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안정시키는 방법과 호남의 민란의 원인을 규명하도록 명하다
전교하기를,
"하늘이 백성을 낸 것은 기르기 위한 것이다. 비가 오고 이슬이 내리며 서리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도 다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임금의 정사에 형벌이 있는 것도 또한 부득이하여 그런 것이다. 흉악하고 해로운 것을 제거하여야 백성들이 편안할 수 있게 된다. 가령 한 사람이 고약한 짓을 하여 한 마을이 걱정하게 되면 오히려 징계하여 단속할 수 있는데 혹 한 사람을 차마 처벌하지 못한다면 또한 장차 수십 수백 명을 차마 징계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초토사(招討使)를 파견한 것이다
근래에 백성들이 수심에 싸여 안착하지 못하는 것은 진실로 수령(守令)들이 자신의 아픔처럼 여기고 어린애를 보살피듯이 하는 나의 지극한 뜻을 체득하지 못하여 잔인하고 가혹한 정사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보니 백성들이 살아갈 수 없게 된 데서 빚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소란을 일으키는 폐단이 생기고 분수를 어기고 기강을 위반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버릇은 비록 극히 놀랍지만 그 실정도 마땅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법과 기강을 보여 그 폐단을 바로잡으며 탐오하는 관리들을 내쫓고 징계하는 데는 원래 조정의 처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직 저 난민(亂民)들 중에서 간사하고 떳떳하지 못한 말로 어리석고 무지한 백성들을 부추기고 무리를 모아 날뛰며 억울한 사정을 하소한다는 핑계 아래 사실은 딴 마음을 품으며 무리가 많다는 것을 믿고 순전히 약탈만 일삼으며 심지어 관장(官長)을 협박하고 마을 사람들을 해치는 등, 형적이 사나운 자들에 대해서는 그저 난민으로만 논할 수 없는 것이다.
대저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일반 인정인데 그 누가 안착하여 생업을 즐기는 것을 버리고 죽을 곳으로 나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선뜻 범하고 싶겠는가? 마구 거두어들이는 것에 지친 나머지 편안히 살 수 없고 위협에 핍박당해 덩달아 나섰다는 것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내가 밤낮 걱정하고 애쓰면서 편안히 지낼 겨를이 없는 것은 단지 백성을 위한 한 가지 일 뿐이지만 정사가 뜻대로 되지 않고 혜택이 아래에 미치지 못하여 너희 백성들로 하여금 이 지경으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방황하게 만들었으니 나는 정말 통탄스럽다. 그리고 백성들이 농간질하는 말에 현혹되어 스스로 교화의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하는 것도 어찌 일반 심정이겠는가? 요컨대 어리석고 지각이 없어서 그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애가 우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서둘러 구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신(道臣)과 수령들로 하여금 은혜와 위엄 중에 그 어느 한쪽만 덮어버릴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효유하게 하여 각자 잘못을 뉘우치고 속히 고향에 돌아가서 생업에 안착하게 하라.
그러나 단지 위협에 못 이겨 추종한 것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불쌍히 여기고 사랑을 베푸는 것은 교화를 앞세우기 위한 것이다. 가산이 탕진되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은 어루만지고 돌보아 안착하게 하고 이미 고친 죄과는 다시 새삼스럽게 논하지 말며 될수록 안착시켜 다같이 유신(維新)의 길로 나가도록 하라.
이렇게 공포한 후에 즉시 흩어져 가는 사람은 그전 버릇을 버리고 본심을 회복한 사람이다. 백성에게 폐해로 되는 일이거나 백성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것은 백성의 여론을 듣고 고을의 보고를 참작하여 그 즉시 의논하여 확정하고 일체 편의대로 바로잡은 후에 사실대로 등문(登聞)하라. 만일 여전히 항거하고 무리를 모아 물러가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야 어찌 정상적인 백성으로 대할 수 있겠는가? 또한 떳떳한 법이 있는 만큼 용서할 수 없으니 일체 초토사(招討使)에게 맡겨 법으로 다스리게 할 것이다.
대체로 백성들의 고락은 수령(守令)에게 달려있지 않는가? 만일 진심으로 자기 직임을 다하여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아서 그들이 잘 먹으며 생활을 즐기게 한다면 비록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소란을 일으키도록 권유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하겠는가? 각 읍(邑)에서 백성을 잘 다스리는가 못하는가를 조사하여 강직시키거나 승급시키는 것은 감사(監司)의 직책이건만 애초에 눌러 놓지 못하여 점차 이런 결과를 빚어냈으며 또 무마하여 조절하지 못하고 즉시 조사하여 치계(馳啓)하지 않고 심상하게 세월을 보내니 한 방면(方面)을 맡긴 뜻이 어디에 있는가? 전라 감사(全羅監司) 김문현(金文鉉)에게 우선 간삭(刊削)하는 형전을 시행하라.
