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에 곡식 유입을 막는 일과 당오전의 변통을 엄금하도록 하다
약원(藥院)에서 입진(入診)하였다. 하교하기를,
"일전에 내린 묘당(廟堂)의 계품(啓稟)에 대한 비답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요즘 도성의 곡식 값이 뛰어올라서 백성들의 사정이 날로 더욱 나빠지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 외도(外道)에서 곡식이 나가는 것을 막아서 유통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매우 딱하고 답답하다."
하니, 우의정(右議政) 심순택(沈舜澤)이 아뢰기를,
"어제의 비지(批旨)는 이미 행회(行會)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곡식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법제(法制)에 없는 것입니다. 감사(監司)는 한 도(道)를 관할하고 수령(守令)은 한 지역을 관할하므로 수령은 한 고을의 백성들을 위해서 간혹 한 지역의 곡식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는 한 도를 골고루 살펴보므로 오히려 막는 것을 풀어놓자고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관문으로 신칙한 뒤이니 반드시 마음을 다해서 받들어 앞으로 서울과 지방의 몇 만의 백성들이 두터운 실제 혜택을 골고루 입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성은 바로 공적인 곡식과 사적인 곡식이 모두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뿐 아니라 올해의 농사 형편을 들으니, 경기(京畿), 호서(湖西), 해서(海西)는 다 풍년이 들었으나 양남(兩南)은 몇 고을에 흉년이 들었다고 합니다. 제로(諸路)를 통틀어 따져보면 흉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며칠 전에는 도성의 시전(市廛)에서 곡식을 매매하기 어렵게 되어 모든 백성들의 사정이 매우 황급하게 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이내로 쌀장사꾼들이 점차 모여들고 쌀 시장도 열어서 비록 전처럼 많이 쌓아 놓고 팔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전에 비하면 그래도 안심된다고 말할 수 있으니 아주 다행한 일입니다."
하였다. 하교하기를,
"당오전(當五錢)은 절대로 변통시킬 수 없으나 사적으로 주조하는 것은 기필코 금지시키고야 말겠다. 백성들이 무지하여 점점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은 필경 간사한 무리들이 통용할 것에 대한 명령이 내리기를 바라면서 사적으로 주조할 계책을 실현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신(道臣)과 수령(守令)들은 비단 명백히 타일러 소란을 피우는 것을 그만두게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간혹 이 기회를 타서 이익을 보려고 하는 자들도 있다고 하니, 듣기에 매우 통탄할 일이다."
하니, 심순택이 아뢰기를,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고 간사한 무리들이 분수에 넘치게 바라는 것은 참으로 성상의 하교와 같습니다. 그러나 감사(監司)들까지 어떻게 이럴 수 있겠습니까? 가령 허다한 수령 가운데 간혹 이런 비방을 듣는 자가 있다면 물론 철저히 다스려야 할 것이지만 어찌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남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무지한 백성들이 조정의 명령을 믿지 않는 것은 주로 풍속이 예전만 못하여 세상 만사가 믿음이 없으면 될 수 없는 것인데, 더구나 어떻게 주조하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통용시킬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절대로 변통시킬 수 없습니다. 설사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타이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이 하나의 신(信) 자를 하늘의 운행이나 네 계절처럼 믿게 된다면 어찌 금지시켜야 할 것을 금지시키지 못할까 근심하고, 어찌 통용시켜야 할 것을 통용시키지 못할까 근심하겠습니까? 그러나 자연히 믿게 되는 것은 그 효과가 멀리 가고 오래 가지만 시켜서 믿게 되는 것은 그 효과가 가깝고 잠시입니다. 생각하건대, 지금 위아래에서 힘써서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이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곡식 값은 자연히 안정되고 화폐는 자연히 통용될 것입니다."
하였다.
- 【원본】 25책 21권 74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71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상업-상품(商品) / 상업-상인(商人)
二十日。 藥院入診。 敎曰: "日前廟啓之批, 似已見之。 而挽近都下穀價翔貴, 民情日益遑汲, 此或因外道防穀而不得流通之故也。 念之及此, 甚庸悶沓矣。" 右議政沈舜澤曰: "日昨批敎, 已爲行會。 而所謂防穀, 法制之所未有也。 監司管轄一省, 守令管轄一境, 故守令爲一邑之民, 或防一境之穀。 然監司則均視一省, 尙欲疏防。 況今關飭之後, 必當悉心對揚, 將使京外幾萬生靈, 均被實惠厚澤。 而京師卽公私穀都會之地。 且今年形所聞, 京畿、湖西、海西, 皆登稔, 而兩南之幾郡邑, 不無失稔。 統計諸路, 未謂歉歲, 而幾日以前, 都下市廛, 至於米穀之難以賣買, 凡民情景, 極其遑汲。 數日以來, 米商稍集, 米市亦開, 雖未有如前日之山積, 較諸已往, 可謂安堵, 萬萬多幸矣。" 敎曰: "當五是萬無變通之理, 而私鑄則必禁乃已。 小民無知, 轉生騷訛, 必因奸細輩希覬通用之令, 欲售私鑄之計也。 道臣、守宰, 非但不能明諭而息訛, 兼或有因此而要利者, 聞甚痛惋矣。" 舜澤曰: "小民騷訛, 奸細希覬, 果如聖敎, 而至於按道之臣, 寧有是也? 假使許多守宰中, 或有得此謗者, 固行冀州按事, 而豈有不能自治而治人之理乎? 大抵無知小民之不信朝令者, 職由於習俗之不如古, 而天下萬事無信不立, 何況禁鑄與通行乎? 今此萬無變通之理。 雖不可家喩而戶說, 惟此一信字如天行四時, 則何患乎當禁而不禁, 何患乎當通而不通? 然自然之信, 其效遠而久; 使然之信, 其效近而暫。 顧今上下之間, 務使京外大小民, 有信而無疑, 則穀價自然而平, 錢幣自然而通矣。"
- 【원본】 25책 21권 74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71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상업-상품(商品) / 상업-상인(商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