也。"

批曰: "自有斟量者存。"


  • 【원본】 36책 3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외교-일본(日本) / 외교-청(淸) / 사법-탄핵(彈劾)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