호남(湖南)의 백성들이 소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에는 고부(古阜)에서 시작되어 점차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 마땅히 한 번 구핵(鉤覈)해야 하니 전 군수(前郡守) 조병갑(趙秉甲)을 의금부(義禁府)에서 도사(都事)를 파견하여 구격(具格)하여 잡아오게 하라.
안핵하는 법의 의도가 더없이 급하건만 아직까지도 사계(査啓)하지 않고 도리어 더 소란을 일으키게 하였으니 사체가 이미 손상된 데다가 잘못한 점도 많다. 고부 안핵사(古阜按覈使) 이용태(李容泰)에게 찬배(竄配)의 형전을 시행하고 이어서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소란을 일으킨 수령(守令)을 낱낱이 사핵(査覈)하여 논계(論啓)하게 하며 조정에서도 마땅히 그 경중에 따라 속히 해당 형률을 시행하여서 민심을 위로하여야 할 것이다. 이 뜻을 백성들에게도 널리 알리도록 묘당(廟堂)에서 글을 잘 지어 관문으로 신칙하게 하라."
하였다.
- 【원본】 35책 3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8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치안(治安)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十八日。 敎曰: "天之生民, 欲其生而已。 雨露霜雪, 皆所以欲生之也。 王政之有刑辟, 其亦不得已焉。 去其凶害, 而黎庶乃得以安矣。 假使一夫悖戾, 一里爲之患, 則尙可以懲而戢之。 其或不忍乎其一, 則亦將忍乎十百矣, 此所以有今番招討使之差遣也。 爾來民生之嗷嗷然不得安堵者, 亶由於近民之吏, 不克體予如傷, 若保之至意, 殘虐之政, 無所不至。 今民不得聊生, 是以有作鬧之弊, 而犯分、干紀者, 種種有之。 其習雖極可駭, 其情亦所當念。 示以法綱, 矯其痼瘼, 斥黜其貪汙而董勵之, 自有朝家之處置。 惟彼亂類中, 乃以詭詐不經之說, 嗾騙蚩蚩之無知, 嘯聚黨與, 跳踉猖獗, 藉託呼訴, 實懷反側, 憑恃衆多, 專事攘奪。 至於勒刦官長, 殘害鄕里, 形跡之桀驁, 不可止以鬧民而論矣。 夫好生而惡死, 人之常情也。 其誰欲捨其安樂之業, 就其死亡之地, 甘觸罔赦之科? 而其困於割剝, 不能寧處, 逼於誘脅, 隨以胥動者, 予豈不知之? 此予宵旰憂勤, 靡遑暇逸, 只是爲民一事。 而治不徯志, 澤未下究, 俾爾元元, 未免棲遑仳離, 乃至於此, 予實歉歎。 而民庶之眩惑於譸幻, 自欲投身於敎化之外者, 亦豈其常性也哉? 要不出乎愚蠢沒覺而然矣。 忍見赤子之入井, 而不汲汲然援而救之哉? 其令道臣、守宰詳明曉諭, 以恩威之不可偏廢, 使各悔懊, 亟歸土着, 復安其業。 非直曰以脅從罔治也。 予所以惻怛推仁, 先之以敎也。 其蕩析無依者, 撫綏慰恤, 使得奠居, 無復追論於已改之轍, 務從安頓, 咸與維新。 如是佈告之後, 其卽解去者, 祛其舊染, 復其本心者也。 其爲蠧爲害及可以利益於民者, 聽之民論, 參以邑報, 隨卽商確, 一切便宜矯捄後, 據實登聞。 若其猶復抗拒, 群聚不退者, 此豈可以恒民待之? 亦有常法, 不可容貸矣。 一委招討使, 以法從事。 大抵民之休戚, 其不在於莅民之官乎? 苟能悉心盡職, 無擾於民, 使自甘其食, 樂其生, 則雖家說戶諭, 勸之使鬧, 其肯爲之哉? 列邑之治否, 按廉而黜陟, 藩臬之責。 而初不能彈壓, 馴而致此。 又不能拊循而調制, 亦未卽覈實馳啓, 尋常度日, 安在其委寄方面之義哉? 全羅監司金文鉉, 姑先施以刊削之典。 湖南民之起鬧, 始由於古阜, 轉至於此, 寧不痛歎? 宜有一番鉤覈, 前郡守趙秉甲, 令王府發遣府都事, 具格拿來。 按覈法意, 又何等緊急, 而迄無査啓, 反滋致騷, 事體旣墮, 僨誤亦多。 古阜按覈使李容泰, 施以竄配之典。 仍令道臣, 起鬧邑倅, 這這査覈論啓。 朝家亦當按其輕重, 亟施當律, 用慰民心。 此意亦令宣示民人等事, 令廟堂措辭關飭。"
- 【원본】 35책 3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8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치안(治安)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