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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0권, 고종 30년 8월 21일 경오 3번째기사 1893년 조선 개국(開國) 502년

전 정언 안효제가 상소를 올려 부당한 제사를 지내기를 좋아하는 자들의 처벌을 아뢰다

전 정언(前正言) 안효제(安孝濟)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옛날 선조(宣祖) 때의 임진왜란(壬辰倭亂) 이후에 명(明) 나라 장수가 관왕(關王)의 신령이 나타나서 몰래 도와준 일이 있다고 하여 비로소 동쪽과 남쪽에 두 개의 관왕묘(關王廟)를 지었습니다. 대개 관왕의 곧고 충성스러운 절개는 해와 별과 같이 빛났으므로 우리 열성조(列聖朝)도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 중사(中祀)의 규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실로 숭상하고 찬양하는 뜻을 표시한 것이지, 오로지 복을 빌기 위해서만 설치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전하가 북관왕묘(北關王廟)를 더 지은 것도 다같이 훌륭한 뜻에서 나온 것인데, 어찌하여 근래에 와서는 시속이 거짓과 야박한 것을 숭상하고, 굿을 하는 것이 풍속을 이루어, 제사지내는 위풍당당한 곳을 주문을 외우며 기도를 드리는 장소와 같이 여기는 것입니까?

요사이 일종의 괴이한 귀신이 몰래 여우같은 생각을 품고 성제(聖帝)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 북관왕묘의 주인이 되어 요사스럽고 황당하며 허망한 말로써 중앙과 지방의 사람들을 속이고 함부로 ‘군(君)’ 칭호를 부르며 감히 임금의 총애를 가로채려 하였습니다.

또한 잇속을 늘이기 즐겨하며 염치가 없는 사대부들을 널리 끌어들여서 아우요, 아들이요 하면서 서로 칭찬하고 감춰 주며 가늠할 수 없이 권세를 부려 위엄을 보이거나 생색을 내니, 왕왕 수령(守令)이나 감사(監司)들도 많은 경우 그의 손에서 나옵니다.

아! 신령을 모독하고 사당을 더럽히는 것이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나라에 큰 변고나 하늘의 재난도 없고 또한 은탕(殷湯) 때와 같은 큰 가뭄도 없는데, 기도하는 일은 무엇 때문에 자주 하는 것입니까?

겉은 마치 잡신을 모신 사당이나 성황당 같은데, 부처를 위해 둔 제단에서 무당의 염불 소리는 거의 없는 날이 없고, 걸핏하면 수만금의 재정을 소비하여 대궐 안에서의 재계(齋戒)와 제사와 관련한 일들을 마치 불교행사를 하듯 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소경 점쟁이와 무당이 이 때문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중들의 요망스러운 교리가 이 때문에 제멋대로 퍼지며, 하인과 광대들이 이 때문에 떠들썩하게 지껄여 대고, 창고의 재정은 이 때문에 궁색하며, 관청 준칙과 관리 추천은 이 때문에 난잡하게 되고, 대궐 안은 이 때문에 엄숙하지 못하며, 형벌과 표창은 이 때문에 공명정대하지 못하고, 백성은 이 때문에 곤궁에 빠지며, 조정의 정사는 이 때문에 문란하게 되는데, 그 근원을 따지면 모두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숭상하기 때문입니다.

아! 부당한 제사를 지내기 좋아하며 귀신을 모독하면서 복을 구하니 도리어 이런 죄를 짓는 것은 멸망하는 길입니다. 비록 일반 백성들 중에서 사리를 좀 아는 사람인 경우에도 이런 무리들에게 속지 않을 것인데 더구나 총명한 전하가 오히려 깨닫지 못하겠습니까?"

하였다.


  • 【원본】 34책 30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6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前正言安孝濟疏略: "昔在宣祖龍蛇之亂後, 天將謂有關王顯靈陰佑之事, 始建東南二廟。 蓋關王之貞忠大節, 炳若日星, 我列聖朝建香祝, 載在中祀。 寔崇象襃旌之義, 非專爲祈禳而設也。 我殿下增建北廟, 亦一體盛意也, 奈之何近年以來, 俗尙訛漓, 巫覡成風, 以堂堂俎豆之所, 視若詛呪祈禱之地? 乃者有一種怪鬼, 陰挾狐蠱, 假稱聖帝之女, 自作北廟主人, 以妖譎荒誕不經之說, 誑惑中外, 濫稱君號, 敢竊榮寵。 又廣引士大夫嗜利無恥者, 曰弟曰子, 而煽相呴噓, 睢盱眩亂, 以作威福, 往往守宰牧伯, 多出其手。 噫! 其瀆褻神靈, 臭穢廟宇, 孰甚於此? 況今國家無大故天災之變, 亦無成成湯之亢旱祈禱之事, 何爲而數也? 外若叢祠隍宇, 佛壇巫鈴, 殆無虛日, 動費巨萬, 宮門之內, 齋戒禁忌, 有若作佛事者然, 何哉? 瞽師巫祝, 由是而橫行; 僧尼妖道, 由是而縱藉; 輿臺倡優, 由是而喧豗; 府庫財用, 由是而窘絀; 官房銓注, 由是而淆雜; 宮禁, 由是而不肅; 刑賞, 由是而不明; 生民, 由是而困瘁; 朝政, 由是而委潰。 究其源委, 則皆禱祀之爲祟也。 嗚呼, 好淫祀瀆神以求福, 而反獲戾者, 亂亡之道也, 雖閭閻間稍解事理者, 尙不爲此輩之所惑, 況以殿下之聰明而尙不之覺乎?"


  • 【원본】 34책 30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6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