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집이 사직을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다
이조 참의(吏曹參議) 김홍집(金弘集)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은 외람되게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서 사신(使臣)의 임명을 잘못 받았으니, 먼 외국에서 겪는 풍파는 어렵고 쉬운 것을 가리지 않느다 하더라도 강한 이웃 나라의 시사(時事)에 대해 어찌 그 나라의 안위(安危)를 엿볼 수 있었겠습니까? 다만 전하의 총령(寵靈)이 미치는 것만 믿고 회답 사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것만을 다행으로 여길 뿐입니다. 다만 객관(客館)에 머물러 있을 때 중국 공사(公使)와 자주 만나 천하의 대세를 논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능멸하고 핍박하는 것을 개탄하였는데, 손발은 서로 구원하기에 급급하였고 말은 기탄없이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정사를 닦고 밖으로는 외적을 물리치는 방도에 마음을 쓰며 지키고 요사스러운 것을 배척하는 의리를 한결같이 주장하였습니다. 토론하는 것으로 부족하여 대책을 강구하기까지 하였는데, 무릇 그 수천 마디나 되는 글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떠나기 전날에야 만나서 신에게 직접 전하여 주었습니다. 그 마음 쓰는 것이 몹시 절실하였고 계책한 것이 상세하고 주밀하였으니, 어찌 과장되고 허황된 자가 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일은 영토에 관계되는 것이었고 말은 조정에서 취할 만하기에 신이 감히 사적으로 물리치지 않고 받아왔던 것입니다. 지금 병조 정랑(兵曹正郞) 유원식(劉元植)의 상소를 보니, 황준헌(黃遵憲)의 책 가운데 ‘예수와 천주의 학문은 우리 유교에 주희(朱熹)와 육구연(陸九淵)이 있는 것과 같다.’는 문구를 가지고 비유한 것이 맞지 않다고 극력 변론하였고, 또 신이 그것을 성토하거나 면대해서 꾸짖지 않고 태연히 받은 것을 규탄하였는데, 그 말이 엄격하고 그 뜻이 준열하여 신은 이 때문에 수치스러워 죽고 싶습니다. 비방과 배척이 여기까지 이르고 죄상이 비로소 드러나 마음 가득 황송할 뿐인데, 무슨 겨를에 많은 말을 하여 변명하는 것처럼 하겠습니까? 이러한 때에 뜻밖에도 이조 참의의 벼슬에 특별히 제수하셨으니, 신은 더욱 송구스럽고 떨려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여 실로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곤란한데, 하물며 이 새 벼슬자리에 어떻게 하루인들 뻔뻔스럽게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벼슬은 분수에 크게 넘치고 인품은 걸맞지 않아서 신은 바야흐로 인피(引避)하기에 급급하여 더는 장황하게 진술하지 않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자(聖慈)께서는 실정을 통찰하여 신에게 새로 제수한 벼슬을 환수하고 이어 신이 일을 그르친 죄를 다스림으로써 사람들의 말에 사죄하고 미천한 분수를 편안하게 해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사람들의 말이 본래 꼭 맞지는 않는 것인데, 어째서 인피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대는 사임하지 말고 직책을 살피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21책 1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2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외교-청(淸) / 사상-서학(西學) / 사상-유학(儒學) / 인사-임면(任免)
初三日。 吏曹參議金弘集疏。 略: "臣猥以無似謬膺使命, 絶域風濤, 縱不擇乎夷險强隣時事, 詎能覘其安危? 祇恃寵靈之攸曁, 惟幸報聘之克竣。 第於留館之日, 中國公使, 頻與相接, 論天下之大勢、慨異類之凌逼, 手足急於相救、語言不避忌諱。 懇懇乎內修外攘之道; 斷斷乎衛正斥邪之義。 談討之不足, 而至爲之籌策, 凡其數千言之文, 有非一朝夕可辦。 臨發前日, 面傳於臣, 而其用意之深切、代畫之詳密, 豈譸張胥幻之所可爲哉? 事旣關於疆場、言可採於廟朝, 臣不敢私却而受來矣。 卽伏見兵曹正郞劉元植疏本, 則以黃遵憲冊子中‘耶穌天主之學, 猶吾敎有朱、陸’之句。 比擬不倫, 辨之旣力, 且論臣不爲聲言面責、安而受之, 其辭嚴、其義峻, 臣於是愧欲死矣。 譏斥至此, 罪戾始著, 滿心惶蹙, 奚暇呶呶有若分疏爲也? 不意, 三銓特除, 迺在是際, 臣尤惝怳震越, 罔知攸措。 以若所値, 實難抗顔周行。 況此新銜, 何可一日冒玷乎? 至於職名之太濫、人器之不稱, 臣方急於自引, 不復張皇陳暴。 伏乞聖慈明燭情實, 還收臣新除之職, 仍治臣僨誤之罪, 以謝人言, 以安賤分焉。" 批曰: "人言本不襯當, 何必爲引? 爾其勿辭察職。"
- 【원본】 21책 1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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